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World Economic Forum 연차총회에서 인공지능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AGI 이후의 세계’를 주제로 공개 토론에 나섰다.
‘The Day After AGI’라는 제목의 이 세션에는 Dario Amodei, Demis Hassabis, 그리고 사회를 맡은 Zanny Minton Beddoes가 참석했다. 이들은 AGI가 등장한 직후 사회가 실제로 맞닥뜨리게 될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 출처: World Economic Forum 트위터 캡쳐)
토론의 출발점은 AGI의 시점이었다. Amodei는 AGI가 2026~2027년 사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AI가 엔트리 레벨 사무직과 인턴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영역에서도 AI 모델이 전체 코드를 작성하는 환경이 내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 내부에서도 “개발자가 코드를 쓰지 않는 날이 언제 오느냐”는 논의가 현실적인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생산성 향상에 그치지 않고 노동 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성격이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Amodei는 초급 화이트칼라 직무의 상당 부분이 1~5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해고보다는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젊은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Hassabis는 AGI 도달 시점에 대해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연과학이나 실험 기반 연구를 완전히 자동화하는 데는 여전히 기술적 난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AGI의 목표를 일반적인 업무 자동화로 보지는 않았다.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보다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이론을 만들며 과학적 발견을 앞당기는 것이 AGI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를 통해 과학 연구에 AI를 적용해 온 DeepMind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
노동시장에 대한 시각 차이는 있었지만 변화의 규모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Amodei가 노동 수요 감소를 강하게 경고했다면 Hassabis는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직무를 만들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가까운 시일 내 상당한 직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한편 Amodei는 최첨단 AI를 구동하는 GPU와 반도체를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며 이를 중국에 수출하는 문제를 핵무기 확산에 비유했다.
AI 인프라가 군사, 정보, 사이버 영역과 직접 연결되는 상황에서 기술 이전은 더 이상 상업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발언은 기술 경쟁이 새로운 형태의 안보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Hassabis 역시 국가별 대응만으로는 위험을 관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제각각 규제를 만들 경우 기술 발전 속도가 오히려 불안정을 키울 수 있으며 최소한의 국제 공조와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AI를 둘러싼 논의가 이미 기술의 범위를 벗어나 지정학과 질서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종말론적 위협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세계 멸망 수준의 위험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현재를 ‘기술적 청소년기’에 비유했다.
AI가 강력한 도구로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통제와 제도가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도 있고 불평등과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 AGI는 이미 현실적인 정책 과제가 되고 있으며 일자리, 교육, 안보, 규제 어느 하나조차 인공지능과 분리해 논의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AGI 다음 날’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지금의 선택들이 누적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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