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이 10월 들어 다시 꺾였다. 관세청이 10월 21일 발표한 ‘10월 1~20일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해당 기간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301억 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줄었다. 단기적인 감소 폭이지만 자동차·통신기기 등 주력 제조업의 부진이 겹치면서 수출 회복세가 다시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번 감소는 명목 수치로만 보면 낙폭이 작아 보이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10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조업일수는 10.5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2.5일보다 2일 줄었다.
조업일수를 보정한 일평균 수출액은 28억 7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억 2천만 달러보다 오히려 9.7% 늘었다. 겉으로는 수출이 줄었지만 하루 기준으로는 물량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시선은 불안하다. 수출액이 줄어든 근본 원인이 주요 교역국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압박, 중국 경기 둔화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대비 24.7% 급감했다. 베트남(-10.0%)과 중국(-9.2%)으로의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대만으로의 수출은 58.1% 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만은 반도체 수출의 주요 거점이어서 특정 품목 중심의 반짝 회복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산업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0.2% 증가하며 전체 수출을 방어했지만,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각각 25.0%, 17.7% 줄었다. 유가 하락세가 이어졌음에도 석유제품과 선박 수출은 각각 10.9%, 11.7% 늘었다.
산업 구조상 고부가가치 제품보다 중간재 중심의 품목이 여전히 주력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반도체의 반등이 수출 감소 폭을 줄였으나 그 외 제조업 전반의 수요 위축이 뚜렷해 ‘편향된 회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자동차 수출 급감은 미국의 관세 인상과 맞물려 있다. 최근 미국이 자국산 전기차 우대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산 차량의 현지 판매가 위축됐다. 관세 부담이 커지면서 완성차 수출량이 전년 대비 급격히 줄었고 부품·소재 기업들 역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부품 납품 단가가 낮아진 데다 환율 변동으로 이익이 줄었다며 “내년 수출계약 물량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면 반도체와 석유제품, 선박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반도체의 경우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회복되며 단가가 안정세를 보였고 선박은 유럽과 중동 지역의 친환경 발주가 이어졌다. 석유제품은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수출 단가가 올랐다.
다만 이들 품목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다른 산업의 부진을 완전히 보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수입 역시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원자재 수입 감소와 글로벌 원유 가격 하락이 주된 원인이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2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몇 달간 흑자를 유지하던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은 올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조업일수 감소에 따른 일시적 하락이라고 진단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올해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 통계상 일시적인 감소가 발생했다”며 “일평균 수출이 증가한 만큼 수출 체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 중국 경기 부진, 글로벌 교역 둔화가 겹치고 있다며 수요 구조가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계가 내년 초 경기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무역협회는 “글로벌 교역량이 회복되지 않는 한 단기 반등은 어렵다”며 “미국 금리 정책과 중국 내수 부양책의 속도에 따라 수출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수치는 한국 수출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와 조선,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에 의존한 성장 모델은 세계 경기 변동성에 취약하고 자동차·전자·기계처럼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은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수출이 흔들릴 때마다 산업 전체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출 회복을 위해서는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수출 비중을 줄이고 인도·중동·남미 등 신흥국 시장 개척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 수출업체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한 금융 지원과 물류비 절감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 무역진흥대책 회의를 열고 수출 보험 한도 확대, 중소기업 수출바우처 지원 등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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