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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의 CDS 프리미엄 폭등이 AI 거품의 전조라고?

  • 고건 기자
  • 입력 2025.11.22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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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 버블의 위험성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사건이 시장에서 포착됐다. 지난 몇 달 사이 조용히 진행된 오라클의 CDS 프리미엄 급등이다. 신용시장의 체온계 역할을 하는 CDS 프리미엄이 이례적으로 뛰어오르면서 투자자들이 “AI 자금 흐름이 너무 과열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다시 꺼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오라클 CDS 프리미엄이 무엇인지, AI 거품론이 오라클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전에 먼저 간단한 배경지식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오라클은 무엇을 하는 기업인가.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오라클은 전 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사실상 만들어온 회사다. 핵심 사업은 데이터베이스와 ERP 솔루션이고 여기에 클라우드 인프라, 보안 서비스, AI 기반 업무 자동화까지 붙어 기업 IT의 뼈대 역할을 맡는 회사이다. 

 

ERP 솔루션은 기업이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한 군데에서 관리하도록 만들어주는 ‘회사 운영 종합 시스템’이다. 생산, 재고, 회계, 인사, 구매, 판매 같은 조직의 핵심 기능들이 원래는 각각 다른 프로그램이나 엑셀 파일로 흩어져 있는데 ERP는 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위에서 동시에 돌아가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부서 간 정보가 끊기지 않아 사람과 시간이 덜 낭비된다. 쉽게 말해 회사의 모든 혈관을 하나의 중심 신경망에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ERP이고 오라클은 이 분야의 대표적인 글로벌 강자다.

 

현재는 미국 정부 기관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오라클 시스템을 쓰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전통적으로 안정성과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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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25년 11월 들어 오라클 주가가 고점 대비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일단 표면적인 이유를 먼저 설명하면 이렇다. 오라클이 AI 클라우드 경쟁에서 갑자기 돌파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시장의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붐 이후 모두가 데이터센터와 GPU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상황에서 오라클의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AI 관련 자본지출이 급증하면서 회사의 미래 마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증설, 전력망 확보, GPU 조달 비용이 동시에 치솟는 구간이 겹치면서 오라클은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사들인 GPU의 감가상각을 실제보다 더 적게 잡았다는 의혹에 휘말렸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여기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같은 초대형 인프라 사업 참여가 장기 성장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채무 증가 가능성을 키운다는 인식도 주가 하락을 자극한 요소였다.

 

그러나 오라클의 주가 하락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최근에는 오라클의 CDS 프리미엄이 폭등한 것이 훨씬 더 큰 문제로 부상했다.

 

CDS 프리미엄이 무엇인가.

 

CDS는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의 약자로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드는 보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라클처럼 규모가 큰 기업은 주식만으로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채권을 못 갚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을 대비해 보험료를 지불하고 위험을 넘기는 구조다. 

 

보험을 사는 쪽은 매년 일정 금액을 내고 보험을 파는 쪽은 실제 부도나 이자 지급 불이행, 강제 채무 조정이 발생하면 손실을 대신 보전한다.


시장에서는 국가나 기업의 CDS 프리미엄 수준을 자주 언급하는데 예컨대 ‘100bp’라는 말은 원금 1억 원 기준 대략 연 100만 원가량의 보험료를 내는 수준을 의미한다. CDS는 회사가 실제로 위험해질 경우에도 뛰지만 시장이 불안해져 미리 헷지를 하려는 수요가 몰릴 때도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신용시장의 체온계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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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블룸버그, BondbloX)


오라클은 시가총액 5,6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기술기업이며 장기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도 활발하다. 예컨대 ISIN US68389XDR35 채권은 2055년 만기, 연 5.95% 쿠폰으로 발행된 35억 달러 규모의 투자등급 장기물이다. 

 

이처럼 신용도가 높은 대형 기업의 CDS는 평소 변동성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오라클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이 약 40bp 수준에서 100bp 이상으로 급등한 것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CDS 프리미엄이 폭등하면 시장은 이를 기업의 부도 확률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CDS 프리미엄은 본질적으로 “이 기업이 빚을 못 갚을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보험료”이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떠안아줄 사람이 줄어들었거나 위험을 떠안으려면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즉 시장이 체감하는 부도 확률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라클이 곧 부도가 난다는 의미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오라클의 재무 상태부터 확인해 보면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신용 리스크가 터질 만한 지점도 딱히 없다.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폭발적인 성장률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두터운 현금흐름이다. 

 

전 세계 기업용 데이터베이스와 ERP 시장을 사실상 장악해 놓은 덕분에 매년 꾸준히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구독료와 유지보수 매출이 회사의 기반을 만든다. 

 

이미 수십 년 동안 글로벌 대기업들의 핵심 시스템에 깊이 박혀 있어 쉽게 대체되지 않는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오라클을 AI 시대의 성장 스토리보다는 ‘현금이 안정적으로 쌓이는 기업’ ‘어떤 상황에서도 버티는 체력 좋은 회사’로 보는 시각이 더 강하다.

 

오라클의 CDS 프리미엄이 폭등한 이유

 

그렇다면 오라클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라클의 경우에는 회사가 불안해서 CDS 프리미엄이 뛴 것이 아니라 오히려 CDS에 투자하기 가장 적합한 기업이 오라클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얼핏 들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오라클이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포함해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망 확보, GPU 도입, 냉각 시스템 설치 등 자본지출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시장에서는 “앞으로 오라클이 채권을 많이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투자 확대만으로 CDS가 폭등할 정도의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라클은 여전히 막대한 현금 흐름을 보유하고 있어 신용 리스크 자체가 급등할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이유는 AI 투자 과열과 헷지 수요의 결합이었다. 2025년 가을부터 시장 전반에서 AI 관련 자산에 돈이 급격히 몰렸고, AI 부문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 기관 투자자들은 혹시 모를 AI 거품을 대비해서 이를 헷지(Hedge, 위험 분산)할 방법이 필요했다. 

 

왜 엔비디아나 AMD 같은 기업이 아니라 오라클 같은 기업의 CDS로 헷지를 하려고 하나.

 

문제는 AI 포지션을 신용상품으로 헷지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데 있었다. 엔비디아나 AMD 같은 대표적인 AI 기업들은 큰 시가총액에도 불구하고 CDS 거래량과 유동성이 거의 없었다. 이 회사들이 애초에 채권시장에 적극적으로 의존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CDS는 기본적으로 빚(회사채)이 많고 그 회사채를 사는 기관투자자들이 많은 기업에서 활성화된다. 보험의 원리가 그렇듯 위험에 대비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야 시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엔비디아와 AMD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성장 과정에서 주식 발행이나 내부 현금흐름을 통한 투자가 중심이었고 채권 발행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 자체가 적었다. 

 

투자자가 적으니 위험을 헷지하려는 사람도 없고 헷지 수요가 없으니 CDS 시장도 얇아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거래해줄 사람 자체가 없으니 시장이 생기지 않는다”는 특성이 작동한 것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다음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AI 인프라와 깊게 연결되어 있고, 규모가 크며, CDS 시장에서 유동성이 충분한 기업이다. 이 필터를 통과하는 대표적 후보가 바로 오라클이었다. 


AI 버블을 우려한 기관 투자자들은 오라클 CDS를 매수해 헷지 포지션을 구축했다.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확장에 깊게 관여하면서도 CDS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한 점이 오라클을 선택한 이유였다. 그 결과 보험을 사려는 수요가 갑자기 몰리면서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오라클의 부도 위험이 커진 것이 아니라 시장이 AI 과열을 의식하며 급하게 안전벨트를 찾는 과정에서 오라클이 ‘헷지 수단’으로 콕 집어 선택된 셈이다. ‘살 만한 AI 관련 보험이 이것밖에 없어, 이 보험을 사려는 사람만 갑자기 늘어난 것’에 가까운 현상이다. 

 

보험을 사려는 사람이 늘면 CDS 프리미엄이 오르는 원리

 

CDS는 결국 부도를 대신 떠안아줄 사람(보험 판매자)과 위험을 넘기고 싶은 사람(보험 구매자) 사이의 거래다. 그런데 보통 시장에서는 위험을 넘기고 싶은 사람이 훨씬 많고 그 위험을 받아주려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이때 보험을 사려는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면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쉽게 말해서 보험을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보험사는 가격을 올린다는 아주 기본적인 시장 원리이다. 그래서 CDS 프리미엄이 오를 때는 두 가지 의미가 동시에 깔려 있다.


○ 시장이 실제로 위험이 높아졌다고 느끼는 경우

○ 위험 여부와 상관없이 헷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


이번 오라클 사례는 바로 두 번째 이유가 크게 작용한 대표적 케이스였다.

 

평온한 빅테크 회사채 시장

 

최근 회사채 시장 보고서에서는 오라클의 CDS 프리미엄만 올랐을 뿐 마킷 CDX 등 광범위한 신용지표나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기술기업들의 5년물 회사채는 큰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크더라도 압도적인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추가 차입 부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적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런 기업들이 AI에 투자한다는 것은 저축이 많아 사치품을 하나 사는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CDS가 움직일 여지를 거의 두지 않는다.


만약 AI 버블이 진짜로 터졌다면 이런 빅테크 기업들의 CDS 프리미엄이 함께 올라야 한다. 따라서 오라클 CDS 급등만으로 시장 전체를 과민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오라클이 AI 헷지 수단으로 쓰일 만큼 시장이 과열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며, AI 관련 자금 흐름이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투자자들이 뒤늦게라도 리스크 관리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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