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를 이야기할 때 한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파라미터(Parameter)’다. AI 관련 기사나 발표 자료에는 “수천억 파라미터 모델”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지만 이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파라미터는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만들어낸 수많은 조정값이다. 다시 말해 AI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머릿속에 저장해 둔 기준표에 가깝다.
사람이 경험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판단한다”는 감각을 쌓아가듯 AI도 데이터를 보며 판단 기준을 조금씩 바꾼다. 그 바뀐 기준 하나하나가 파라미터다.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중요한지, 이 문장 다음에 어떤 말이 나올 확률이 높은지, 이런 판단이 모두 파라미터에 숫자로 저장된다.
그래서 파라미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AI가 더 많은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초기 인공지능 모델은 파라미터 수가 매우 적었다. 수백만, 수천만 개 수준이었다. 이 시기의 AI는 간단한 패턴은 잡아냈지만 복잡한 문맥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대형 언어 모델이 등장하면서다. GPT-2는 최대 15억 개 파라미터를 사용했고, GPT-3는 이를 1,750억 개로 끌어올렸다.
이 숫자는 AI가 긴 문장을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몇 년간 파라미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수백억에서 수천억 단위로 모델 크기가 커졌고, 일부 모델은 4천억 개가 넘는 파라미터를 갖게 됐다. 이 시기에는 파라미터 수가 곧 기술력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얼마나 큰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가 기업의 AI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하지만 파라미터가 많다고 해서 항상 더 똑똑한 것은 아니다. 파라미터는 기억의 양에 가깝고 그 기억을 어떻게 쓰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같은 분량의 기억을 가지고도 정리된 사고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최근 AI 성능은 파라미터 수보다 학습 데이터의 질, 모델 구조, 계산 효율에 더 크게 좌우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파라미터의 역할도 조금 달라졌다. 과거에는 모든 파라미터가 동시에 쓰였다면, 요즘 모델은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질문의 성격에 따라 일부 파라미터만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총 파라미터 수는 커도 실제로 사용하는 양은 훨씬 적다.
그래서 “몇 개를 가지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이 지점에서 현 시점 LLM의 특징이 나온다. 최근 출시되는 상용 LLM들은 파라미터 개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파라미터 수가 성능을 설명하는 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만 공개되면 사용자는 크기로만 비교하려 하고 기업은 오해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파라미터 수는 연산 규모와 학습 전략을 드러내는 민감한 정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제는 파라미터 수를 기밀로 남겨두는 것이 공개하는 것보다 더 유리한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사용자가 파라미터 수치를 몰라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면 AI의 한계도 함께 보인다. 파라미터가 적은 모델은 특정 작업에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복잡한 추론에는 약하다. 반대로 파라미터가 많은 모델은 다양한 질문에 대응할 수 있지만, 비용과 전력 소모가 크다.
그래서 기업들은 목적에 따라 다른 크기의 모델을 병행해 사용한다.
종합하면 파라미터는 AI의 ‘두뇌 크기’에 해당하는 개념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다만 두뇌가 크다고 항상 생각이 깊은 것은 아니다. 2025년의 AI는 이제 더 큰 숫자를 자랑하는 단계에서 그 숫자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를 겨루는 단계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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