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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낮잠 자" 한마디에 벌러덩…399달러 '로봇 오리' 하루 새 2만 대 팔렸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2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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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무대에 오른 오리 모양 소형 로봇이 연말 선물 시장의 화제로 떠올랐다. 시연 영상이 퍼진 다음 날 선주문은 2만 대를 넘어섰다.


황 CE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GTC 베를린' 기조연설 말미에 키 25cm의 두 발 로봇 '마이크로덕' 네 대를 무대로 불러냈다. 로봇들은 작은 발을 구르며 뒤뚱뒤뚱 걸었고 영화 스타워즈의 R2-D2를 닮은 전자음을 냈다. 

 

황 CEO의 음성 명령에 맞춰 앉고 일어섰으며 낮잠을 자라는 말에 바닥으로 쓰러졌다. 공중제비도 돌았다. 모든 로봇이 지시를 따르지는 않았다. 한 대는 낮잠 명령에도 계속 걷다가 뒤늦게 쓰러졌고 공중제비를 제대로 해낸 로봇은 두 대였다. 무리에서 떨어져 넘어졌다 일어난 로봇을 황 CEO가 집중하라며 불러들이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클레망 들랑그 허깅페이스 CE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기조연설 이튿날 선주문이 2만 대를 넘었다며 마이크로덕이 올해 가장 많이 팔린 로봇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보 영상에는 아이뿐 아니라 성인이 로봇과 노는 모습도 담겼다.


마이크로덕은 프랑스 보르도의 로봇 기업 폴렌 로보틱스가 만들었다. AI 모델과 데이터를 누구나 공유하는 플랫폼 허깅페이스가 2025년 4월 인수한 회사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이 허깅페이스를 129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덕은 탁상형 로봇 '리치 미니'에 이은 허깅페이스의 두 번째 로봇이다. 리치 미니는 누적 1만 대 넘게 팔렸다.


마이크로덕 선주문은 8월 27일 시작됐다. 가격은 세금과 배송비를 제외하고 399달러다. 무게 800g 미만의 몸체에 모터 15개와 카메라를 넣었다. 레이저로 거리를 재는 라이다 센서와 몸의 기울기·가속도를 감지하는 관성측정장치(IMU) 2개도 달았다. 관절이 있는 부리로 약 100g의 물건을 집는다. 

 

두뇌는 중국 록칩의 RK3566 칩이 맡고 생산은 중국 선전의 시드 스튜디오가 담당한다. 출시 직후 4초에 한 대꼴로 팔려 첫날 주문액 260만 달러를 기록했고 며칠 만에 1만 대를 넘겼다. 회사는 크리스마스 전 배송을 목표로 하지만 주문이 몰리면서 신규 주문분 배송은 크리스마스 이후로 밀렸다.


로봇에는 걷기·앉고 서기·공차기·부리로 물건 줍기·롤러스케이트 타기·넘어진 뒤 일어나기 등 7가지 동작이 미리 학습돼 있다. 동봉된 게임 컨트롤러로 바로 조종할 수 있다. 사용자가 새 동작을 직접 가르칠 수도 있다. 

 

방식은 로봇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잘한 행동에 보상을 받아 요령을 익히는 강화학습이다. 실제 로봇을 수천 번 넘어뜨리는 대신 컴퓨터 속 가상 쌍둥이를 훈련시킨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한 대로 가상 로봇 4096대를 동시에 돌리면 1~2시간 만에 쓸 만한 걸음걸이를 익힌다. 학습 결과는 '정책'이라 불리는 작은 파일로 로봇에 옮겨지고 로봇은 이를 1초에 50번씩 실행하며 움직인다.


가상 세계에서 익힌 동작은 현실에서 어긋나기 쉽다. 바닥 마찰이나 배터리 전압이 조금만 달라도 로봇이 넘어진다. 폴렌은 모터의 실제 반응을 정밀하게 본뜬 모델을 쓰고 훈련 때마다 전압·마찰·기어 유격을 무작위로 바꿔 어떤 조건에서도 버티도록 학습시킨다. 

 

가상 학습을 현실로 옮기는 이 과정을 업계는 '심투리얼(sim-to-real)'이라 부른다. 개발도구와 학습 소프트웨어 일체는 누구나 내려받아 고칠 수 있는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기계 설계도와 회로 도면은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사용자는 새로 가르친 동작을 커뮤니티에 공유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이 학습 과정에 자사 기술을 내세웠다. 로봇 학습 도구 '아이작 랩 3.0'에 마이크로덕 보행 학습 안내서를 실었고 마찰과 지연·부품 틈새까지 계산하는 '뉴턴' 물리엔진을 적용했다. 기조연설에서는 AI 에이전트가 훈련 전 과정을 처리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미국 노우스 리서치의 에이전트 '헤르메스'는 지난주 출시된 엔비디아 노트북 ‘RTX 스파크'에서 명령 하나를 받아 장애물 코스를 설계하고 시뮬레이터 '아이작 심'에 가상 로봇을 구현했다. 이어 클라우드 GPU로 훈련을 맡긴 뒤 완성된 정책을 노트북에서 점검하고 실제 로봇에 설치했다. 

 

RTX 스파크는 초당 1000조 번 연산하는 1페타플롭 성능과 메모리 128GB를 갖췄다. 황 CEO는 무대 위 로봇들이 RTX 스파크에서 만들어져 클라우드의 엔비디아 슈퍼컴퓨터로 훈련받고 가상 쌍둥이 세계에서 기술을 익혔다고 소개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Microduck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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