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한국 증시의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였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3600선을 넘어서며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상승세를 보였다.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두 종목은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 전체를 끌어올렸다.
반도체주가 이 정도로 폭발적으로 움직인 것은 국내 수급 이유보다는 글로벌 투자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연휴 동안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와 AI(인공지능) 관련 기술주가 강하게 반등했고 그 낙관론이 국내 시장에 그대로 번졌다.
AI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로 몰렸다. 장 시작부터 코스피는 1%대 상승으로 출발했고 오전 중 3610선을 돌파했다. 거래소 집계 기준 반도체 업종 지수는 이날 하루 동안 5.8% 넘게 뛰어 전체 산업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9만 원대 초중반으로 올라서며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고 SK하이닉스는 43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AI 시장의 확장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혔다. 최근 오픈AI가 AMD와 손잡고 새 GPU(그래픽처리장치) 칩을 대량 도입하기로 하면서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란 전망이 퍼졌다. GPU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고 계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이런 계약이 늘어날수록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함께 뛴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신형 AI 모델이 복잡한 추론 단계로 진입했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층 커졌다. 결국 AI는 다시 성장한다는 확신이 시장 전체를 움직인 셈이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들어온 것도 랠리를 키운 요인이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량 순매수를 이어갔고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한 달 새 200조 원 넘게 불어났다. 반도체가 시장 전체를 주도하는 구도가 굳어지면서 관련 종목들까지 줄줄이 상승했다.
한미반도체는 13% 넘게 뛰었고 피에스케이홀딩스, 제주반도체, 코미코, DB하이텍 같은 중견 반도체주도 모두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형주만의 랠리가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불이 붙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등을 단기 이벤트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메모리 반도체 교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고,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면 메모리 가격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주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차세대 AI 칩을 도입하면서 DDR5와 HBM 같은 고성능 메모리 생산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점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력과 생산능력 모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반도체 랠리가 실적보다 기대에 앞서간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AI 시장의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실제 수익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반도체 쏠림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 장기금리 변동이나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시장 분위기는 오랜만에 ‘대장주가 전체 시장을 이끌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개인투자자들도 다시 반도체주로 몰렸고 거래대금의 절반 이상이 관련 종목에 집중됐다. 투자자들은 실적보다 ‘미래 수요’에 베팅했고 그 기대감이 하루 동안 지수를 통째로 밀어 올렸다.
반도체는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AI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이번 랠리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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