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로 증시에 데뷔했지만 정작 AI 대장주로 꼽히는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연내 상장 기대감은 오히려 한풀 꺾였다. 거대 기술기업의 잇따른 상장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장의 베팅이 미묘하게 식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 나스닥에 'SPCX'라는 종목 코드로 입성했다.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로, 5억5500만여 주를 팔아 약 750억달러를 조달했다.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19% 넘게 오른 161.11달러로 마감했고, 장중 한때 176달러까지 치솟았다.
회사 가치는 2조달러를 넘어섰고, 머스크는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1조달러 이상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스페이스X는 2025년 자신의 AI 기업 xAI를 흡수합병해 AI 사업부로 편입한 상태다.
스페이스X의 성공적 데뷔는 뒤이어 상장이 예상되는 AI 기업들에 긍정적 신호로 읽혔다. 그러나 실제 시장의 반응은 반대로 흘렀다. 미래의 사건에 돈을 걸어 그 확률을 가격으로 보여주는 '예측시장'에서 두 회사의 연내 상장 가능성이 일제히 내려앉았다.
대표적 예측시장인 폴리마켓에서 앤트로픽이 올해 안에 상장할 확률은 한때 90%에 달했으나 75%까지 떨어졌다. 장중에는 69%까지 밀리기도 했다. 또 다른 예측시장 칼시에서는 90%를 유지했다. 오픈AI의 상황은 더 가팔랐다. 칼시에서 연내 상장 발표 확률은 한때 88%까지 올랐다가 62%로, 폴리마켓에서는 77%에서 55%로 주저앉았다.
두 회사 모두 상장 준비 자체는 착착 진행 중이다. 앤트로픽은 지난 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위한 등록 서류 초안을 비공개로 제출했다. 비공개 제출은 매출과 비용 같은 민감한 재무 정보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은 채 당국 심사를 먼저 받아두는 방식이다.
앤트로픽은 직전에 650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965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한때 추격자로 평가받던 앤트로픽이 처음으로 라이벌 오픈AI(8520억달러)를 앞지른 것이다. 챗봇 '클로드'를 앞세운 이 회사의 연 환산 매출은 1년 새 100억달러에서 470억달러로 불었다.
오픈AI 역시 지난 8일 SEC에 비공개로 서류를 제출했다. 기업가치 1조달러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소 600억달러를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7년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혀, 시기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예측시장이 식은 배경에는 앤트로픽을 둘러싼 미 정부와의 충돌이 자리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 12일 앤트로픽에 자사 최신·최고성능 모델인 '페이블 5'와 '미토스 5'를 외국인이 쓰지 못하도록 차단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내외를 막론하고 외국 국적자, 심지어 앤트로픽의 외국인 직원까지 접근을 막으라는 내용이었다.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는 '수출 통제' 권한을 근거로 든 것이다. 회사는 국적별로 접근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짧은 시간에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두 모델을 전 세계에서 통째로 내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다른 모델은 정상 운영된다.
정부는 외부에서 모델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이른바 '탈옥' 기법으로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연계된 집단이 신규 모델에 접근했다는 의심도 명령 배경으로 거론된다. 앤트로픽은 이를 오해라고 보고 접근 복구를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다. 앤트로픽 기술진은 백악관 관계자와 만나기 위해 워싱턴을 찾았다.
양측의 갈등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앤트로픽이 자사 AI를 군사 목적, 특히 자율무기 등에 쓰는 것을 거부하자 미 국방부는 이 회사를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다.
앤트로픽은 이 결정에 불복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수출 통제 명령은 그와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주(州) 단위로 번지는 AI 규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규제 권한을 연방 정부가 쥐어야 한다며 주들의 독자 규제를 막아왔다. 하지만 콜로라도·코네티컷·아이오와·오리건 등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끄는 주들이 잇따라 관련 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AI만으로 직원을 해고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다른 주들은 이용자가 사람이 아닌 AI와 대화하고 있음을 알리도록 하는 규정을 추진 중이다. 회사마다 주별로 제각각인 규제에 맞춰야 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썸네일 사진 출처: 스페이스 X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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