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최신 HBM3E 메모리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30일 서울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연달아 만나 AI 반도체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삼성의 12단 적층 구조를 가진 HBM3E가 엔비디아의 검증 절차를 통과하면서 공급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이끌던 시장 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3분기 메모리 부문 매출이 26조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0% 넘게 늘었으며 HBM3E를 포함한 고부가 메모리 제품 판매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세대의 HBM3E 제품은 모든 고객사에 공급되고 있다”며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미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고 내년 대량 양산을 목표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HBM3E는 기존 세대보다 전송속도와 효율이 향상된 고성능 메모리다. 12단 적층 구조로 만들어져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1.2테라바이트에 달하며 메모리 용량도 24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GPU처럼 엄청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 꼭 필요한 부품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에 이 제품이 탑재되면 연산 속도는 크게 빨라지고 전력 효율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력은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주요 HBM 공급을 담당해온 SK하이닉스의 생산 차질과 수율 문제로 차세대 GPU 일정이 밀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삼성 제품이 새로 추가되면 공급 안정성과 가격 협상력이 동시에 높아진다.
젠슨 황은 서울 도심의 한 식당에서 이재용 회장과 비공식 회동을 가졌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공급계약 확정 단계로 보고 있다. 삼성의 평택 공장에서는 이미 엔비디아용 12단 HBM3E 양산 설비가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구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메모리 사업은 이번 계약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작년까지 AI 반도체 열풍 속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삼성은 올해 들어 HBM 생산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김재준 부사장은 “내년 수요는 공급을 훨씬 웃돌 것”이라며 “AI용 메모리의 수익성이 기존 제품보다 월등하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내년 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AI 서버 수요일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이번 협력으로 GPU 생산 안정성을 확보했다. 회사의 시가총액은 최근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올라섰고 젠슨 황은 “AI의 미래는 메모리와 컴퓨팅의 결합에 달려 있다”며 “삼성과의 협력은 그 핵심을 강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만나 자율주행·로보틱스 분야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 플랫폼을 현대차의 전장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향후 양사 공동개발 프로젝트로 발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엔비디아 협력이 AI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신호라고 분석한다. HBM3E 공급을 계기로 삼성은 하이닉스·마이크론과 함께 시장의 ‘3대 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상반기 양산 예정인 HBM4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면 삼성의 메모리 점유율은 2026년까지 10%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메모리 경쟁은 이제 기술력보다 공급 안정성이 승부를 가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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