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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쇼트' 버리, 보름만에 AI 반도체 다시 공격…"수요는 가짜, 순환금융이 떠받쳐"

  • 고건 기자
  • 입력 2026.07.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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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AI 반도체 랠리를 겨냥한 공매도 베팅을 대폭 확대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되사 갚아 차익을 남기는 하락 베팅 기법이다.


버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유료 뉴스레터 서브스택에 최근 매매 내역을 공개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주당 933.86달러에 추가로 공매도하고 엔비디아 공매도 역시 주당 210.28달러에 늘렸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에 대한 공매도도 535.83달러에 확대했다. 그는 이 ETF 공매도가 별도로 사둔 하락 베팅 옵션(풋옵션)과 합쳐 상당히 큰 규모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버리는 AI 하드웨어에 대한 회의론을 재차 강조했다. 엔비디아 풋옵션을 상당한 규모로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와 미래의 반도체 수요 상당 부분이 실제 최종 소비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그는 수요의 상당 부분이 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조달되고 있으며 미래 매출의 대부분이 서로 자금을 돌려주는 순환 구조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특정 기업이 다른 기업에 투자하고, 그 기업이 다시 투자한 회사의 제품을 사들여 매출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가리킨다. 버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의 2026년 연차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기존 공매도 포지션도 그대로 유지했다. 그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공매도를 청산하지 않았으며, 주가가 알아서 계속 내려가고 있어 손대지 않아도 포지션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주 전반에 대한 약세 전망도 유지해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풋옵션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에 대한 공매도 역시 그대로 뒀다. 건설·광산 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893.49달러에 추가로 공매도했다.


버리가 캐터필러까지 겨냥한 것은 이 회사가 AI 인프라 수혜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캐터필러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엔진과 발전 설비를 만든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몸값이 크게 뛰었다.


같은 날 롱(주가 상승에 베팅) 포지션도 공개했다. 그는 스포츠 베팅 업체 플러터 엔터테인먼트를 100.72달러에, 드래프트킹스를 23.07달러에 사들였다. 두 종목을 합친 규모가 자신의 큰 포지션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이는 예측시장에 맞선 베팅이다. 예측시장이란 선거나 스포츠 경기 결과 같은 실제 사건의 향방에 돈을 거는 신종 거래 플랫폼으로 폴리마켓과 칼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스포츠 베팅 업체보다 규제와 세금 부담이 가벼워 이용자를 빠르게 끌어모았고, 그만큼 플러터와 드래프트킹스 주가를 짓눌렀다. 

 

버리는 정치권이 이런 규제 사각지대를 오래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예측시장도 결국 규제와 과세 대상으로 편입될 것으로 봤다. 규제가 강화되면 이용자가 다시 정식 스포츠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저소득층 대상 의료보험 사업을 하는 몰리나 헬스케어도 197.02달러에 추가 매수했다.


공매도 종목들의 올해 성적은 엇갈린다. 마이크론은 연초 대비 약 229% 급등했고 엔비디아도 10%가량 올라 버리의 베팅이 손실을 보고 있다. 반면 드래프트킹스, 테슬라, 팔란티어는 같은 기간 각각 34%, 33%, 34% 하락했다.


버리가 공시한 시점은 반도체주가 크게 흔들리던 국면이었다. 24일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종목을 묶은 지수는 4% 넘게 빠졌고 나스닥100 지수는 1% 이상 내렸다. 

 

앞서 한국 SK하이닉스가 실적 전망을 시장 기대보다 낮게 제시한 여파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업종 전반으로 번졌고 미국의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웨스턴디지털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6월 말 기록한 사상 최고가에서 20% 넘게 밀려난 상태다.


버리는 지난달 30일 엔비디아와 SOXX,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테슬라를 처음 공매도하며 AI 반도체 랠리를 "끝의 시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놓은 대규모 반도체 설비투자 계획을 성장 신호가 아니라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정점 신호로 지목했다. 

 

이틀 뒤에는 마이크론을 1051.87달러에 공매도하며 마이크론이 지난 42년간 30% 이상 폭락한 사례가 34차례에 달할 만큼 경기를 심하게 타는 종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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