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Transformer)는 지금의 인공지능 발전을 이끈 핵심 기술이다. 챗GPT 같은 대화형 AI부터 이미지 생성 모델까지 상당수 최신 모델의 기반에는 모두 트랜스포머가 자리하고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논문 하나로 조용히 출발했지만 지금은 AI 산업 전체의 공용 엔진이 됐다.
그렇다면 트랜스포머는 무엇이며 어떻게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된 것일까.
트랜스포머는 2017년 구글 브레인 연구진이 발표한 모델이다. 당시 자연어 처리 기술은 문장을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는 방식이 주류였다. 이 방식은 길이가 조금만 길어져도 앞부분 정보가 사라지고 계산도 느려지는 문제가 있었다. 트랜스포머는 이 한계를 아예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했다.
문장에 들어 있는 모든 단어를 한 번에 입력받고 각 단어가 서로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숫자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계산을 ‘어텐션(attention)’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그는 사과를 먹었다”라는 문장에서 ‘먹었다’라는 단어는 ‘사과’를 많이 참고해야 한다. 트랜스포머는 이 관계를 스스로 점수화해 반영한다. 덕분에 문장을 길이 제한 없이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
어텐션 계산은 Query, Key, Value라는 세 가지 정보로 이루어진다.
○ Query는 “내가 지금 찾고 싶은 정보”
○ Key는 “나는 어떤 특징을 가진 단어인가”
○ Value는 “참고해야 할 실제 정보”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다. 모델은 모든 Query와 모든 Key를 비교해 유사도를 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Value를 적절히 섞는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단어 하나가 문장 전체의 맥락을 반영한 새로운 표현으로 바뀐다. 이렇게 업데이트된 표현은 여러 층으로 반복해서 다듬어진다.
트랜스포머는 이 과정 전체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어 GPU에서 매우 빠르게 작동한다. 계산 속도가 빨라진 덕분에 모델을 크게 키우는 전략이 가능해졌고 이후 초대형 AI 모델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트랜스포머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데이터다. 인터넷에는 이미 수십 년간 축적된 방대한 텍스트가 존재했다. 둘째는 컴퓨팅이다. 엔비디아 GPU가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고 클라우드 업체들은 대규모 연산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갖췄다.
마지막은 알고리즘이다. 이전 모델들은 시스템이 가진 자체의 한계로 긴 문장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트랜스포머는 이 벽을 무너뜨렸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맞물리면서 트랜스포머는 연구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기초 기술이 됐다.
트랜스포머가 태어난 이유는 언어를 처리하는 모델을 더 정확하고 더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존 모델은 정보를 순서대로 흘려보내며 기억을 유지해야 했지만 이 방식은 여러 제약이 있었다. 트랜스포머는 문장 전체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이런 제약을 벗어났다.
더 자연스러운 번역 모델을 만들고 싶은 연구자의 목표와 더 성능 좋은 언어 처리 모델을 원하는 산업계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며 트랜스포머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트랜스포머는 발표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했다. 번역처럼 입력과 출력이 나뉜 작업을 위해 인코더와 디코더 구조를 함께 쓰는 방식이 처음이었다. 이후 구글의 BERT는 인코더만 사용해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모델로 진화했고 오픈AI의 GPT는 디코더만 사용해 텍스트를 생성하는 모델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와 소리를 함께 다루는 멀티모달 모델까지 트랜스포머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트랜스포머는 하나의 알고리즘이 아니라 AI 전반을 지탱하는 공용 아키텍처로 확장된 셈이다.
지금의 AI 대형 언어 모델은 트랜스포머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다. 챗GPT, 제미니, 클로드 같은 모델은 모두 트랜스포머 구조 위에 초대형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진다. 이미지 생성 모델도 마찬가지다.
AI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확산된 현재 상황을 가능하게 한 기술적 중심이 바로 트랜스포머다. 표현만 다를 뿐 대부분의 최신 AI는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을 핵심 엔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긴 문장도 무리 없이 다루고 문맥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트랜스포머의 능력 덕분에 AI는 드디어 인간과의 대화라는 영역에서 실용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AI가 등장하더라도 그 출발점에는 여전히 트랜스포머가 놓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AI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기술이 트랜스포머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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