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9일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일부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가 처분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합산 약 1조 5,000억원 규모다. 매각 배경은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공시한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자사주 소각이란 기업이 보유한 자기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영구히 없애버리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안에 자사주 8,700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주식이 소각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든다. 발행주식 수가 줄면 삼성전자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의 지분율이 자동으로 높아진다.
문제는 이 지분율 상승이 법적 한도를 건드린다는 점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줄여서 금산법은 보험사나 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같은 그룹 안의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금융회사가 산업 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51%를, 삼성화재는 1.49%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합산 지분율은 10.00%로 이미 규제 한도 수준이다. 여기서 삼성전자가 발행주식을 줄이면 같은 주식 수를 들고 있어도 지분율이 10%를 넘어버린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소각하는 보통주는 7,336만주다. 이 비율만큼 발행주식이 줄어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율이 자동으로 10%를 초과한다. 삼성생명이 단순 계산으로 팔아야 할 삼성전자 주식은 약 624만주로 추정된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 기준으로 1조원이 넘는 규모다. 삼성화재의 매각 물량을 합산하면 총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구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2025년에도 자사주 약 5,014만주를 소각하면서 같은 이유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약 425만주를 강제로 처분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소각할 때마다 삼성생명은 가장 안정적인 투자 자산을 의도치 않게 내놓아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이날 삼성전자도 같은 날 별도의 공시를 냈다. 올해 AI 반도체와 첨단 제조 설비 등에 110조원을 투자하고, 로봇·의료기기·전장 분야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다.
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도 같은 날 나란히 밸류업 공시를 냈다. 삼성그룹 전체가 주가 부양 의지를 동시에 시장에 내보인 것이다.
삼성생명 입장에서 이번 매각은 재무 운용의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주식 운용자산 72조원 가운데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주식이 69조 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주식 자산의 96%가 사실상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집중돼 있는 구조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삼성전자처럼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종목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체 투자처를 찾는 것은 삼성생명이 당장 직면한 과제다.
여기에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까지 변수로 떠올랐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내로 보유하도록 규정하면서도 평가 기준을 주식을 처음 살 때의 가격인 취득원가로 적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현재 시장 가격인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지금보다 훨씬 더 대규모로 추가 매각해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포함한 계열사 지분 전반의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로서도 이번 매각은 민감한 사안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재용 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우호 지분이다. 두 회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놓으면 외부 투자자들이 그 물량을 사들이게 된다.
2015년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공격한 전례를 고려하면 우호 지분이 줄어드는 구조 자체가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 계획과 주주 환원 공시를 같은 날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지배구조 불안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세계 성장률 3.1%로 소폭 올렸지만 IMF, "AI 한 다리로 버티는 경제" 경고
-
SK하이닉스, 미국 땅에서 메모리 생산?…인텔 오하이오 공장서 첫 현지 생산 추진
-
레버리지 규제 3천만원 벽에 진정된 '삼전·닉스 투심'…반토막난 공포지수
-
중국 DUV 국산화에 삼성·SK하이닉스 폭락했지만…HBM 벽은 노광장비 아닌 '베이스 다이'
-
"2배 믿고 샀는데 1.5배로 바꾼다고?"…레버리지 배율 축소, 넘어야 할 산은 '수익자총회'
-
앤트로픽, 삼성에 'AI 칩' 제조 의뢰 검토…엔비디아 독주 흔드나
-
'25년 만의 1위' SK하이닉스, 이번엔 나스닥으로…40조 끌어올 승부수 던진다
-
엔비디아·SK 손잡고 '실리콘부터 전력망까지' AI 동맹 시동
-
페라리 첫 전기차 올라탄 韓 첨단부품…SK·삼성 '초격차' 입증
-
파업 1시간 전 극적 합의 삼성전자, 10년짜리 성과급 제도 도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