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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멈춘 호르무즈 해협, 중국 “우리 배는 지나가게 해달라”

  • 고건 기자
  • 입력 2026.03.0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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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이 격화되며 세계 최대 에너지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이 이란과 별도의 협상에 나섰다. 중국이 요구한 것은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만이라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5일 외교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이란 측과 접촉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중국행 원유와 카타르산 LNG 선박의 안전 통항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다. 동시에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 가운데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chokepoint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 수로를 통과한다. 특히 이 물량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로 향한다. 중국과 일본, 한국, 인도 같은 주요 수입국들이 이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이 수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4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어온다. 이 해협이 막히거나 통항이 불안정해질 경우 중국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은 최근 전쟁 상황 속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으면서도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미국과 이스라엘, 유럽 국가와 그 동맹국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발표문에서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이 대목을 중국과의 별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해협에서는 이미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 벌크선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호는 해협 통과 과정에서 선박 목적지 신호를 ‘중국 소유’로 변경한 뒤 항로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의 자동식별시스템(AIS) 목적지 정보를 바꾸는 방식으로 위험을 낮추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협 상황은 물리적 봉쇄보다는 상업적 압박 형태에 가까운 모습이다.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에너지 분석 업체 클레플러(Kpler)의 알렉시스 엘렌더 애널리스트는 보험료 급등과 항로 불확실성,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 실제 통항을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박 운항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클레플러의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하루 약 1600만 배럴 규모의 석유 및 석유제품 흐름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멈춘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에는 원유뿐 아니라 콘덴세이트, 정제제품, LPG, 나프타 등이 포함된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은 군사적으로 완전히 봉쇄하기 어려운 지형이라는 점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해협은 폭이 넓고 국제 항로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 

 

다양한 국가 선박이 동시에 통과하는 국제 수로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 선박만 선별적으로 막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 해협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위험 비용 상승이 만든 ‘사실상의 통항 제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료와 운임이 급등하면 선주와 에너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항로를 줄이거나 우회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란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상황과 관련이 있다. 전면 봉쇄가 아니라면 특정 국가 선박에 대한 통항 보장을 협상으로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 중국 입장에서는 에너지 공급선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동 지역에서의 외교적 영향력을 시험할 수 있는 국면이기도 하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 협상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에너지의 안정성이 국가별로 달라질 경우 글로벌 원유 시장의 공급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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