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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대가 공포로 바뀐 순간…소프트웨어 기업발 사모신용 위기의 해석

  • 고건 기자
  • 입력 2026.02.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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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말부터 이어지는 미국 증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증시는 2월 첫째 주 이후 단기적으로는 진정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시장이 받아들이는 불안의 성격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이번 하락은 AI가 기대만큼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와 달리 AI가 기존에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오던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업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잇달아 공개한 기업용 AI 모델은 회계 분석, 법률 검토, 금융 데이터 처리, 코드 작성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모습을 시연했고 이는 그동안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이 팔아오던 핵심 기능을 AI가 통째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똑똑히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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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구글 주식)

 

이 여파로 금융 데이터 회사와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 SaaS(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업 주가가 연쇄적으로 하락했고 시장에서는 이 현상을 ‘사스포칼립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것이 미국주식 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한 방식이다. 지난 10여 년간 은행 대신 사모펀드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규모로 자금을 빌려주며 키워온 사모신용 시장이 함께 거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이슈를 모른다면 최근 나스닥 조정과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공포, 나아가 금과 은, 비트코인까지 동반 약세를 보인 배경을 연결해 보기 어렵다. AI가 기존 산업과 금융 구조에 어떤 방식으로 충격을 주는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AI 기술이 본격적인 확장기에 이른 지금,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슈이다.

 

앤트로픽과 오픈AI가 공개한 새로운 기업용 AI 모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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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앤트로픽, 오픈AI)

 

2026년 2월 초, 앤트로픽은 Opus 4.6을 공개했고 오픈AI는 GPT-5.3-Codex를 공개했다. 이들은 AI를 선도하는 앤트로픽과 오픈AI가 본격적으로 개발한 기업용 AI 모델이다. 기존의 대화형 AI와 달리 하나의 질문에 답변만 제시하는 방식에서 더 진보해 실제 기업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는 구조를 보여줬다. 

 

특히 회계, 법률,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처럼 그동안 사람과 전용 소프트웨어가 함께 처리해온 업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회계 분야에서는 엑셀 파일과 재무제표를 입력하면 수치를 해석하고 이상 징후를 찾아내며 그 원인을 설명한 뒤 보고서 초안까지 자동으로 작성한다. 

 

법률 업무에서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계약서를 한 번에 분석해 위험 조항을 식별하고 수정 문구를 제안한다. 금융 데이터 분석에서는 기업 공시와 시장 데이터를 종합해 실적 변동의 배경을 서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에서는 버튼 한 번으로 프로그램 전체 구조를 설계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테스트 코드까지 생성해 실행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AI가 AI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핵심은 이 기능들이 하나의 업무 흐름 안에서 동시에 처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시연은 기존에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제공하던 핵심 가치가 단일 AI 모델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확산시켰다. 동시에 엄청난 공포도 불러왔다.

 

회계 소프트웨어, 법률 데이터베이스, 금융 정보 서비스, SaaS 도구들이 각각 담당하던 역할이 AI 하나로 묶이면서 해당 기업들의 제품이 빠르게 효용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AI가 이미 수익을 내고 있던 소프트웨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위협한다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금까지 미국 증시가 AI 기대감으로 상승해온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인식 변화는 기술주 전반의 평가 기준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갑자기 시장의 관심은 AI가 언제 돈을 벌 것인가에서 AI가 기존에 돈을 벌고 있던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어떻게 파괴할 것인가로 이동했고 이 전환이 이후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 급락과 연쇄적인 불안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많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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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구글 주식)

 

앤트로픽이 Opus 4.6을 공개한 직후 가장 먼저 흔들린 종목들은 법률 정보와 금융 데이터, 전문 리서치 소프트웨어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오던 기업들이었다. 팩트셋, S&P 글로벌, 리걸줌, 톰슨 로이터 등은 AI 발표 이후 짧은 시간 안에 주가가 급락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회계 분석, 법률 문서 검토, 금융 데이터 정리처럼 반복적이지만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소프트웨어 형태로 판매해온 기업들이다. 시장은 이 영역이 기업용 AI 모델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오픈AI가 GPT-5.3-Codex를 발표하자 반응은 SaaS 전반으로 확산됐다. 고객 관리와 영업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온 세일즈포스닷컴을 비롯한 대형 SaaS 기업 주가가 연쇄적으로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나 단기 실적과 관계없이 해당 산업 전체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 ‘사스포칼립스’라는 표현은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기능을 흡수하면서 해당 산업 전반이 붕괴되는 시나리오를 상징적으로 지칭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반응이 이미 수익을 내고 있던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시장은 AI가 사실은 거품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AI가 기존 시장을 잠식하고 역사와 전통을 가진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파괴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AI 전반에 대한 리스크로 급격히 확산된 배경은?


소프트웨어 기업 사모신용 때문이다. 이는 은행 대신 사모펀드나 사모신용 전문 운용사가 소프트웨어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 구조를 의미한다. 

 

지난 10여 년간 이 시장이 급격히 커진 이유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 구조가 대출자 입장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은 매달 현금이 반복적으로 유입되고 고객 이탈률이 낮으며 제조업처럼 공장이나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고정비 부담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기업은 경기 변동에도 현금 흐름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사모펀드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전략을 대규모로 확대했다.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위험 중수익 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진 환경도 사모신용 자금이 이 영역으로 몰리는 데 영향을 줬다. 사모신용은 주식 투자와 달리 기업의 성장성이나 주가 상승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대출 계약을 통해 정해진 이자와 만기 상환이 핵심이며 기업 가치가 오르든 내리든 현금 흐름이 유지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한 주 동안 주가가 급락한 법률 소프트웨어, 금융 데이터 기업 상당수가 바로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대출 대상이었다. 

 

이제 앤트로픽과 오픈AI의 기업용 AI 모델이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 기업의 장점으로 여겨졌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소프트웨어 기업 사모신용은 그동안 조용히 성장해온 영역이었지만 AI가 기존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출의 안전성 자체에 물음표가 찍힌 것이다. 즉, 사모펀드(또는 사모신용 운용사)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에 빌려준 자금이 실제로 회수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이 줄어들면 이 기업들이 사모신용을 통해 빌린 돈의 이자와 원금을 제때 상환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해진다. 시장의 불안은 여기서 한 단계 더 확장됐다. 

 

사모신용 운용사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온 동시에 최근 기술 트렌드를 쫓아 몇 년간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네트워크 설비 등 AI 인프라 투자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왔다. 이로 인해 하나의 연결 고리가 형성됐다. 

 

AI가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상환 능력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이는 해당 기업에 돈을 빌려준 사모신용 운용사의 재무 안정성으로 번진다. 동시에 같은 사모신용 자금이 투입된 AI 인프라 투자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제기됐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 구조는 AI가 성장을 이끄는 동시에 기존 금융 구조를 압박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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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구글 주식)

 

실제로 블루아울 캐피털과 같은 사모신용 기업 주가가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 하락과 함께 급락하면서 이러한 연결 논리가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AI 기술 발전이 금융 시스템의 특정 축을 건드려 일종의 신용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정말로 시장이 걱정하는 것처럼 AI 기술의 발전이 소프트웨어 기업발 AI 신용 위기를 일으킬까.

 

단적으로 말하면 확률이 0은 아니지만, 높지도 않다. 주가 하락과 기업의 실제 상환 능력을 분명히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주식은 성장 기대가 꺾이는 순간 가격이 급격히 조정될 수 있지만 대출은 남은 기간 동안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가 전부다. 

 

블루아울 캐피털과 같은 사모신용 기업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 방향이나 장기 성장 스토리에 베팅하는 구조가 아니라 계약에 따라 현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며 그럴 생각도 없다. 오로지 이들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며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다. 실제로 블루아울 캐피털의 경우 소프트웨어 관련 대출은 전체 운용자산에서 일부에 불과하고 그중 상당수가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가장 먼저 회수할 수 있는 선순위 담보 대출로 구성돼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잔존 만기다. 사모신용 시장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전제로 대출 만기를 길게 가져가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출은 몇 년 내로 만기가 도래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이 기간 동안 기업이 현금을 벌고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AI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한 리걸줌이나 톰슨 로이터 같은 기업들은 기대가 꺾이면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매출과 영업현금흐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들은 대출 상환을 중단할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 

 

그리고 시장이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는 소프트웨어 산업 내부에서도 사모신용 자금이 주로 향한 영역은 금융, 헬스케어, 대기업 내부 시스템처럼 규제와 관행에 깊이 묶여 있고 쉽게 교체하기 어려운 핵심 업무 소프트웨어다. AI 모델이 기능적으로 더 뛰어나더라도 기업 전체 프로세스를 단기간에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구조를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한글과컴퓨터다. 한글과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인 한글은 기능과 확장성, AI 연동 측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나 구글 문서보다 열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성장 기대도 높지 않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코파일럿(Copilot), 구글 문서는 제미나이(Gemini)라는 세계 최강급의 AI 모델을 접목시켜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한글과컴퓨터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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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NGuide 한글과컴퓨터 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의 업무 체계에 깊게 자리 잡은 파일 형식과 관행 때문에 사용이 지속되고 있으며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더 나은 대안이 존재해도 오랜 기간 구축된 업무 프로세스를 단기간에 교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때문에 한글과컴퓨터는 주식 시장에서는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를 제공하지 못하지만 현금 흐름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기업으로 분류된다. 

 

만약 한글과컴퓨터에 돈을 빌려준 사모신용 운용사가 있다면 기술 트렌드 변화만으로 즉각적인 회수 실패를 우려할 이유는 크지 않다. 이번 소프트웨어 기업 사모신용 논란도 이와 유사하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이 당장 현금을 벌지 못하게 되는지와 대출 상환이 중단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래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 급락, 그와 연계된 미국 증시의 하락은 기대 변화의 반영일 수 있고 충분히 이해 가능하지만 그것이 그대로 AI 업계 전반의 신용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번 사모신용 리스크 논의는 주식 시장의 공포가 채권 구조에 그대로 투영된 측면이 강하며 현금 흐름과 만기 구조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시장이 소프트웨어 기업발 사모신용 위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려는 실제보다 지나치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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