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에서 가장 큰 돈을 버는 곳은 초기 투자에 나선 벤처캐피털(VC)이 아니라 아마존이 될 전망이다. 앤트로픽이 상장을 앞두고 공개한 투자설명서에 아마존 지분의 규모와 구조가 드러났다.
앤트로픽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다. S-1은 미국에서 처음 주식을 공개 발행하려는 기업이 재무 상태와 사업 위험, 주요 주주 현황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서류다. 앤트로픽은 나스닥에 종목코드 ‘ANT’로 상장할 계획이다. 공모 주식 수와 희망 가격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S-1의 주요 주주 명단에 VC는 한 곳도 없었다. 미국 상장 기업은 지분 5% 이상 주주를 별도 표로 공개해야 하는데 멘로벤처스·세쿼이아캐피털·사운드벤처스·스파크캐피털 가운데 이 기준을 넘은 곳은 없었다. 통상 기술기업 상장에서는 투자를 주도한 VC가 두 자릿수 지분을 갖는다.
앤트로픽의 덩치가 그만큼 커졌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650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965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 기준으로 지분 1%는 100억 달러에 가깝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멘로벤처스의 지분 가치는 약 140억 달러지만 지분율은 1.5% 수준이다.
아마존은 투자 방식이 달랐다. 아마존은 2023년 최대 4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뒤 투자금 상당 부분을 전환사채로 넣었다. 전환사채는 채권 형태로 돈을 빌려줬다가 상장이나 매각 시점에 미리 정한 조건으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투자 수단이다. 회사 가치가 오를수록 받을 주식의 가치도 커진다.
S-1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아마존이 보유한 전환사채 원금 잔액은 62억 달러로 앤트로픽 부채의 전부다. 아마존은 같은 시점 자사 분기보고서에서 이 전환사채의 가치를 979억 달러로 평가했다.
앤트로픽 재무제표에도 영향이 나타났다. 전환사채 가치가 오르면 앤트로픽이 아마존에 내줘야 할 몫도 커져 그 증가분을 장부에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앤트로픽은 상반기 '전환사채·파생부채·SAFE 공정가치 변동' 항목으로 724억 달러를 비용 처리했다.
공정가치는 시장에서 거래될 경우의 가격을 추정한 값이고 SAFE는 지분을 나중에 받기로 하고 미리 돈을 넣는 투자 계약이다. 이 비용은 실제 현금이 나가지 않는 회계상 손실이다. 앤트로픽의 상반기 순손실 807억 달러 대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아마존 전환사채는 최대 18억4000만주로 바뀔 수 있다. 다만 아마존 지분율은 '부분 희석' 주식 수의 12%를 넘지 못한다. 부분 희석 주식 수는 이미 발행된 주식에 스톡옵션처럼 앞으로 발행될 주식 일부를 더한 수치다. 아마존은 이 상한을 포기할 수 있다. 상한에 막혀 전환하지 못한 사채는 남아 있다가 이후 분기에 같은 제한 아래 전환된다.
아마존은 2분기 앤트로픽의 최근 두 차례 투자 유치에 50억 달러씩 모두 100억 달러를 의결권 없는 우선주로 투자했다. 우선주는 배당이나 잔여재산 분배에서 보통주보다 우선권을 갖는 주식이다.
2023~2025년 전환사채에 넣은 80억 달러를 더하면 누적 투자액은 약 180억 달러다. 아마존 장부상 우선주 가치는 925억 달러로 전환사채와 합친 평가액은 약 1904억 달러다. 앤트로픽은 또 향후 10년간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최소 1100억 달러를 쓰기로 약정했다.
구글도 큰 수익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초 앤트로픽 지분 약 14%를 보유했다. 구글은 지난 4월 1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이후 대형 투자 유치가 이어지며 지분율은 희석됐을 가능성이 크다.
희석은 새 주식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 비율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해리슨 롤프스 피치북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현재 지분율을 5.6% 안팎으로 추정했다. 앤트로픽은 2033년까지 구글 클라우드에 최소 114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아마존과 구글이 5% 이상 주주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은 두 회사가 의결권 없는 주식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상장 과정에서 우선주와 일부 전환사채가 전환되면 두 회사가 각각 전체 자본의 5% 넘게 보유하게 된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S-1에서 일부 클라우드 업체가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경쟁자이며 이들의 이해관계가 앤트로픽과 늘 같지는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의 상반기 매출 163억 달러 가운데 48%는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장터를 거쳐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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