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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잇는 칩…AI 데이터센터 '연결 병목' 뚫는 CPO 상용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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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경쟁의 초점이 연산에서 연결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은 얼마나 빠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지만 데이터센터가 커지면서 수천에서 수만 개에 이르는 GPU를 얼마나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이어 붙이느냐가 새로운 걸림돌로 떠올랐다. 

 

해법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코패키지드옵틱스(CPO·Co-Packaged Optics)다.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전송하는 광학 부품을 데이터를 처리하는 스위치 칩 바로 옆에 붙이는 방식이다. 2026년은 이 기술이 시제품 단계를 넘어 양산에 들어서는 첫해가 됐다.


데이터센터 안에서 칩과 칩은 오랫동안 구리선으로 연결돼 왔다. 데이터센터 규모가 작고 주고받는 속도가 느릴 때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AI 연산이 폭증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GPU 수가 늘수록 칩과 서버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가 급증하는데 구리 케이블은 속도를 높일수록 신호가 급격히 약해지고 전력을 더 소모한다. 

 

신호가 안정적으로 도달하는 거리도 짧아진다. 데이터가 지나는 통로 하나(레인)당 전송 속도가 초당 100기가비트를 넘어서면서 이 한계가 뚜렷해졌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부품을 별도 모듈로 만들어 스위치 앞면에 꽂아 쓰는 착탈식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필요할 때 뽑아 교체할 수 있고 제조사가 달라도 호환되며 값이 싸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만 전기 신호가 스위치 칩에서 출발해 기판 위 구리 배선을 수 인치 지나 앞면 모듈까지 가야 해 그 과정에서 저항과 열, 지연이 생긴다. 속도가 오를수록 신호 손상을 바로잡는 보정 장치까지 붙어 전력 소모가 늘어난다.


CPO는 멀리 떨어져 있던 광학 부품을 스위치 칩과 같은 기판 위 바로 옆으로 옮긴다. 전기 신호가 지나는 거리를 수 인치에서 수 밀리미터로 줄이는 것이다. 그만큼 신호 손실과 전력 소모가 줄고 한 번에 처리하는 데이터 양은 늘어난다. 

 

효과는 전력 수치로 확인된다. 엔비디아는 초당 1.6테라비트급 연결에서 착탈식 부품을 CPO로 바꾸면 연결 하나당 전력이 30와트에서 9와트로 약 70% 줄어든다고 밝혔다. 

 

메타가 지난해 유럽광통신학회에서 공개한 자료에서도 착탈식 부품이 800기가비트 전송에 약 15와트를 쓰는 반면 브로드컴 CPO 스위치는 같은 용량에 약 5.4와트를 써 65% 절감 효과를 나타냈다.


대부분의 CPO 제품은 열을 많이 내는 레이저 광원을 패키지 바깥에 두는 외부광원 방식을 쓴다. 광원을 앞면에 꽂을 수 있게 만들어 다른 부품보다 수명이 짧은 레이저가 고장 나도 스위치 칩 전체를 건드리지 않고 갈아 끼우기 위해서다.


시장을 이끄는 곳은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개발자회의 GTC에서 광 기술을 접목한 스위치를 공개하며 레이저 수를 4분의 1로 줄이면서 전력 효율은 3.5배, 신호 정확도는 63배, 장애 대응력은 10배 높였다고 설명했다. 

 

8월에는 이더넷용 제품을 양산 단계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대만 TSMC가 광 반도체를 만들고 SPIL이 패키징과 검사를, 루멘텀이 레이저 칩을, TFC커뮤니케이션이 레이저 모듈을, 폭스콘이 최종 조립을 맡는 5개 사 공급망을 공개했다. 

 

시연에서는 성능이 좋아도 대량 생산에서 불량 없이 만들기 어렵던 기술이기 때문에 제조사가 명시된 공급망이 양산에 들어간 것은 기술이 무르익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코어위브와 람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초기 도입처로 이름을 올렸다.


브로드컴은 앞서 2024년 CPO 이더넷 스위치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 초당 102.4테라비트 처리 성능을 갖춘 신제품 출하를 시작했다. 파운드리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TSMC는 자체 광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관련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계에서는 광 부품 정렬 장비와 외부광원용 레이저 소자를 만드는 기업들이 공급망 진입을 노리고 있다.


과제도 있다. 실리콘 광 반도체 제조는 아직 편차가 커서, 여러 정밀 부품이 하나로 묶여 작동하는 CPO는 한 곳만 불량이 나도 수리가 어렵다. 고장 난 부품만 뽑아 교체하기 힘들어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하고, 열에 민감한 광학 부품이 뜨거운 칩 옆에 놓이는 발열 문제와 제조사 간 호환 규격이 정립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업계는 CPO가 착탈식을 단번에 대체하기보다 당분간 함께 쓰일 것으로 본다. 전력과 밀도 이득이 큰 GPU 밀결합 영역에서는 2028년에서 2030년 사이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썸네일 사진 출처: Fibermart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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