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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을까

  • 고건 기자
  • 입력 2025.10.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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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지 3년이 지났다. 이제 사람들은 이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막연한 기대보다 일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더 집중하고 있다. 

 

AI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대규모 실업을 초래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반대로 AI의 확산이 생산성과 경제 성장을 끌어올려 오히려 고용을 늘릴 것이란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전 세계 주요 연구기관과 경제지들은 ‘AI가 일자리를 없애는가, 아니면 새로 만드는가’를 놓고 치열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2025년 현재, 양쪽의 주장은 모두 일정한 근거를 갖고 있다. 기업 현장에선 인력 감축이 진행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직과 데이터 관련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전환기의 한복판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향후 고용 시장은 어디로 향할지 최신 글로벌 데이터를 토대로 그 흐름을 짚어본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전망

 

생성형 인공지능이 상용화된 지 3년 만에 각국 기업의 현장에서 인력 감축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단순 반복 업무와 문서 작성, 고객 응대 같은 영역에서는 이미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AI 확산이 미국 내 전체 고용의 약 2.5%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더라도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0.5%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이 경제 효율을 높이지만 그만큼 일자리를 덜 필요로 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2022년 말부터 2025년 중반까지 AI 활용도가 높은 직군에서 22~25세 청년층 고용이 약 6%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진은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는 계층은 경력 초년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초보 사무직이나 인턴, 콜센터 상담원 등 ‘경험이 적고 규칙화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우선 감축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퓨처 오브 잡스 2025(Future of jobs 2025)’ 보고서 역시 비슷한 우려를 담았다. 전 세계 기업의 약 40%가 “AI 도입 이후 일부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금융, 행정, 언론, 법률 등 문서 기반 직종에서 감원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AI가 단순 계산과 보고서 작성, 번역, 데이터 요약 등 지식노동의 일부분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연구에서도 고객 응대, 번역, 회계 보조, 법률 서류 검토 등 40여 개 직군이 AI에 의해 상당 부분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자동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문제는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보다 ‘비용 절감’에 먼저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AI 도입 이후 같은 업무를 더 적은 인력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자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신규 진입자와 단순 사무직 중심으로 고용 한파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기술 진보의 역설”로 표현한다. AI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그 혜택이 기업 수익과 주주가치에 집중되고 고용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내 일부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이미 채용 공고에서 ‘AI 활용 역량’을 필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대로 AI로 대체 가능한 단순직은 아예 채용 계획에서 빠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단기간에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술이 더 정교해질수록 ‘사람이 해야 할 일’의 경계는 계속 좁아지기 때문이다.

 

AI가 일자리 증가를 더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

 

AI가 오히려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반대의 주장도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기술이 일시적으로 일부 직무를 대체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만들어내며 전체 고용을 확장시킬 것이란 논리다. 


이 논리는 AI가 더 많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생산성 도구’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브루킹스연구소는 2025년 10월 보고서에서 “AI가 전면적으로 노동시장을 붕괴시킬 가능성은 과장됐다”며 “현재까지 관측된 변화는 고용 감소가 아니라 직무 재편”이라고 지적했다. 

 

AI가 특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신 사람은 더 높은 수준의 판단과 창의적 업무에 집중하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5’ 보고서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전 세계 기업의 AI 도입률이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로 증가했음에도 전체 고용률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일수록 생산성과 매출이 함께 증가해 인력 유지 혹은 신규 고용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즉, AI가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일을 더 잘하게 만들어’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실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에서 “AI를 전면 자동화 도구로 쓰기보다 직원과 협업하는 보조 시스템으로 운용하는 기업들이 생산성에서 훨씬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모델이다. 

 

사람을 없애는 대신 사람과 AI를 함께 두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법은 해고보다 재교육과 업무 재설계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고용 안정성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AI 도입은 산업 전반의 성장 탄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단순직은 줄더라도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해석, AI 모델 운영 등 새 일자리가 더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AI 관련 신규 직종은 향후 5년 내 전 세계에서 최소 1억 개 이상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교육, 헬스케어, 에너지 전환, 디지털 보안 등 새로운 성장 산업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각국 정부의 대응 정책도 ‘실업 방지’보다 ‘역량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은 이미 AI 관련 직무 재교육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단기적 일자리 손실은 불가피하겠지만 기술 전환을 빠르게 흡수한 노동력이 새로운 산업 성장의 중심축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 주장의 핵심은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단기적 공포보다 ‘AI 덕분에 일의 판이 커진다’는 장기적 기회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맞는 말일까

 

결론을 서두르지 말자. ‘사람을 돌보는 일’에 해당하는 간호사, 요양보호사, 치료사나 ‘사람과 사람을 조율하는 일’에 해당하는 교사, 상담사, 사회복지사, 현장 관리자 같은 직종, ‘물리적 현장 노동’에 해당하는 건설, 설비 유지보수, 청소, 안전관리 등의 직종에서는 해고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현재까지 드러난 AI의 기술적 한계에 입각해서 예측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실제로는 인간의 직관·맥락·판단이 개입되는 순간마다 AI는 멈칫한다. 최신 생성형 모델은 언어를 그럴듯하게 다루지만 아직도 ‘이해’보다는 ‘예측’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스스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단어를 통계적으로 맞히는 구조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하면서도 결정권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의사결정이 복잡하거나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AI가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한계는 이미 수많은 현장에서 드러났다. AI가 만든 보고서가 실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거나 고객 응대 챗봇이 부적절한 답변을 내놓는 사례가 잇따랐다. 

 

복합적 추론을 요구하는 업무—예를 들어 계약 조건의 모순을 찾아내거나 비정형 데이터를 해석해 전략을 세우는 일—에서는 정확도가 여전히 사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언어를 말할 수 있다’와 ‘언어의 의미를 이해한다’ 사이에 놓인 간극 때문이다.


기업들이 ‘전면 자동화’ 대신 ‘보조형 AI’를 선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초안을 만들고, 인간이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방식이 생산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맞추는 현실적 선택이 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의 내부 보고서를 보면 AI를 혼자 돌릴 때보다 사람이 검토 과정에 개입했을 때 오류율이 평균 30~40% 줄어든다는 데이터가 나온다. 이른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구조가 이미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 구조가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AI는 일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일을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문서 초안, 보고서 요약, 코드 작성 같은 1차 작업은 AI가 맡고 검증·의사결정·책임은 사람이 담당하는 형태로 노동의 분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AI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두 번 하는 것, AI가 먼저 하고 사람이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처음에는 AI에 대해 배울 의사가 없는 사람, AI를 배우고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을 일시적으로 해고하는 비중이 늘어나겠지만 결국 대부분의 취업 희망자가 AI를 다룰 줄 알게 되는 시기가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이다.

 

AI를 배우지 않으면 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이 AI를 배우기 싫어도 배우게 되고, IT에 익숙한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그 추세는 매우 빠르게 확살된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AI 친숙도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기업은 늘어난 생산성만큼 사람을 지속적으로 채용할 필요를 얻게 된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1만큼의 노력을 투입해서 2만큼의 성과를 냈지만 지금은 4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2만큼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을 0.5로 삭감할 것이 아니라 4만큼의 성과를 내기 위해 1만큼의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노동시장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다. 기업은 책임을 완전히 넘길 수 없기에 사람을 루프 안에 남겨둬야 하고 그 사람은 더 높은 판단력과 기술 이해(심지어 AI에 대한 이해까지 추가해서)를 요구받게 된다. 

 

이 기술의 한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필요성’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속도보다 사람이 AI를 감시하고 교정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AI가 사람을 해고하는 시대”가 아니라 “AI를 다루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가 먼저 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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