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가 23일(현지시간) 경기 둔화 신호와 중동 불안, 기업 실적 충격이 한꺼번에 겹치며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0.3% 내린 채 마감해 주간 기준 1% 넘게 떨어졌다. 장중 영국 FTSE100은 0.32%, 독일 DAX는 0.54%, 프랑스 CAC40은 0.77% 내렸고 DAX는 2주 만의 최저치까지 밀렸다.
투자 심리를 짓누른 것은 유로존 경기 지표다. S&P글로벌이 집계한 10월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는 51.9로 전월 53.1에서 내려갔다. PMI는 기업 구매 담당자에게 생산과 주문, 고용 상황을 물어 산출하는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을 뜻한다.
이번 수치는 6월 이후 최저로 시장 전망치 52.7에도 못 미쳤다.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와 운송비가 오르며 원가 부담은 두 달 연속 커졌다. 그러나 판매 가격 인상 속도는 오히려 둔화해 기업들이 늘어난 비용을 가격에 다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P글로벌은 높아진 금리가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CB는 29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부진의 진원지는 프랑스다. 프랑스 종합 PMI는 48.4로 전월 51.1에서 급락해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서비스업(48.4)과 제조업(49.3) 모두 기준선을 밑돌았고 제조업은 11개월 만의 최저였다. 고객사들이 결정을 미루며 수요는 5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줄었고 기업들은 6개월 연속 인력을 감축했다.
내년 봄 대선을 앞둔 정치 불안과 재정 우려가 겹치면서 전날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5.142%로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가 프랑스 국채에 요구하는 추가 이자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도 177bp(1bp=0.01%포인트)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독일 종합 PMI 역시 53.8에서 52.8로 낮아졌다.
영국에서는 9월 소매판매량이 전월보다 0.4% 줄어 예상치(-0.1%)보다 감소 폭이 컸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에 가을 의류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10월 GfK 소비자신뢰지수는 -24로 한 달 새 11포인트 급락해 2020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기뢰에 부딪혔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번 주 5개월 만에 배럴당 111달러를 넘어섰다.
종목별로는 중국발 충격이 컸다. 볼보자동차는 장중 최대 32% 폭락해 사상 최저가로 떨어진 뒤 24% 하락 마감했다. 3분기 매출은 669억 크로나로 23% 줄었고 영업손익은 56억 크로나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 매출이 50% 가까이 감소했는데 회사는 현지 신생 업체들과의 과열 경쟁과 가격 압박을 원인으로 꼽았다. 볼보자동차는 2500명을 감원하고 비용 50억 크로나를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는 유럽에서 개발한 차량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찌 모회사 케링은 장중 16%까지 급락했다. 3분기 매출은 33억4500만 유로로 환율과 사업 구조 변화 효과를 뺀 동일 기준으로 1% 줄었다. 구찌 매출은 12억9100만 유로로 6% 감소했다. 중국 본토와 일본에서 매장 방문객이 줄어든 탓이다. 케링은 연말까지 매장 125곳을 닫기로 했다.
반면 로레알은 3분기 매출이 115억6000만 유로로 11.9% 늘어 주가가 5% 가까이 올랐다. 방산 업체 사브도 우크라이나향 그리펜E 전투기 16대(246억 크로나) 계약에 힘입어 3분기 수주액이 658억 크로나로 3배 넘게 늘었다. 영업이익은 19억4500만 크로나로 42% 증가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사브 주가는 1.8% 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bp 오른 4.99%, 영국 10년물은 1bp 오른 5.34%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은 3.34%로 보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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