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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에 휘말린 노동자들, 주 100시간 근무로 버티는 실리콘밸리

  • 고건 기자
  • 입력 2025.10.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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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이 주당 80시간에서 100시간까지 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5년 10월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AI 기업의 핵심 인력들이 ‘AI 기술 전쟁’에서 앞서기 위해 잠과 식사를 쪼개며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연구원은 “20년 걸릴 과학적 진보를 2년 안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달리고 있다”고 말했고 일부 스타트업은 아예 주말 두 시간만 쉰다는 뜻의 ‘0-0-2’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런 초과 노동이 벌어지는 배경엔 AI 모델 개발 경쟁이 있다. 생성형 AI 시장은 이미 구글 딥마인드,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등 빅테크 사이에서 군비 경쟁처럼 번지고 있으며 모델을 먼저 내놓는 속도가 기업 가치와 투자 유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핵심 인력에게 거액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강도 높은 업무를 요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선점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직원들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하는 장소 역시 회사와 집의 구분이 무너졌다. 데이터 학습과 모델 훈련이 실시간으로 이어지다 보니 연구원들은 새벽에도 서버 상태를 점검하거나 코드를 수정하고 일부는 사무실에서 아예 숙식하며 일주일 내내 근무한다. 

 

회사들은 주말 식사 제공이나 야간 차량 지원 등으로 이 환경을 제도화하고 있다.

 

이런 근무 방식이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도 나타난다. 워싱턴포스트는 10월 20일자 기사에서 AI 스타트업과 일부 기술기업이 중국의 ‘996’ 문화, 즉 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을 주 6일 유지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식적으로는 주 72시간 근무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 일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신입 채용 공고에 ‘7일 출근 가능자’라는 문구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일부 회사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며 장시간 근무를 유도하고 이런 시스템이 성과와 직결된다는 믿음이 사내 문화로 굳어지고 있다.

 

AI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은 ‘빠른 출시’와 ‘기술적 우위’를 기준으로 자금을 배분하고 있고 기업은 경쟁사보다 먼저 모델을 내놓기 위해 인력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피로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지금은 멈출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스타트업 임원은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하루만 늦어도 기술이 구식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초장시간 근무가 지속 가능하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번아웃과 건강 악화로 인한 인력 유출이 늘고 있으며 코드 오류나 품질 저하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있다. 

 

과거 중국에서도 ‘996’ 문화가 노동권 침해 논란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 그 모델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역수입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AI 혁신의 속도전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I 산업의 핵심은 창의성과 집중력인데 이 두 가지가 장시간 근무로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주 70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장기적으로는 프로젝트 효율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하지만 기업들은 당장의 기술 우위와 투자 시장의 관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AI 군비 경쟁의 노동 버전’이라고 표현한다. 경쟁사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AI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거라던 논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정작 AI를 만드는 사람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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