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이 거대해질수록 이를 학습하고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도 급격히 늘어난다. 최신 AI 데이터센터는 수십에서 수백 메가와트 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중형 도시 하나가 소비하는 전력에 가까운 수준이다.
문제는 전력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허가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력망이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AI 산업에서는 전력과 냉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센터 위치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지만 최근 등장한 아이디어 중 하나는 해상 데이터센터다. 해상 풍력발전기와 데이터센터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풍력 터빈이 생산한 전력을 바로 서버에 공급하고, 바닷물을 냉각에 활용하는 구조다. 미국 스타트업 아이키도 테크놀로지스는 이러한 개념을 실제 실험 단계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2026년 노르웨이 해안 인근에 약 100킬로와트 규모의 시험용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는 부유식 해상 풍력 터빈 구조물 아래쪽에 설치된 밀폐형 모듈 안에 들어간다.
실험이 성공하면 더 큰 시스템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2028년에는 영국 해안 인근에 15~18메가와트급 풍력 터빈과 결합한 데이터센터를 배치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약 10~12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동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 정도 규모면 수만 개의 AI 서버를 운영할 수 있다.
해상 데이터센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력 수급과 냉각을 함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상 풍력은 육상 풍력보다 바람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발전량 예측이 비교적 쉽다. 발전기가 바로 위에 있기 때문에 전력을 장거리 송전망으로 보내는 과정도 필요 없다. 데이터센터를 바다에 두면 전력 생산지와 서버를 한 장소에 묶는 구조가 된다.
냉각 문제도 동시에 해결된다.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은 서버를 식히는 데 들어간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는 공기 냉각이나 액체 냉각 시스템을 사용한다.
하지만 바닷속 환경에서는 차가운 해수를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 북해나 북대서양처럼 수온이 낮은 지역에서는 자연 냉각 효과가 특히 크다.
도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주민 반발도 줄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소음과 전력 소비 때문에 지역 주민 반대에 자주 부딪힌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역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다에 설치된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이른바 ‘님비 현상’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해상 데이터센터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0년대 중반 ‘프로젝트 내틱(Project Natick)’이라는 이름으로 수중 데이터센터 실험을 진행했다.
2018년 스코틀랜드 해안에 서버 800여 대를 담은 밀폐형 데이터센터를 해저에 설치하고 약 2년 동안 운영했다. 시험 결과는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다. 약 850대 서버 가운데 고장 난 장비는 6대에 불과했다.
데이터센터 내부를 산소 대신 질소로 채운 환경이 장비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실험은 수중 데이터센터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해당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유지보수 문제와 설치 비용, 해저 통신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이 현실적인 장애로 작용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 특허와 설계 자료는 2021년 공개됐다.
다만 해상 데이터센터 기술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바다는 장비에 매우 가혹한 환경이다. 해수는 금속을 빠르게 부식시키기 때문에 전력 케이블과 서버 모듈, 통신 장비 모두 특수 설계가 필요하다.
파도와 해류 때문에 구조물은 미세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서버 장비를 고정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통신 인프라도 중요한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육지 네트워크와 연결해야 한다. 대규모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려면 안정적인 해저 통신망이 필요하다. 해상 데이터센터가 해저 케이블 허브 근처에 배치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해상 데이터센터를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결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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