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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 타카이치 총리 선출…‘타카이치 트레이드’에 일본 증시 사상 최고치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0.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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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사에 또 하나의 기록이 세워졌다. 사나에 타카이치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 그녀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로 불리는 인물이며 자유민주당(LDP)의 보수파 핵심으로 꼽힌다. 

 

21일 일본 국회는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타카이치를 차기 총리로 공식 선출했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5년 동안 네 번째 총리를 맞게 됐다. 이번 선출은 자유민주당이 일본유신회(이신)와 연립정권을 구성한 직후 이뤄졌다. 

 

타카이치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도쿄 증시는 폭등했고 엔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타카이치 트레이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표현은 타카이치 내각 출범 기대감에 따라 주식이 오르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새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고 느슨한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닛케이225 지수는 22일 장중 한때 1.5%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부근인 5만선에 근접했다. 전날에도 자유민주당이 연립 합의를 이뤘다는 소식에 3.4%나 급등한 바 있다. 일본 증시가 이틀 만에 이런 폭발적 상승세를 보인 것은 타카이치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외환시장에서도 움직임이 컸다. 엔화는 달러당 약 151엔 수준까지 떨어지며 34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해 1.66%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타카이치가 경제정책의 방향을 ‘확장과 완화’로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녀는 과거부터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통화완화를 주장해 왔으며 아베노믹스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실제로 그녀는 취임 직후 사츠키 가타야마를 재무상으로 지명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가타야마 역시 여성으로, 이 인사가 확정되면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재무상이 탄생하게 된다. 

 

ANZ의 일본 외환·원자재 세일즈 디렉터 히로유키 마치다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타야마가 재정확대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지만 내면적으로는 타카이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타카이치가 재정지출을 늘리고자 한다면 가타야마는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방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인선은 ‘타카이치 트레이드’를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카이치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일본 증시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수출 기업들은 엔화 약세 덕분에 이익 개선 기대가 커졌고 대형 제조업과 자동차, 전자업종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닛케이225가 5만선 문턱까지 올라선 것은 1989년 버블 경제 시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상승세가 일본 경제의 회복 징후라기보다는 정책 기대감에 따른 ‘테마 장세’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본은행(BOJ)이 기존의 완화 기조를 얼마나 더 오래 유지할지에 따라 향후 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카이치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는 인프라 투자와 지방 재건 프로젝트, 그리고 고령층 복지 지출 확대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이런 정책이 단기적으로 소비와 고용을 자극하겠지만 동시에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정부 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선진국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점진적 금리 인상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정부가 확장재정에 나설 경우 정책 간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이는 중앙은행이 다시 긴축으로 방향을 돌릴 명분을 줄 수 있다. 반면 수출 중심 대기업들은 엔저를 반기며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시장 반응을 ‘정책 기대감이 만든 랠리’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닛케이 지수는 정치 뉴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타카이치가 명확한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급등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사들은 일본 주식의 상승세가 과열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엔화 약세 국면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은 이번 사태를 ‘타카이치 트레이드’라는 새로운 투자테마로 규정했다. 일본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MSCI Japan ETF(EWJ), WisdomTree Japan Hedged Equity Fund(DXJ) 등 관련 상품에는 해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반면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YCS, YCL) 거래도 늘어나는 추세다. 투자자들은 일본이 오랜 기간 이어온 디플레이션을 벗어나 경기부양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타카이치의 등장이 일본의 보수정치 구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녀는 전통적으로 안보 강화를 주장하며 개헌 논의에도 적극적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경제의 방향성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금은 정책의 구체적 내용보다 기대감이 가격을 움직이고 있는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닛케이225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현 상황이 지속될지는 새 내각의 첫 정책 발표 시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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