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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손발 묶였다"…이란 전쟁발 유가 폭등에 금리 정책 마비

  • 고건 기자
  • 입력 2026.04.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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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움직일 여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고용시장은 불안정하고 물가는 목표치를 웃돈다. 4월 3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3월 고용보고서는 표면상 긍정적이었다. 

 

비농업 일자리가 17만 8,000개 늘어 시장 예상치(5만 9,000개)를 세 배 가까이 웃돌았고 실업률은 4.4%에서 4.3%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은 달랐다. 

 

실업률 하락은 취업자가 늘어서가 아니라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약 40만 명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경제활동참가율(일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인구 비율)은 61.9%로 2021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금 증가율도 예상보다 낮았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2% 오르는 데 그쳐 예상치(0.3%)를 밑돌았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 상승해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 6개월 평균 월간 고용 증가폭은 1만 5,000개에 불과했다. 

 

3월 수치 자체가 2월의 13만 3,000개 감소에 대한 반등 효과를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는 만큼 1~3월 평균을 내면 월 6만 8,000개 수준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고용시장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대체로 임금 상승세 둔화와 휴직·이직률 지표를 종합해 볼 때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인다. 연준은 지난 3월 18일 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했으며 이는 1월에 이어 두 번째 연속 동결이다.


유가 급등은 연준의 선택지를 더 좁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개시하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현대 글로벌 석유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하루 약 1,10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중단됐고 중동 걸프 지역 수출량은 하루 1,500만 배럴에서 700만 배럴로 반 토막 났다. 유가 급등은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에 즉각 반영됐다. 4월 1일 기준 미국 전국 평균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6달러로 전년 대비 33% 가량 올랐다. 캘리포니아주는 5.89달러로 가장 비쌌다.


연준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준금리를 내리자니 물가 목표를 지키기 어렵고 올리자니 고용시장이 버티지 못한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4% 올라 연준 목표치(2%)를 웃돌았다. 연준이 더 중시하는 핵심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올해 2.7%에 달할 것으로 연준 자체 전망치에 잡혀 있다. 

 

오는 10일에는 3월 CPI가 발표될 예정인데 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유가 영향이 반영되면서 연율 3% 내외를 나타낼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임금 증가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가솔린 가격까지 오르면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 지출이 위축될 수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높은 가솔린 가격은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깎아내는 사실상의 세금"이라고 진단하며 저소득·중산층일수록 교통·식품·주거에 지출 비중이 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더 취약하다고 밝혔다.

 

세금 환급 효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한때 연초 세금 환급이 소비를 받쳐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환급이 사실상 증발해버렸다. 가솔린 가격 상승이 그 효과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스스로도 고용시장이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택시장 역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1월 신규 단독주택 판매량은 연율 기준 58만 7,000채로 전월 대비 17.6% 급감했다. 2월·3월 신규주택 판매 통계는 발표 일정이 5월 5일로 밀렸다. 

 

주택 건설사들은 모기지 금리를 최대 2%포인트 낮춰주는 이른바 '바이다운' 지원, 가격 인하 등 각종 유인책을 쏟아내고 있다. 2월 기준 전체 건설사의 65%가 판매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며 36%는 평균 6% 수준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신규주택 거래가 살아나지 않으면 건설 파이프라인 자체가 말라붙고 이사에 따른 가전·가구 구입 등 연관 소비도 함께 사라진다. JP모건은 올해 미국 집값 상승률을 0%로 전망하고 있으며 전국주택건설협회(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디에츠는 2025년 단독주택 착공이 전년 대비 7% 감소했다며 2026년도 1% 내외의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은 지난 4월 1일 미국기업연구소(AEI) 강연에서 현재 금리(3.5~3.75%) 수준이 "당분간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준이 3월 발표한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중 한 차례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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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CME Fedwatch 홈페이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도구는 3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4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변동 가능성을 사실상 0%, 올해 안에 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77.5%로 반영하고 있다.

 

이란 분쟁이 완전히 해소되면 유가가 내려가고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여지가 생긴다. 다만 분쟁이 해소되더라도 이미 가해진 경제적 타격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종전과 별개로 호르무즈 해협이 4월 중순까지 재개통되지 않으면 공급 차질이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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