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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빨라지는 AI 신제품 출시 속도의 비밀 이해하기

  • 고건 기자
  • 입력 2026.01.14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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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보기: 갈수록 치열해지는 헬스케어 AI 챗봇 시장과 클로드의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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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앤트로픽 공식 홈페이지)

 

2026년 1월 초 오픈AI가 헬스 데이터 연동을 앞세운 챗GPT Health를 공개하자 곧바로 앤트로픽이 Claude for Healthcare를 발표했다. 

 

발표 시점은 며칠 차이에 불과했고 기능 설명을 보면 스마트워치와 모바일 헬스 데이터 연동, 의료 기록 요약, 환자와 의료진 대화 보조 같은 핵심 요소가 상당 부분 겹쳤다. 이 장면은 많은 독자에게 자연스러운 의문을 남긴다. 

 

AI 기술은 각 기업의 최고 기밀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이런 서비스가 거의 동시에 등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사실 이번 사례뿐 아니라 경쟁사들이 GPT-4보다 더 진보된 AI 모델을 내놓자 챗GPT가 거의 시차 없이 GPT-5를 출시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최근의 AI 경쟁은 연, 월 단위가 아니라 주, 일 단위로 움직이고 있다. 


본 기사는 그 의문에서 출발한다. 특정 기업이 새로운 AI 서비스를 내놓으면 경쟁사가 짧은 시간 안에 비슷한 기능을 출시하는 현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당연히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훨씬 더 깊은 이유가 숨어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2023년 이후 AI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변해왔는지, 기술이 어떻게 공유되고 표준화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무엇을 공개하고 무엇을 끝까지 숨기게 됐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본다. 

 

또한 논문과 오픈소스가 왜 AI 경쟁의 핵심 배경이 됐는지, 반대로 여전히 기업 내부에 남아 있는 진짜 비밀은 무엇인지도 함께 풀어낼 예정이다. 이 흐름을 알면 AI 뉴스에서 반복되는 초단기 추격 장면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2023년 초창기의 AI 경쟁은 왜 이렇지 않았나.

 

생성형 AI가 막 등장했던 시점에만 해도 AI 시장은 기업마다 색깔이 뚜렷하게 갈리는 구간에 있었다. 어떤 회사는 대화 성능이 강했고 어떤 회사는 코드 작성에 특화됐으며 또 다른 회사는 이미지나 음성 처리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이 회사는 이런 걸 잘한다”는 설명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졌고 사용자 역시 기업별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AI가 아직 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았고, 각 기업이 서로 다른 길을 탐색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AI 개발은 지금과 비교하면 연구 중심에 가까웠다. 새로운 모델 구조를 실험하고 학습 방법을 바꾸고,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가 각자 따로 진행됐다. 

 

대규모 언어 모델이라는 큰 흐름은 같았지만 세부적인 접근 방식은 기업마다 달랐다. 

 

그래서 신기능 하나가 나오면 “이건 저 회사라서 가능한 것”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기술 자체가 곧 경쟁력이었고 그 기술을 얼마나 오래 숨기고 유지하느냐도 중요한 전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이미 변화의 씨앗은 있었다. 논문과 기술 발표를 통해 모델 구조와 학습 기법이 빠르게 공유되기 시작했고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실험 코드와 결과가 축적됐다. 

 

다만 이 때까지는 그 속도가 지금만큼 빠르지 않았고, 기업 내부에서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다시 말해 2023년의 AI 경쟁은 “누가 먼저 연구 성과를 만들었는가”가 중요했던 시기였고 연구와 제품 사이에 아직 간격이 존재했다.


이 간격이 있었기 때문에 기업 간 격차도 유지될 수 있었다. 연구 인력이 많고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었고 사용자는 특정 서비스에서만 가능한 기능을 경험했다. 

 

그래서 AI 뉴스는 기술 그 자체를 중심으로 소비됐고 모델 이름이나 구조가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2023년의 AI 경쟁을 떠올리면 지금과 다른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2024년부터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갑자기 2년 전부터 기업별 AI 기술 수준이 상향평준화되며 빠르게 비슷해진 가장 큰 이유는 연구의 방향이 하나로 모였기 때문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을 만드는 기본 틀은 이미 2023년을 전후해 정리되었고 이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찾기보다 같은 틀 안에서 효율을 높이는 경쟁이 이어졌다. 

 

모델 구조는 트랜스포머 계열로 수렴했고 학습 과정에서는 사전학습 뒤에 인간 피드백을 반영해 조정하는 방식이 사실상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이 단계부터는 기술 자체의 차이보다는 조합과 설정의 차이로 설명되는 영역이 됐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연구와 제품 사이의 간격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논문으로 발표된 기술이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후에는 논문 발표와 동시에 오픈소스 구현이 공개되고 이 코드가 그대로 기업 내부 실험 환경으로 들어가는 흐름이 굳어졌다.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같은 언어로 기술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 때문에 한 회사가 새로운 기능을 공개하면 다른 회사들은 그 기능이 어떤 기술 조합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인프라 환경의 변화도 이 흐름을 가속했다. 과거에는 대규모 연산 자원이 있는 기업만 고성능 AI를 만들 수 있었지만 AI 전용 GPU가 충분히 빅테크들에 보급된 지금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필요한 연산을 즉시 확보할 수 있다. 

 

하드웨어 접근성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성능 격차도 빠르게 좁혀졌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경쟁은 누가 더 새로운 구조를 발명하느냐보다 누가 더 빠르게 기존 기술을 안정적으로 묶어 서비스로 내놓느냐로 이동했다.


사용자 경험 역시 기술 상향평준화를 부추겼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AI의 차이는 미세한 성능 수치가 아니라 답변이 쓸만한지 빠른지 비용이 합리적인지에 달려 있다. 성능이 100과 95로 나뉘어도 체감은 거의 같아진다. 이 상황에서는 선두 기업을 기술로 완전히 앞서지 않아도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AI 기술은 각 기업의 개성이 드러나는 영역에서 공통 인프라에 가까운 영역으로 이동했고 이 변화가 2024년 이후 급격히 진행됐다. 이 시점부터 AI 시장은 기술 격차가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를 설명하는 용어, 하이퍼컴피티션(Hypercompetition)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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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Medium)

 

이 용어의 핵심은 경쟁 우위가 거의 유지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기업이 기술이나 제품에서 앞서더라도 그 차이가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지고 곧바로 비슷한 수준의 경쟁자가 등장하는 시장을 가리킨다. 

 

과거 산업에서는 기술 우위가 몇 년씩 유지됐고 그 시간 동안 시장 지배력이 만들어졌다. 하이퍼컴피티션 환경에서는 이런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위는 생기자마자 사라지고 경쟁은 끊임없이 초기화된다.

 

AI에서 보이는 기술 발전은 전형적인 하이퍼컴피티션 형태를 가지고 있다. AI는 물리적인 생산 공정이 없는 소프트웨어 산업이고 핵심 기술이 이미 공용 언어가 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능이 나와도 공장을 새로 짓거나 설비를 바꿀 필요가 없다. 

 

이미 존재하는 코드와 모델 위에 기능을 얹으면 된다. 이 구조에서는 기술 개발보다 기술 해석과 적용 속도가 경쟁의 중심이 된다. 그래서 AI 시장에서는 선두와 후발의 관계가 고정되지 않고 기능 단위로 계속 뒤집힌다.


하이퍼컴피티션 환경에서는 경쟁의 기준도 바뀐다. 기술 자체는 더 이상 방어선이 되지 못한다. 한 기업이 기술적으로 앞서더라도 그 차이를 독점적으로 유지할 방법이 없다. 대신 누가 먼저 출시했는지보다 누가 더 빨리 따라오고 얼마나 빠르게 확장했는지가 중요해진다. 

 

이 때문에 AI 기업들은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이후에 보완하는 전략을 택한다. 시장에서 자리를 먼저 차지하지 못하면 기술적 우위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의 새로운 전략, AI 핵심 기술을 논문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

 

AI 핵심 기술이 2023년 이후 논문과 오픈소스로 빠르게 공개되기 시작한 이유는 기업들이 순진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이것은 방어 전략이 무력해진 환경에서 선택한 방향 전환에 가깝다. 

 

오래 전부터 모델 구조나 학습 방식은 이미 업계 전반에 공유돼 있었고, 숨긴다고 해서 경쟁사가 모르는 정보가 되는 단계는 지나가 있었다. 오히려 공개하지 않으면 표준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술을 감추는 대신 먼저 공개해 기준을 만들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논문과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정보의 성격을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공개되는 것은 “이렇게 만들면 작동한다”는 기술적 방법론이다. 

 

트랜스포머 기반 구조, 사전학습 이후 조정 방식, 추론 속도를 높이기 위한 최적화 기법 같은 것들이다. 이런 요소들은 이미 여러 연구자와 기업이 동시에 접근하고 있는 영역이라 혼자만 독점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개는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언에 가깝다. 

 

이 분야에서 먼저 공개한 방식이 업계 표준처럼 굳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타의 대형 언어 모델 공개다. 메타는 모델 구조와 학습 방식을 비교적 넓게 공개했지만 그 선택으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전 세계 개발자와 연구자가 해당 모델을 기준으로 실험하고 튜닝해 보면서 관련 도구와 인력이 그 생태계로 몰렸다. 기술을 숨기는 대신 기술의 중심에 서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메타가 공개하지 않은 것은 데이터 수집 방식이나 내부 운영 기준 같은 실제 사업과 직결되는 영역뿐이다.


오픈AI 역시 비슷한 흐름에 있다. 외부에서 보면 GPT 계열 모델은 블랙박스처럼 보이지만 모델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는 학계와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대신 오픈AI는 학습에 쓰이는 데이터의 조합 방식, 내부 평가 기준, 그리고 제품과 요금 설계 같은 부분을 철저히 공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공개되는 기술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영역이고 비공개로 남는 부분은 따라 해도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영역이다.

 

 

결국 오픈소스 공개는 경쟁이 벌어질 무대를 미리 깔고 그 위에서 모두가 뛰게 만드는 행위다. 

 

도로는 무료로 열어두되 그 도로 위에서 돌아가는 핵심 거점과 흐름은 자신이 쥐는 구조로, AI처럼 기술 복제가 빠른 시장에서는 이 방식이 오히려 가장 강력한 지배 전략이 된다.


그래서 지금처럼 일주일마다 서로 다른 기업이 비슷한 신제품을 내놓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오픈소스 공개와 같이 일정 부분 정보를 경쟁사 및 시장과 공유하는 환경에서는 자연히 새로운 양상이 만들어졌다. 비밀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철저히 구분짓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비밀로 하지 않는 것을 가져와 자사에서 비밀로 하는 것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기업들이 끝까지 비밀로 붙잡고 있는 영역은 당연히 돈이 만들어지는 경로다. 

 

가장 먼저 실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사용자 행동 데이터가 있다. 어떤 질문에서 사용자가 멈추는지, 어떤 답변에서 결제로 이어지는지, 어느 순간에 이탈하는지 같은 정보는 논문에도 오픈소스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 데이터는 다음 제품 방향과 수익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재료로서 각 빅테크들의 최고 수준 기밀이다.


두 번째는 비용 구조다. 같은 모델을 써도 기업마다 돈을 버는 능력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론 비용을 어떻게 줄였는지, GPU를 어떻게 묶어 쓰는지, 어느 단계에서 캐시를 활용하는지 같은 운영 방식은 외부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영역은 기술 문제보다는 운영 문제에 가깝고 실제로는 마진을 좌우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성능 수치보다 비용을 줄이는 내부 최적화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세 번째는 제품 설계다. 모델은 공개돼도 사용자가 돈을 내는 구조는 공개되지 않는다. 어떤 기능을 기본으로 주고 어떤 기능을 유료로 묶는지, 어느 시점에 결제를 유도하는지, 일부러 남겨두는 불편함은 무엇인지 같은 판단은 철저한 내부 자산이다. 

 

같은 기술을 쓰더라도 제품 설계에 따라 수익은 전혀 달라진다. 이 차이가 곧 기업 간 격차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일주일 추격”의 정체가 드러난다. B회사가 A회사의 신기술을 보고 일주일 만에 따라오는 것은 일주일 만에 새로운 연구를 해냈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형 AI 기업은 같은 베이스 모델 위에 서로 다른 옵션과 설정을 붙인 수십 개 실험 버전을 이미 내부에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평소에는 비용이나 리스크 때문에 꺼두던 기능들이 있고 경쟁사가 먼저 그 조합을 시장에 공개하면 내부에서는 그 원리에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결합해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옵션을 조합해서 서비스하면 되겠다!” 하고 바로 스위치를 켠다. 

 

외부에서 보면 급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준비되어 있던 것을 요리만 해서 공개 가능한 상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연구가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 실제 경쟁력은 판단 속도에 있다. 어떤 옵션을 언제 켜고 언제 버릴지, 어느 수준에서 시장에 내놓을지를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지금 AI 기업의 내부 경쟁은 출시 결정과 확장 속도를 둘러싼 경쟁에 가깝고, 기술의 구현 가능 여부는 이미 문제가 되지 않은 지 오래이다. 기술이 공개되고 상향평준화된 시장에서 기업들이 끝까지 숨기는 것은 결국 이 판단의 기준과 그 기준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와 운영 체계다. 

 

이 점을 이해하면 AI 산업에서 반복되는 초단기 추격과 오픈소스 공개, 그리고 비슷해 보이는 서비스의 범람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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