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5일(현지시간) 장중 4.13%까지 올랐다. 지난 2월 12일 이후 3주 만의 최고치로 하루 새 약 3bp(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다시 고개를 든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 국채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면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는 오른다. 이날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다 판 직접적 이유는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핵심은 유가다. 국제 원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비 약 40% 급등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공습을 개시했고 이란은 즉각 걸프 지역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도시를 향해 미사일로 반격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폭 34km의 좁은 수로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운송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0%가 이 길목을 통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이 모두 이 해협에 의존한다.
이란의 봉쇄 이후 대형 해운사들은 해협 통항을 전면 중단했다. 후티 반군도 홍해에서의 선박 공격을 재개했고 많은 선박들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더 긴 항로를 택해야 했다. 전쟁 위험 보험료는 공습 직전보다 두세 배 수준으로 뛰었다.
원유는 운송, 제조, 식품 등 거의 모든 산업의 비용과 직결된다.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뒤따라 오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에너지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공급 충격을 막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OPEC+는 3월부터 하루 20만 6000배럴 증산을 결정했고, 미국 정부는 30개국과 함께 전략비축유(SPR) 4억 배럴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OPEC+의 여분 생산 능력 대부분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몰려 있는데 이 두 나라 역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어 실질적인 증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1년물 인플레이션 스왑 금리도 뚜렷하게 움직였다. 스왑 금리는 시장 참가자들이 미래 물가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금융 거래를 통해 드러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최근 수주 사이 2.20%에서 2.63%로 올랐다.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주식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뉴욕 증시는 이날 장 초반부터 하락세로 출발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줄이고 현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리스크 오프 현상이 나타난다.
미 연준(Fed)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연준은 지난 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 범위에서 동결했다. 2025년 9월부터 세 차례 연속 내리며 총 175bp를 인하했다가 멈춘 것이다. 전쟁 발발 이전까지 시장은 2026년 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그러나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면서 그 기대는 빠르게 꺾이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1월 회의 의사록을 보면 일부 위원들은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뚜렷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추가 인하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오는 5월 만료될 예정이라는 점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날 단기물인 2년물 국채 금리는 3.56%, 장기물인 30년물은 4.77% 수준에서 마감되며 만기가 다른 국채들의 금리 흐름을 함께 보는 수익률 곡선 전체가 위로 밀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업 대출, 신흥국 자본 유출입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나타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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