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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내부자 매수, 21년 만에 최저…월가에 깜빡이는 경고등

  • 고건 기자
  • 입력 2026.08.0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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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의 경영진과 임원들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규모가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현재 수준의 주가에 지갑을 닫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시장분석 매체 코베이시 레터(The Kobeissi Letter)에 따르면 2026년 7월 들어 미국 상장기업 가운데 내부자의 주식 매수가 매도보다 많았던 곳은 전체의 14.8%에 그쳤다. 적어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여기서 내부자란 기업의 임원, 이사, 대주주처럼 회사의 실적과 사업 상황을 외부 투자자보다 먼저 아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의 매매 동향은 주가에 앞서 회사의 앞날을 가늠하는 지표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왔다.


이 비율은 지난 2월 이후 12.0%포인트 떨어졌고 최근 10년 평균인 약 25%보다도 7.0%포인트가량 낮다. 시장이 뜨거웠던 2022년 1월에는 약 44%의 기업에서 내부자 매수가 매도를 웃돌았다. 3년 반 사이 임원들의 태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만 놓고 보면 상황이 더 뚜렷하다. 대형주 가운데 내부자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상태)를 기록한 곳은 3.2%에 불과했다. 코베이시 레터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경영진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원들이 발을 뺀 자리도 눈에 띈다. 순매수가 나타난 업종은 필수소비재, 소재, 유틸리티 세 곳뿐이었다. 필수소비재는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처럼 경기가 나빠도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 업종이고 유틸리티는 전기·가스·수도 같은 공공서비스 기업을 말한다. 

 

경기를 덜 타는 이른바 '방어주'로 돈이 몰렸다는 의미로, 임원들이 성장주 대신 안전한 쪽으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은 매수뿐 아니라 매도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EPFR과 코베이시 레터 집계를 보면 2026년 상반기에 미국 기업 내부자들이 판 주식은 776억 달러에 달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난 규모이자 20여 년 기록에서 두 번째로 큰 수치다. 이보다 더 컸던 시기는 팬데믹 부양 자금이 시장에 넘쳐나던 2021년뿐이다.


반면 같은 기간 내부자들이 사들인 주식은 69억 달러에 그쳤다. 1년 전 기록한 7년 최저치 67억 달러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비율은 11대 1까지 벌어졌다. EPFR의 윈스턴 추아를 비롯한 분석가들은 임원들이 현재 주가 수준에서 자기 회사 주식을 더 늘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내부자들이 몸을 사리는 배경에는 지나치게 높아진 주가에 대한 부담이 있다. 2026년 S&P500 지수는 연초 대비 약 10% 올라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기술·미디어·통신(TMT) 업종의 쏠림이 두드러진다. 코베이시 레터에 따르면 이 업종이 S&P500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00년 닷컴 버블 정점보다 약 9%포인트,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19%보다 크게 높다.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기업 30곳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사상 최고가에서 19% 하락해 약세장 문턱에 서 있다.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이 모두 내렸고 마벨 테크놀로지는 고점 대비 40% 가까이 빠졌다.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시장에 번지고 있다.


같은 시기 시장을 뒤흔든 사건도 있었다. 오픈AI 출신 연구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세운 AI 특화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가 무너졌다. 

 

이 펀드는 2024년 출범 이후 AI 관련 종목에 집중 투자해 누적 2,000%가 넘는 수익률을 냈고 한때 운용자산이 450억 달러까지 불었다. 그러나 자기 자본의 4배에 이르는 빚을 끌어다 투자하는 고위험 전략을 쓴 탓에 7월 기술주가 급락하자 견디지 못했다. 결국 보유 주식 전량을 켄 그리핀이 세운 시타델에 블록딜로 넘겼다.


다만 내부자들이 발을 빼는 사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여기에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이어진다. 

 

시타델 증권에 따르면 2026년 미국 기업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9,250억 달러를 넘어 연중 이맘때 기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임원들과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 사이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벌어지고 있다.

 

(썸네일 사진 출처: Insider Sentim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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