미국 뉴욕의 아이칸 의과대학이 신약 개발에 AI를 본격적으로 접목하는 전담 조직을 출범시켰다. 기존 방식으로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던 소분자 약물 개발 과정을 대폭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이칸 의과대학은 4월 2일(현지시간) ‘AI 소분자 약물 발견 센터(AI Small Molecule Drug Discovery Center)’를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AI를 활용해 새로운 저분자 화합물을 설계하고 기존 화합물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소분자 약물은 분자 크기가 작아 세포 안으로 쉽게 침투할 수 있는 형태의 약물을 뜻하며 현재 시판되는 다수의 경구용 치료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후보 물질을 탐색하고 실험을 반복하며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통상 수천억 원의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AI 기반 접근은 방대한 분자 구조와 생물학적 데이터 학습을 통해 실험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유망 후보를 예측한다. 실험실에서 하나씩 합성하고 시험하는 대신 컴퓨터가 먼저 가능성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센터는 세 가지 핵심 영역에 집중한다. 첫째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새로운 약물 후보 설계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모델과 유사하게, 화학 구조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새로운 분자 구조를 제안한다.
둘째는 기존 화합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높이는 최적화 작업이다.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자 구조를 미세 조정한다.
셋째는 약물과 표적 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예측해 이미 승인된 약물이나 천연물질을 다른 질환 치료에 재활용하는 전략이다.
센터를 이끄는 아브너 슐레싱어 박사는 AI와 화학, 생물학을 결합하면 복잡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합리적 약물 설계 방식에 AI 예측 모델을 더하면 합성 이전 단계에서 분자의 성질을 가늠할 수 있어 실험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약물 설계의 가장 큰 난관은 이른바 ‘화학 공간’으로 불리는 방대한 조합 가능성이다. 분자 구조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가능한 후보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밍밍 저우 약리과학과 학과장은 이런 조합의 복잡성이 높은 비용과 낮은 성공 확률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AI는 이 거대한 조합 공간을 빠르게 탐색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우선순위로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센터는 암, 대사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 치료 수요가 크지만 아직 충분한 치료 옵션이 없는 분야를 우선 대상으로 삼는다. 유전 정보와 임상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질환의 분자적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밀 치료제를 설계하는 전략이다.
알렉산더 차니 박사는 유전적 통찰과 AI 분석을 결합하면 질환의 근본 생물학에 기반한 치료제 설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과학 자문위원회에는 합성화학과 계산생물학, 디지털 헬스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치료제 개발 연구소를 이끄는 지안 진 교수, 유전자 전사와 후성유전학 기반 약물 개발을 연구해온 밍밍 저우 교수, 막단백질 계산 생물물리학 분야의 권위자인 마르타 필리졸라 교수, 디지털 헬스와 AI 기반 의료 기술을 개척해온 기리시 나드카르니 교수가 포함됐다.
센터는 제약사와 바이오텍 기업, 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연구 성과를 실제 치료제로 연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동시에 세미나와 인턴십, 해커톤을 운영해 AI 기반 신약 개발을 다룰 차세대 연구 인력을 양성한다.
이번 출범은 마운트시나이의 대규모 AI 인프라 확충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마운트시나이에서는 AI 전용 연구 건물을 개소한 데 이어 아동 건강 분야 AI 센터를 발표하는 등 의료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조직 재편이 이어지고 있다. 에릭 네슬러 최고과학책임자는 AI를 통해 신약 발견과 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센터는 우선 고도화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핵심 약물 발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향후 2년 내 AI 기반 설계에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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