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 에이비엘바이오가 11월 중순 들어 굵직한 성과를 연달아 내놓으며 시장의 관심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이중항체’ 기술과 ‘ADC(항체-약물 결합)’ 플랫폼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신규 파이프라인 역시 외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가장 큰 이슈는 미국 대형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계약을 통해 초도 계약금 약 4천만 달러를 확보했고 향후 개발과 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최대 25억 달러가 넘는 마일스톤(단계별 성과금)을 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이 기술에서는 단일 후보물질이 아니라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플랫폼인 ‘그랩바디’ 기술 자체를 적용하는 방식이라 향후 적용 범위가 넓다는 점도 주목된다. 회사 측은 특히 비만·근육질환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분야에서 공동 개발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술은 쉽게 말해 인체 내 특정 표적을 더 정밀하게 찾아가도록 설계된 항체 구조로 기존 약물보다 정확성과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플랫폼이다.
연이어 공개된 차세대 ADC 파이프라인도 주목을 받고 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방식의 치료제로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206과 ABL209라는 이중항체-ADC 조합을 새롭게 선보였는데 두 후보물질 모두 비임상(동물·세포 단계)에서 기존 단일항체 기반 ADC보다 표적 선택성이 높고 불필요한 독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암세포만 더 정확하게 찾아가고 정상세포는 덜 건드리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 기술은 경쟁사 대비 차별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현지 개발조직 ‘NEOK Bio’를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 진입 준비가 진행 중이다.
조직 개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 NEOK Bio를 이중항체 ADC 프로젝트 전담 조직으로 재편했고 주요 파이프라인 권리를 현물 출자해 개발 효율성을 높였다. 임상·규제·사업개발 기능을 미국 현지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 임상 전략 수립, 외부 투자 유치까지 미국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외 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회사는 11월 초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World ADC 2025’ 행사에서 기술 발표를 진행하며 이중항체 기반 ADC 전략을 공개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행사에서 발표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기술적 신뢰도를 확인받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한 유럽 최대 바이오 파트너링 행사인 ‘바이오유럽 2025’에도 참가해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업 개발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11월 중순 국내에서 기업 간담회를 열어 그랩바디 플랫폼, ABL001(토베시미그), 신규 ADC 파이프라인 등 전체 개발 전략을 공개할 계획이다. 특히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는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와 면역세포를 직접 활성화하는 ‘그랩바디-T’ 등 확장 기술에 대한 설명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들 기술은 고령화·만성질환 증가로 치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분야에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플랫폼 보유 기업’이라는 점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신약개발 회사가 특정 후보물질 하나에 의존하는 구조라면 위험이 크지만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여러 질환으로 확장이 가능하고 외부 제약사와 다양한 방식의 협업도 용이하다.
실제로 릴리와의 계약도 단일 후보물질 이전이 아니라 플랫폼 이전 방식이다. 이는 향후 추가 계약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신약개발 기업 특유의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비임상 단계에서 좋은 데이터를 보여도 임상 시험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허가 심사 과정에서 변수도 발생할 수 있다.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해도 실제 제품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상업적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업계는 “기술력 자체는 분명 대형 제약사의 눈길을 끌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결국 임상 진입과 성공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그동안 구축해온 이중항체·ADC 플랫폼이 드디어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만큼 향후 임상 진행 속도와 추가 글로벌 계약 여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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