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시장의 예상을 뒤집는 실적을 내놓으며 뉴욕 증시를 뒤흔들었다. 오라클은 9일(현지시간) 2026회계연도 1분기(2025년 8월 마감) 실적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하루 만에 40% 가까이 급등했다. 그동안 성장 정체 기업으로 분류되던 오라클이 AI 클라우드 수혜 기업으로 재평가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단번에 바뀐 것이다.
이번 분기 오라클의 총매출은 14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겉으로 보면 두 자릿수 성장에 그친 평범한 실적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클라우드 매출은 72억달러로 28% 늘었다. 이 가운데 기업에 서버와 저장공간을 빌려주는 인프라 클라우드(IaaS)는 55% 급증했다. 반면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는 11% 성장에 그쳤고 기존 라이선스 매출은 1% 감소했다. 오라클의 전통 사업이 아닌 인프라 클라우드가 실적을 끌어올린 셈이다.
시장이 가장 크게 주목한 수치는 계약 잔액이다. 오라클이 이미 체결해 앞으로 매출로 인식될 계약 규모를 뜻하는 RPO(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는 455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59% 급증한 수치다.
이는 향후 수년간 매출로 이어질 물량이 대규모로 확보됐다는 의미다. 오라클은 이번 회계연도에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향후 4년 안에 OCI(Oracle Cloud Infrastructure) 매출을 1440억달러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오라클은 오랫동안 데이터베이스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은행, 항공사, 통신사, 제조업체가 고객 정보와 거래 데이터를 관리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유지해 왔다. 기업 내부 인사·재무·물류를 통합 관리하는 ERP 소프트웨어도 핵심 사업이었다.
이들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 왔지만 최근 수년간 성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구도도 변했다. 아마존의 AWS,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구글 클라우드가 글로벌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서 오라클은 후발주자였고 시장 점유율은 상위권과 격차가 있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라클은 전통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번 실적 발표는 그 인식을 정면으로 흔들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수천 개 이상의 고성능 GPU가 동시에 연결된 데이터센터 환경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요소는 GPU 간 데이터 전송 속도와 네트워크 구조다.
오라클은 이 부분을 최적화한 인프라를 제공해 대형 AI 기업들과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오픈AI, xAI 등 주요 AI 기업이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택한 점을 주목했다.
오라클의 전략은 AI 연산 특화 인프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ERP 고객을 보유한 글로벌 대기업 입장에서는 시스템 호환성이 높은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택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 오라클은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전용으로 구성해 제공하는 맞춤형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역시 AI 클라우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은 이미 클라우드 매출 규모가 수백억달러에 이른다. 대형 AI 계약이 추가되더라도 전체 매출 대비 성장률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오라클은 상대적으로 작은 클라우드 매출 기반에서 대형 계약이 더해지며 성장률이 크게 튀었다. 투자자들은 이를 사업 구조 전환의 신호로 해석했다.
실제 오라클의 분기 매출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오랜 기간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현금 창출 능력은 유지했지만 성장 기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이번 분기 실적과 계약 잔액 증가는 오라클이 안정적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라클은 실적 발표에서 클라우드 수요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규모 장기 계약이 이미 체결된 만큼 향후 수년간 매출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급등은 기업 이미지 변화에 대한 재평가에 가깝다. 오라클은 더 이상 과거의 전통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만 분류되지 않는다. AI 인프라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할 경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구도에도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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