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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유통]트렌드 감지부터 협상과 물류 유통까지, AI가 혼자 다 하는 시대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4.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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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창고에서는 요즘 사람이 로봇에게 말로 지시를 내린다. "왼쪽 노란 통의 물건을 전부 골라 회색 통에 담아." 로봇은 이를 이해하고 곧바로 행동에 옮긴다. 아마존이 2025년 6월 공개한 에이전틱 AI(사람의 개입 없이 목표를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 기술이 실제 물류 현장에 적용된 모습이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기술이 전 세계 물류·유통 대기업의 공급망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아마존과 월마트를 필두로 DHL, FedEx 등 글로벌 물류 기업들이 자연어를 이해하는 대형 언어 모델(LLM)과 자율 판단·실행이 가능한 AI 에이전트를 핵심 인프라로 도입하면서 수요 예측부터 배송 경로 설정, 공급업체 협상까지 물류의 전 과정에 혁신이 일어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아마존이 공개한 생성형 AI 기술 중 현장 반응이 가장 뜨거운 것은 '웰스프링(Wellspring)'이다. 배송 기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상황 중 하나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정확한 건물과 동을 찾는 일이다. 

 

웰스프링은 위성 이미지, 도로 네트워크, 건물 외관 데이터, 고객 지시사항, 과거 배송 사진 속 위치 정보 등 수십 개 출처의 데이터를 통합해 각 주소에 대한 정밀 배송 지도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2024년 10월 미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 결과 1만 4,000개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 속한 280만 개 주소가 정확한 건물과 연결됐고, 400만 개 주소에 대한 최적 주차 위치가 식별됐다. 아마존 측은 이전에는 배송 기사가 현장에서 스스로 파악해야 했던 공용 우편함 위치나 건물 출입구 정보를 이제는 AI가 사전에 정리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배송 정확도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을 얼마나 어디에 미리 쌓아둘 것인가'의 문제, 즉 수요 예측이다. 아마존은 기존 판매 이력 중심의 예측 시스템을 대체해 파운데이션 AI 모델(대량의 데이터로 사전 학습된 범용 AI 모델) 기반의 새 수요 예측 시스템을 미국·캐나다·멕시코·브라질에 적용하고 있다.

 

이 모델은 날씨 패턴, 공휴일 일정 등 시간 구속적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예측을 만들어낸다. 콜로라도 볼더 지역의 스키 시즌 스키 고글 수요나 매사추세츠 케이프코드의 여름 선크림 수요처럼 특정 지역과 계절이 결합된 수요 패턴까지 포착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이 모델 도입 후 대형 할인 행사의 국가 단위 장기 예측 정확도가 10% 향상됐고 수백만 개 인기 상품의 지역별 예측은 20% 개선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통 공룡 월마트는 외부 LLM에 의존하는 대신 자체 개발한 소매 특화 대형 언어 모델 '왈라비(Wallaby)'를 물류·유통 전반에 이식하는 전략을 택했다. 수십 년치 월마트 거래 데이터로 학습된 왈라비는 일반 목적 AI 모델이 이해하기 어려운 자사 브랜드와 소비 패턴, 소매 문맥을 반영한다. 

 

개발자들이 AI 모델을 구축하고 테스트하는 내부 플랫폼 '엘리먼트(Element)'는 에이전트 동작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감시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가장 주목받는 응용은 '왈리(Wally)'다. 왈리는 재고 불균형의 근본 원인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월마트 자체 상인 AI 에이전트로, 단순히 부족 상황을 경보하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지역 날씨 패턴, 소셜 미디어 트렌드, 물류 병목 상황을 자율 분석해 매장 선반이 비기 전에 재고를 다른 창고에서 끌어와 재배치한다. 


월마트는 이 '자가 치유 재고(Self-Healing Inventory)' 시스템이 2025년 출시 이후 특히 신선식품 부문에서 5,500만 달러 이상의 폐기 손실을 줄였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생성형 AI를 상품 기획 단계까지 끌어들였다. '트렌드-투-프로덕트(Trend-to-Product)'는 소셜 미디어 버즈와 검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소비자가 다음에 원할 것을 포착하고 생성형 AI가 팀의 제품 설계와 개발을 지원해 아이디어가 매장 선반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대비 18주 단축했다. 

 

생산 착수에서 출시까지 6주면 가능한 구조다. 이 시스템은 미국에서 먼저 운용된 뒤 코스타리카, 멕시코, 캐나다로 확장 중이다.

 

공급업체 협상 역시 AI 에이전트 영역으로 들어왔다. 월마트는 AI 스타트업 팩텀(Pactum)과 협력해 수천 개의 중소 공급업체와 간접재 계약 협상을 생성형 AI 챗봇이 자율 처리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접촉한 공급업체의 64~68%와 계약 체결에 성공했고 평균 1.5~3%의 비용 절감과 유리한 대금 지급 조건을 확보했다.


DHL은 2025년 11월 AI 스타트업 해피로봇(HappyRobot)과 파트너십을 맺고 운영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에이전틱 AI를 배치했다. 

 

배송 예약 스케줄링, 운전사 후속 확인 전화, 고우선순위 창고 조율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전화와 이메일로 자율 처리한다. 쉬운 내용의 고객 응대를 자동화함으로써 현장 인력이 예외 상황 처리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DHL은 생성형 AI를 통관 데이터 정제와 창고 작업 자동화에도 적용하고 있다. 기존 AI가 구조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만 할 수 있었다면 생성형 AI는 인간 작업자를 위해 자연어로 작성된 절차 문서를 읽고 그 지시를 실행한다. 판단과 추론이 필요한 복잡한 작업으로 확장될 경우 에이전틱 AI가 된다.


한편 FedEx는 2026년 2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AI와 자동화를 통해 2029회계연도까지 영업이익 8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는 2025년 대비 53% 증가한 수치이며 AI가 수익성 회복의 핵심 수단으로 명시됐다.

 

FedEx가 에이전틱 AI 전략의 기반으로 구축한 것은 데이터 플랫폼 '아틀라스(Atlas)'다. 독립적으로 관리되던 600개 분석 환경을 하나의 통합 아키텍처로 묶었고 1,300개 이상의 데이터 테이블이 2,800명의 기업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FedEx 네트워크는 매일 2페타바이트(약 200만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하는데 이 데이터가 정규화되고 구조화되지 않으면 어떤 에이전트도 그 위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화물 브로커 C.H. 로빈슨은 업계에서 가장 구체적인 에이전틱 AI 성과 수치를 공개한 기업이다. 현재 30개 이상의 에이전트가 화물 견적, 주문 처리, 소형 화물(LTL) 분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견적 에이전트는 32초 만에 견적서를 완성하고 주문 에이전트는 하루 5,500건의 트럭 주문을 처리한다. 

 

이에 따라 LTL 주문의 75%가 완전 자동화됐으며 이는 2022년의 50%에서 뛰어오른 수치다. 회사 전체 생산성은 같은 기간 40% 향상됐다.


다만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동시에 실제 성과와의 간극도 드러나고 있다. 맥킨지가 2025년 전 세계 1,99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현황 조사에서 기업 전체 수준에서 AI로 실질적 수익 영향을 보고한 조직은 39%에 불과했다. 

 

BCG의 2026년 공급망 AI 분석에서도 투자 대비 실질 가치를 확인한 조직은 20%에 그쳤다. 가트너는 에이전틱 AI가 현재 '과도한 기대의 정점'에 있다고 평가하며 전체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비용, 거버넌스 실패, 불명확한 사업 가치를 이유로 2027년 전에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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