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전쟁 비용에 금고 연 러시아…10개월째 금 팔아 보유량 6년 만에 최저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28 23:07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러시아 중앙은행이 10개월 연속 금을 내다 팔면서 보유량이 2019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불어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매각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9월 한 달간 금 20만 트로이온스를 매각했다. 트로이온스는 귀금속 거래에 쓰는 무게 단위로 1트로이온스는 약 31.1g이다. 이번 매각량은 약 6.2t에 해당한다. 이로써 10월 1일 기준 러시아의 국가 금 보유량은 7280만 트로이온스(약 2264t)로 줄었다.


러시아는 2025년 12월부터 매달 보유 금을 줄여왔다. 이 기간 누적 매각량은 약 62t으로 199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연속 매각이다. 당시 러시아는 루블화 폭락과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속에 6~9월 넉 달 동안 118t을 팔았다. 영국 귀금속 거래업체 불리언볼트는 현 추세라면 올해 매각량이 79t을 판 2000년 이후 최대치가 될 것으로 봤다.


금 보유고의 달러 환산 가치는 9월 말 기준 3016억 달러로 한 달 전 3335억 달러에서 9.6% 줄었다. 매각에 국제 금값 하락까지 겹친 결과다. 전체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에서 41.2%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전체 국제준비자산은 7317억6000만 달러로 4.8% 감소했다.


매각 배경에는 재정적자가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9월 올해 연방 재정적자 전망치를 7조3450억 루블로 올려 잡았다. 국내총생산(GDP)의 3.2%로 예산법에 정한 3조7860억 루블(GDP의 1.6%)의 두 배 수준이다. 1~9월 누적 적자는 이미 5조1860억 루블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석유·가스 수입은 5조4710억 루블로 1년 전보다 17.2% 줄었다. 반면 국방·안보 지출은 올해 연방 예산의 38%를 차지할 전망이다.


금은 국부펀드를 거쳐 시장에 풀린다. 러시아 국가복지기금(NWF)은 석유·가스 수입을 쌓아 만든 정부의 비상금 성격 기금으로 재무부가 운용한다. 재무부가 기금의 금을 팔아 예산을 메우면 중앙은행이 실제 거래를 집행하는 구조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금 보유량 감소는 재무부와 기금의 운용을 반영한 것이며 일부는 기념주화 제조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서방 제재도 금 매각을 부추겼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달러·유로 자산을 동결하면서 기금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금과 중국 위안화 정도만 남았다. 기금의 금 보유량은 2022년 5월 555t에서 2025년 말 약 160t으로 줄었다. 

 

러시아 투자회사 피남의 알렉산드르 포타빈 애널리스트는 석유·가스 수입 감소로 기금 자산 매각이 늘었고 외화 유동성 부족과 높은 국제 금값도 매각 확대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엘리나 리바코바 연구원은 금 매각을 러시아에 다른 유동 자산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매각된 금은 주로 러시아 국내 은행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소비자들이 2024년 사들인 금은 75.6t으로 연간 생산량의 약 25%에 달한다. 수출길은 중국으로 열려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러시아산 금 거래를 제재했지만 중국과 홍콩은 동참하지 않았다. 

 

불리언볼트가 홍콩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홍콩이 들여온 러시아산 금은 112.7t으로 지난해 연간 수입량 92.1t을 이미 넘어섰다. 홍콩의 비통화용 금 수입에서 러시아산 비중은 2021년 0.6%에서 약 15%로 뛰었다. 비통화용 금은 중앙은행 준비자산이 아닌 투자·장신구·산업용으로 거래되는 금을 말한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금 생산국으로 연간 생산량이 300t을 넘는다. 2014~2019년에는 약 1200t을 사들인 세계 최대 금 매입 중앙은행이었다. 연속 매각에도 여전히 세계 6위 금 보유국이다.


세계 중앙은행 금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8월 각국 중앙은행은 금 39t을 순매입했고 올해 누적 순매입은 약 170t이다. 중국은 22개월 연속 금을 사들여 보유량을 2387t으로 늘렸고 폴란드는 올해 최대 매입국에 올랐다. 올해 금을 대량 순매도한 나라는 튀르키예(82t)와 러시아 정도다.


국제 금값은 21일 소폭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코멕스)에서 10월 인도분 금 선물은 0.2% 오른 온스당 4130.50달러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틀 연속 하락한 영향이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라서 금리가 내리면 상대적 매력이 커진다. 10월 인도분 은 선물은 0.5% 내린 온스당 57.422달러에 거래됐다. 

 

인도 증권사 코탁네오의 카이낫 차인왈라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주요 미국 경제지표 발표가 없어 채권시장과 국제유가 흐름이 금 거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상하이 금 가격은 g당 885위안 아래로 내려가 10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하이 금값이 런던 시세보다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상하이 프리미엄은 온스당 3달러로 좁혀졌다. 프리미엄이 낮을수록 중국으로 금을 들여올 유인은 약해진다.

 

(썸네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 와이이코노미 & yeconomy.ai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전쟁 비용에 금고 연 러시아…10개월째 금 팔아 보유량 6년 만에 최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