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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대신 코스닥으로…AI 스타트업 ‘유턴 상장’이 늘어나는 이유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2.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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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말 국내 AI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때 목표였던 미국 나스닥 상장을 미루거나 접고 한국 증시 특히 코스닥 상장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상장 환경 자체가 빠르게 바뀌면서 기업 입장에서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핵심은 한국의 상장 제도 개편과 미국 상장 환경의 복잡성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2025년 12월 ‘코스닥 시장 신뢰 및 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AI, 우주, 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 기술 기업을 위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술특례상장이란 매출이나 이익이 충분하지 않아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그동안 이 제도는 바이오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고 AI 기업의 경우 기술 설명과 가치 산정이 쉽지 않아 심사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컸다. 

 

금융당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AI 반도체 생성형 AI 데이터 인프라 등 세부 분야별로 기술자문 인력을 두고 심사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쉽게 말해 “AI 회사는 AI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신호다.


이 변화는 실제 기업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생성형 AI 대표 주자로 꼽히는 업스테이지는 코스닥 상장을 전제로 주관사 선정과 상장 로드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초 생성형 AI 상장 기업 타이틀을 노리는 전략이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역시 상장 시장으로 한국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고객 확보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국내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후 글로벌 확장을 가속한다”는 순서를 택하고 있다.


반면 나스닥 상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지만 이전보다 부담이 커졌다. 미국 증시는 AI를 국가 안보와 직접 연결된 산업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 구성 자금 출처 해외 정부나 국부펀드와의 관계까지 세밀하게 검증하는 절차가 강화됐다. 

 

대표 사례로 미국 AI 반도체 기업 Cerebras는 중동 자본과의 투자 관계가 문제가 되며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했고 이 과정에서 상장 일정이 지연됐다. 

 

한국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런 변수 하나가 상장 비용과 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상장은 기업에게 ‘자금 조달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영 리스크 이벤트’이기도 하다는 점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빠른 상장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상장 후 기업가치가 나스닥보다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단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영국의 테크 기업 테라뷰(TeraView)는 미국 대신 한국 코스닥을 선택하며 상장 비용과 절차의 효율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코스닥이 글로벌 기술 기업의 대안적 상장지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국내 거래소와 정부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한국거래소는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국내 AI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명회를 열고 제도 개선 방향을 공유하며 국내 상장을 설득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는 거래소 고위 관계자가 직접 접촉한 사례도 전해진다. 

 

이는 AI 기술 기업을 국내 자본시장 안에 묶어 두겠다는 확고한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유턴’이라는 표현보다는 ‘전략 수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평가한다. 과거에는 “성공한 AI 기업은 나스닥”이라는 공식이 거의 정답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상장 이후의 규제 리스크와 운영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환경이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을 통해 먼저 자금을 확보하고 기술과 실적을 쌓은 뒤 필요하다면 해외 증시를 다시 두드리는 방식이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이와 같은 변화는 어떻게 보면 미국 상장의 난도가 크게 올라갔기 때문에, 그리고 마침 한국 정부가 타이밍 좋게 기술 기업을 우대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에 가깝다. 코스닥은 기술 중심 평가와 빠른 상장을 무기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공하고 있고 AI 스타트업들은 이상적인 상장 무대보다 생존과 성장에 유리한 길을 선택하고 있다. 

 

이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한국이 아시아 AI 상장의 허브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지는 앞으로 1~2년간 실제 상장에 따른 주가와 실적의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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