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관련 주식이 8월 한 달간 하락세로 마감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연방준비제도(연준) 신임 의장의 발언이 시장을 짓눌렀다.
8월 S&P500 부동산 지수는 전월 대비 2.00% 내린 280.86을 기록했다. 부동산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XLRE도 2.13% 하락한 44.11달러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 리츠 지수는 2.70%, FTSE 나레이트 전체 지분형 리츠 지수는 2.85% 각각 후퇴했다.
같은 기간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이 2.62% 오른 것과 대비된다. 리츠(REIT)는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오피스빌딩, 창고, 데이터센터 같은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주는 회사로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다.
하락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었다. 잭슨홀은 매년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모여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자리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28일 연설에서 물가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물가를 잡는 것이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7월 기준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4%, 연준이 더 중시하는 물가 지표(PCE)로는 3.7% 올랐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우려스럽다"고 표현했다. 여름철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지만 근본적인 흐름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였다. 연설 직후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4.31%까지 올라 7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집계 기준 9월 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확률은 하루 만에 30%대에서 55%가량으로 급등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물가에 대한 강경 발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왔다.
금리 상승은 부동산 시장 전반을 압박했다. 국채 금리 급등에 중동 지역 분쟁까지 겹치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랐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이란 사태가 다시 격화되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고, 이는 물가 상승 우려를 키워 국채 금리를 밀어 올렸다.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이달 첫째 주 6.71%로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다만 모기지 수요는 크게 위축되지 않아 주택 시장의 기초 체력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종목별로는 데이터센터 관련 주식이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사회를 향해 "낙후되고 가난해질 것"이라고 비판한 영향이다.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과 환경 문제를 이유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이 문제는 11월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 리츠인 디지털리얼티트러스트(DLR)는 한 주간 1.57% 오른 188.39달러로 상승주를 이끌었다.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인수합병 소식이 이어졌다. 요양시설 운영사 PACS그룹이 오메가헬스케어인베스터스(OHI)로부터 임차한 숙련 간호시설 32곳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메가헬스케어는 이 소식에 힘입어 0.85% 올랐다.
경영진 이동도 눈에 띄었다. 셀프스토리지 대형 업체 퍼블릭스토리지(PSA)의 부동산 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 에릭 창이 회사를 떠나 아메리칸헬스케어리츠(AHR)로 자리를 옮겼다.
AHR은 창을 CFO로 선임했으며 10월 1일부터 직무를 맡는다. 이번 주 대형주 중에서는 부동산 서비스 업체 존스랑라살(JLL)이 4.14%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고,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그룹(CSGP)과 퍼블릭스토리지가 뒤를 이었다.
호텔 리츠는 부진했다. 미국 여행업계가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지만 해외 방문객 감소와 일부 외국인 여행객에 대한 입국 장벽으로 효과를 살리지 못한 탓이다.
긴 비자 대기 시간, 높은 항공료, 관세, 엄격한 여행 정책이 겹치며 외국인 입국이 줄어 호텔 리츠에 타격을 줬다. 애플호스피탈리티리츠(APLE)는 5.74% 하락했고 콜드스토리지 업체 아메리콜드리얼티트러스트(COLD)도 5.26% 내렸다.
부동산 중개 업체 리얼브로커리지와 리맥스의 합병이 마무리된 가운데 소형주 리얼리맥스그룹(REAX)은 한 주간 11.47% 떨어지며 낙폭이 가장 컸다. 반면 농지 리츠인 글래드스톤랜드(LAND)는 9.59% 올라 상승주 선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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