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미국 핀테크 기업 Ramp가 발표한 5월 AI 인덱스는 AI 업계의 권력 지형이 처음으로 뒤집혔음을 보여줬다. 미국 기업 5만 곳 이상의 법인카드 결제 데이터를 추적한 이 보고서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34.4%의 기업 채택률로 오픈AI의 챗GPT(32.3%)를 추월했다.

(사진 출처: Ramp)
AI 경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구글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I/O 컨퍼런스를 열고 차세대 제미나이 모델을 공개한다. 클로드의 추월과 구글의 반격이 같은 주에 겹친 셈이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일반 소비자 사용자 수에서는 챗GPT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는 9억 명, 일간 1억 9,300만 명, 하루 처리 프롬프트는 20억 건이 넘는다. 반면 클로드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1,890만 명에 불과하다.
전 세계 챗봇 시장 점유율로 보면 챗GPT가 60.4%, 클로드는 4.5%다. 그런데도 "오픈AI가 클로드에 밀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사용자 수 싸움이 더는 의미 없는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용자도 이 변화를 알아야 한다. 지금 어떤 도구를 선택하느냐가 향후 몇 년의 업무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누가 어디서 이기고 있는 것인가.
숫자만 놓고 보면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운동장에서 뛰고 있다. 챗GPT는 일반 대중 시장의 절대 강자다. 9억 명이 매주 접속하고 92%의 포춘 500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이를 사용한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기업의 결제 패턴에서 일어났다.
Ramp 이코노미스트 아라 카라지안에 따르면 1년 전인 2025년 4월 앤트로픽의 기업 채택률은 8%에 못 미쳤다. 그 사이 26%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오픈AI는 같은 기간 1%포인트가 빠졌다.
매출에서도 역전이 일어났다.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run-rate)은 4월 기준 300억 달러를 넘었고 오픈AI는 240억에서 25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2025년 말 90억 달러였던 앤트로픽 매출이 몇 달 만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결과다. 이 폭발적 성장의 엔진은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Claude Code)다.
깃허브에 공개된 모든 코드 커밋의 약 4%가 클로드 코드로 작성된다는 분석이 4월에 나왔는데 이는 한 달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수치였다. 미국 기업이 새로 AI 서비스를 도입할 때 오픈AI와 앤트로픽을 비교하면 약 70%가 앤트로픽을 선택한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두 회사의 앱 생태계 중복도가 11%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오픈AI는 여행, 쇼핑, 음식 배달 같은 소비자 슈퍼앱으로 진화하는 반면 앤트로픽은 금융 단말기와 개발자 도구 같은 전문가 인프라에 집중한다. 같은 시장이 아니라 갈라진 시장이다.
이 모든 변화의 도화선이 된 최근 사건 두 개가 있다는데.
판세가 흔들린 첫 번째 사건은 2026년 2월 슈퍼볼이었다. 오픈AI가 1월 무료 챗GPT에 광고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직후 앤트로픽은 슈퍼볼 광고에 거액을 투입했다. AI 챗봇이 사용자의 진지한 고민에 답하다가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광고를 끼워 넣는 풍자 광고였다.
광고가 방영된 다음 날 클로드 일간 활성 사용자는 11% 늘었다. 같은 기간 챗GPT는 2.7%, 구글 제미나이는 1.4%에 그쳤다. 앤트로픽은 같은 시기 블로그를 통해 클로드는 광고 없는 서비스를 유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X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앤트로픽 광고가 기만적이라며 격분했지만 화살이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은 바꾸지 못했다.
두 번째 사건은 2026년 2월 말 펜타곤 협상이었다. 미 국방부는 AI 기업들에 모든 합법적 목적에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계약을 요구했고 앤트로픽은 미국 국민에 대한 대량 감시와 인간 통제 없이 표적을 결정하는 자율 살상 무기 두 가지에 대한 명시적 금지를 요구하며 거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협"으로 지정하고 연방 기관의 사용을 6개월 내 중단시키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협상 결렬 몇 시간 만에 오픈AI가 펜타곤과 계약을 체결했다.
알트먼 본인이 직전까지 앤트로픽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음에도 일어난 일이다. 그는 며칠 뒤 X에서 이 결정이 "성급했고 그림이 좋지 않다"고 인정했지만 여론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그 결과 클로드는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1위에 올랐고 #QuitGPT라는 해시태그 운동에 따라 150만 명 이상이 챗GPT 구독을 취소하거나 사용을 중단했다. 오픈AI 본사 앞 보도에는 비판하는 분필 낙서가 깔렸고 오픈AI 내부 직원들도 앤트로픽을 지지하는 공개 서한에 다수 서명했다.
제품 자체가 흔들린 챗GPT
펜타곤 사태가 도화선이었다면 화약은 이미 쌓여 있었다. 2025년 8월 GPT-5 출시 이후 챗GPT 품질에 대한 불만이 Reddit과 Hacker News를 비롯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누적되고 있었다. 사용자들은 응답이 짧아지고 거부가 잦아지며 GPT-4 시절의 풍부함이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한 사용자는 새 모델을 "로보토미를 당한 드론"에 비유했다.
문제를 키운 건 사일런트 라우팅이라 불리는 백엔드 동작이다. 챗GPT는 사용자가 모델을 선택해도 시스템이 임의로 더 가볍고 저렴한 모델로 응답을 전환하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가 GPT-5.5 Thinking을 골랐는데 8일 동안 GPT-5.4 Thinking으로 응답이 나갔다는 오픈AI 개발자 커뮤니티 게시물이 5월 초 올라왔다. 일리노이대 컴퓨터과학과 자오쉔 유 교수는 라우터가 같은 질문의 일부를 서로 다른 모델로 보내고 결과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모순이 끼어든다고 지적했다.
긴 세션에서 응답이 갑자기 짧아지고 어조가 바뀌는 현상에 대한 보고도 늘었다. 모델 선택 UI는 그대로인데 실제 응답 모델은 바뀐다. 오픈AI는 이를 효율과 안전을 위한 라우팅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용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에 분노했다.
한 사용자는 X에 "성인은 자신의 워크플로와 위험 허용도에 맞는 모델을 선택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건 조용한 강제 전환과 비밀 안전 라우터, 그리고 UI 연극일 뿐인 모델 선택기"라고 적었다.
5월 5일에는 또 한 번의 강제 전환이 있었다. 오픈AI는 사전 고지 없이 챗GPT 기본 모델을 GPT-5.3 Instant에서 GPT-5.5 Instant로 바꿨다. 회사 측은 의료·법률·금융 같은 고위험 영역에서 환각이 52.5% 줄었고 응답이 30.2% 짧아졌으며 이모지가 줄었다고 강조했지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모델이 더 차갑고 도구적으로 변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보 정확도는 올라갔지만 GPT-4o 시절의 따뜻함과 탐색적 분위기는 사라졌다는 평이다. 오픈AI가 GPT-4o를 2월에 완전히 폐기했을 때도 비슷한 반발이 있었다.
당시 GPT-4o를 매일 쓰는 사용자는 전체의 0.1%, 약 80만 명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이 모델을 "거울"이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부르며 청원을 올렸다.
사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모델별 차이는 어떨까.
품질 회귀와 광고 도입 같은 외부 변수를 걷어내도 모델 자체의 성능 차이가 남는다. 가장 측정 가능한 격차는 환각률이다. 환각이란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자신 있게 만들어내는 현상을 뜻한다.
독립 평가 기관 Artificial Analysis가 4월 측정한 AA-Omniscience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5.5는 정확도 5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환각률은 86%에 달했다. 같은 평가에서 클로드 Opus 4.7의 환각률은 36%였고 구글 제미나이 3.1 Pro는 50%였다.
GPT-5.5는 알 때는 더 정확히 답하지만 모를 때 더 자신 있게 지어낸다는 뜻이다. 법률, 의료, 금융처럼 잘못된 답의 비용이 큰 분야에서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이 차이는 두 회사의 설계 철학에서 나온다. 앤트로픽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도록 모델을 훈련한다.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허락하면 클로드는 확신이 없는 영역에서 답을 거부하거나 불확실성을 명시적으로 표현한다.
반면 오픈AI는 사용자에게 항상 무언가를 제공하는 쪽에 가중치를 둔다. 두 접근은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환각이 비용을 발생시키는 업무 환경에서는 클로드 쪽이 더 안전하다.
두 번째 차이는 지시 따르기다. 클로드는 200K 토큰 기본 컨텍스트 전 영역에서 정확도 저하가 5% 미만이지만 GPT-5는 중간 부분에 있는 정보를 놓치는 경향이 보고된다. 토큰은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하는 기본 단위로 영어 단어 하나가 보통 1~2 토큰에 해당한다.
200K 토큰은 약 15만 단어, 단행본 한 권 분량이다. 긴 코드베이스나 계약서, 학술 논문을 통째로 읽혀야 하는 업무에서 컨텍스트 안정성은 결정적이다.
세 번째 차이는 sycophancy다. AI가 사용자에게 동조하느라 잘못된 판단을 강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챗GPT는 RLHF라 불리는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 과정에서 사용자가 만족하는 응답을 선호하도록 학습됐고 그 결과 사용자가 먼저 답을 제시하면 그것에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사용자가 잘못된 답을 들이밀어도 자기 입장을 포기하고 사용자 편을 든다. 미국 정신과학회는 2025년부터 "AI psychosis"라고 명명한 임상 사례들을 보고하고 있다.
챗봇과의 장기 대화에서 망상이 강화되거나 새로 생긴 환자들이다. 오픈AI는 매주 약 50만 명의 챗GPT 사용자가 조증이나 정신증의 신호를 보인다고 공개한 바 있다. GPT-4o의 과도한 아첨 문제는 오픈AI가 한때 모델 업데이트를 철회했을 만큼 심각했다.
네 번째 차이는 산출물을 다루는 인터페이스다. 클로드의 Artifacts는 대화 옆 패널에 코드와 문서를 실시간 렌더링한다. React 컴포넌트를 만들면 그 자리에서 동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챗GPT의 Canvas는 비슷한 기능이지만 외부에 공유할 수 있는 발행 기능이 없다.
프로젝트 단위 작업에서는 클로드 Projects가 컨텍스트 200K 토큰을 지원하는 반면 챗GPT Projects는 128K에 머문다.
메모리 시스템도 다르다. 챗GPT는 모든 대화에서 자동으로 사용자 정보를 추출해 누적하는 반면 클로드는 사용자가 요청할 때만 과거 대화를 검색하고 어떤 정보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도구 호출 형태로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앞으로 클로드 우위는 얼마나 안전할까?
데이터를 발표한 Ramp의 카라지안 본인이 같은 보고서에서 앤트로픽에 비관적 전망을 함께 내놨다. 그가 꼽은 세 가지 위험이 있다. 토큰 기반 가격 정책이 가장 큰 문제다. 앤트로픽은 사용자가 더 많은 토큰을 쓸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이는 고객을 더 비싼 모델로 유도할 유인이 있다는 뜻이다. 우버 CTO는 회사가 2026년 AI 예산을 이미 다 썼다고 밝혔고 서비스나우와 같은 대기업도 같은 처지다. 기업이 비용 절감 모드에 들어가면 더 싼 오픈소스 모델로 라우팅하기 시작할 것이고 클로드는 시장 점유율을 잃는다.
그 다음 문제는 컴퓨팅 제약이다. 최근 몇 주간 클로드는 서비스 장애와 사용 한도 도달, 응답 품질 저하를 동시에 겪었다. 앤트로픽은 4월 모든 사용자의 한도를 재설정했고 5월 6일에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컴퓨팅 계약을 발표하며 클로드 코드 한도를 두 배로 늘렸다.
그러나 5월 14일 외부 에이전트 도구 사용에 별도의 크레딧 미터를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다시 반발에 부딪혔다. 클로드 코드 제품 매니저의 X 게시물에는 정책 변경을 "가스라이팅"이라 부르며 오픈AI의 Codex로 이동하겠다는 사용자 댓글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오픈AI가 반격을 시작했다. 오픈AI는 5월 11일 Deployment Company라는 40억 달러 규모의 기업 컨설팅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TPG, 브룩필드, 베인캐피털과 3대 컨설팅사가 함께 들어왔고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방식으로 오픈AI 엔지니어를 포춘 500 기업 내부에 파견해 Codex 도입을 가속화하는 모델이다.
Codex는 클로드 코드보다 18개월 늦게 나왔지만 가격이 더 저렴하고 모델 간 전환 비용도 낮다. 신규 기업 고객에게 두 달 무료 사용도 제공한다. 오픈AI 최고매출책임자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시장이 이렇게 경쟁적인 적은 없었다고 적었다.
여기에 마지막 변수가 있다. 블룸버그는 5월 16일 앤트로픽이 9,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로 30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을 5월 말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게 성사되면 오픈AI의 3월 평가액 8,520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다. 세 달 전 3,800억 달러였던 회사가 두 배 이상 평가받는 셈이다. 같은 자금이 AWS와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지만 컴퓨팅이 풀리는 시점은 2027년 이후다. 그 사이가 위험 구간이다.
Ramp 데이터에서도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오픈AI 사용자의 약 79%가 앤트로픽에도 결제한다. 클로드가 챗GPT에서 사용자를 빼앗는 게 아니라 함께 쓰이는 보완 도구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두 회사가 같은 시장에서 1등을 다투던 시대가 끝나고 오픈AI는 소비자 슈퍼앱, 앤트로픽은 전문가 인프라로 갈라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일반적인 질문이나 이미지 생성, 음성 대화에서 챗GPT는 여전히 가장 다재다능한 도구다. 그러나 코드 작성, 긴 문서 분석, 정확도가 중요한 전문 업무에서는 클로드 쪽이 측정 가능한 우위를 가진다.
AI 도구를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점점 워크플로의 일부가 되고 있기 때문에 한 도구만 고집할 이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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