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알파벳(Alphabet) 최고경영자 순다 피차이가 구글의 양자칩 ‘윌로우(Willow)’가 세계 최초로 ‘검증 가능한 양자우위(verifiable quantum advantage)’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으며 구글은 이를 새 알고리즘 ‘퀀텀 에코스(Quantum Echoes)’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피차이는 “퀀텀 에코스 알고리즘은 분자 내 원자 간 상호작용을 핵자기공명(NMR)을 통해 해석할 수 있게 했다”며 “이 기술이 신약 개발과 신소재 탐구 등 실질적인 과학 연구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결과는 검증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른 양자컴퓨터나 실험으로 동일한 결과를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실험 과정과 데이터를 일부 공개했다.
윌로우 칩은 구글이 2024년 12월 공개한 초전도 양자칩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글은 윌로우가 복잡한 계산을 5분 만에 처리할 수 있으며 같은 계산을 기존 슈퍼컴퓨터가 수행하려면 10,000,000,000,000,000,000,000,000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구글의 성과를 계기로 양자컴퓨팅이 인공지능을 잇는 차세대 기술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이 이제는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투자자가 직접 공부해야 할 새로운 산업군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기술자 입장에서 이번 구글의 ‘검증 가능한 양자우위’ 선언은 양자컴퓨팅이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적 응용으로 향하는 첫 단계로 평가되지만 우리 일반인 입장에서는 뭐가 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일반 컴퓨터 기술도 어려운데 양자컴퓨팅을 어떻게 이해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다. 그 시작은 양자컴퓨터와 일반 컴퓨터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직관적으로 양자컴퓨팅을 이해해 보자!

양자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 계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 컴퓨터가 정보를 0과 1 두 가지 값으로만 표현하는 ‘비트(bit)’ 단위를 사용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단위를 이용한다.
큐비트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가지며 이로 인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한 번에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컴퓨터가 문제의 정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조합을 하나씩 계산해야 한다면 양자컴퓨터는 가능한 조합을 동시에 연산해 정답을 훨씬 빠르게 찾아낸다.
예를 들어 일반 컴퓨터가 비밀번호 네 자리를 맞혀야 한다면 0000부터 9999까지 모든 경우를 하나씩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모든 조합을 동시에 연산해 단 한 번에 정답을 찾아낼 수 있다. 이는 마치 일반 컴퓨터가 한 줄로 1부터 10,000까지 세어보는 동안 양자컴퓨터는 모든 숫자를 동시에 보고 동시에 입력해보는 것과 같다.
또 다른 문제로 전 세계 모든 도시를 한 번씩만 들러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Traveling Salesman Problem)’가 있다. 도시가 10개만 되어도 가능한 경로 조합이 수백만 개에 이른다.
일반 컴퓨터는 이 모든 경로를 하나씩 계산해 가장 짧은 길을 찾아야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모든 경로를 동시에 비교해 최적의 답을 훨씬 빠르게 도출할 수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약물 후보가 될 수 있는 분자는 수십억 가지에 달하며 각 분자가 인체 단백질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는지 계산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 컴퓨터는 이 복잡한 분자 구조를 하나씩 시뮬레이션해야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분자의 양자적 특성을 그대로 모사해 한 번에 여러 경우를 연산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새로운 약물을 찾는 속도를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론적으로는 일반 컴퓨터로 수백 년이 걸릴 연산을 몇 분 만에 끝낼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신약 개발, 신소재 연구, 암호 해독 등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일반인 레벨에서 양자컴퓨터는 이 정도만 알아도 아주 충분하다.
다만 양자컴퓨터의 작동 원리는 매우 섬세하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무엇이 문제일까.
큐비트는 온도, 진동, 전자파 등 외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아 상태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양자 오류 보정(quantum error correction)’이 필수적이다. 양자컴퓨팅에 대해 딱 여기까지만 설명하는 자료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고자 한다.
큐비트는 왜 환경에 극도로 취약한가.
일반 컴퓨터의 0과 1은 간단히 ‘전기가 흐르냐, 안 흐르냐’로 정해지는 매우 뚜렷한 상태이다. 이건 전자 회로 안에서 거대한 수십억 개의 전자가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약간의 진동이나 온도 변화가 있어도 그 중 일부가 흔들려봤자 전체 결과엔 거의 영향이 없다.
쉽게 말하면 일반 컴퓨터는 전구가 켜졌다(1) 혹은 꺼졌다(0)처럼 눈에 확 보이는 확실한 상태만 다루기 때문에 웬만한 노이즈엔 끄떡없는 것이다.
반면 큐비트는 완전히 다르다. 큐비트는 원자 하나나 전자 하나 수준의 양자 상태(quantum state)를 가지고 계산을 한다. 0과 1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그 중첩(superposition) 상태는 말 그대로 "전자가 동시에 두 위치에 있는" 수준의 미세한 현상이기 때문에 누군가 살짝 쳐다보기만 해도(측정하거나 주변이 흔들리거나) 그 순간 상태가 무너져 버린다.
이를 물리학 용어로 양자 붕괴(quantum decoherence)라고 부른다.
그래서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절대온도에 가까운 초저온(-273도 근처) 환경에서 완전한 진공 상태에 놓고, 전자기파를 모두 차단해야 한다.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고, 극도로 온도를 낮춰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주변이 흔들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정도로 과보호를 해줘야 “0이면서 1인 상태”가 유지된다. 일반 비트는 사람이 아무리 건드려도 안 깨지지만 큐비트는 살짝 건드리면 터지는 비누방울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생기는 물리적 약점이다.
그래서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바로 이 “비누방울을 깨지 않으면서 오래 유지하는 법”, 즉 큐비트를 더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계산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큐비트를 환경에서 지켜냈다면 일단 이론적으로는 엄청난 계산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검증 가능한 양자우위다.
검증 가능한 양자우위라는 것이 무엇인가.
‘검증 가능한 양자우위(verifiable quantum advantage)’란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다른 연구자나 장비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증명한 성과를 뜻한다. 구글은 2019년에도 ‘시카모어(Sycamore)’ 칩을 이용해 양자우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결과를 외부에서 재현할 방법이 없어 과학계의 논란이 이어졌다.
왜 재현할 수 없었을까? 그때는 계산 자체가 너무 복잡해서 인간이든 슈퍼컴퓨터든 다시 해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구글이 2019년에 발표한 시카모어 실험은 양자컴퓨터가 임의의 숫자 조합을 아주 빠르게 생성하는 ‘무작위 회로 샘플링(random circuit sampling)’이라는 문제를 풀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답이 무엇인지 미리 알 수 없고 계산 과정 자체가 워낙 방대해서 일반 컴퓨터가 다시 계산해볼 수도 없는 구조였다.
당시 구글은 “시카모어가 3분 20초 만에 해낸 일을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가 하려면 1만 년이 걸린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그 결과가 맞는지 검증하려면 그 1만 년짜리 계산을 정말로 다시 해봐야 했고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과학계에서는 어차피 증명할 수 없는 빠름은 실제로 빠른 것이 아니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나 이번에 공개된 ‘윌로우(Willow)’ 칩과 새 알고리즘 ‘퀀텀 에코스(Quantum Echoes)’는 이 한계를 극복했다.
이 알고리즘은 계산 과정 자체에 결과를 검증하는 절차가 포함돼 있어 다른 양자컴퓨터나 실험으로도 같은 결과를 재현할 수 있다. 이번에는 “양자컴퓨터가 더 빨랐다”에 이어 그 결과가 실제로 옳았고 비슷한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경쟁사들도 확인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제시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양자컴퓨터가 처음으로 과학적 신뢰성을 확보한 순간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검증 가능한 데이터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양자컴퓨팅이 실험 단계에서 응용 기술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이제 양자컴퓨팅은 ‘가능성의 영역’에서 ‘응용의 단계’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구글은 그 문을 처음으로 여는 데 성공했다. 이제부터는 “양자컴퓨터가 대체 뭘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것을 어디에 먼저 써먹을 것인가?”가 본격적인 경쟁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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