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29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몇 차례 회의 동안 금리를 그대로 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뒤 속도를 조절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연준은 최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물가 상승률이 완전히 목표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인하를 서두르기보다 경제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선택이었다. 퍼거슨은 이를 두고 연준이 관찰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표현했다.
금리를 더 내릴지, 다시 올릴지 방향을 정하기에 앞서 경제 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연준의 공식 성명에서 나타난 표현 변화를 짚었다. 최근 노동시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안정화’라는 단어가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전 회의에서는 고용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복적으로 언급됐지만 이번에는 노동시장이 일정 수준에서 버티고 있다는 뉘앙스가 읽힌다는 것이다.
퍼거슨은 이는 연준 내부에서 고용 시장의 기초 체력에 대한 신뢰가 다소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또한 이번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퍼거슨은 이를 두고 연준이 어느 한쪽으로 강하게 기울어 있지 않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당장 금리 인상으로 돌아설 준비를 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추가 인하를 서두를 만큼 물가 상황이 충분히 안정된 것도 아니다. 연준이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고려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상승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연준이 목표로 삼는 연 2% 수준에 완전히 근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 당국이 성급하게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 어렵다. 인하가 자칫 소비와 투자 수요를 다시 자극해 물가를 재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는 AI와 자동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언급됐다. 퍼거슨은 현재를 AI가 생산성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라고 표현했다.
기업들이 AI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고용 전반이 급격히 위축되는 조짐은 아직 뚜렷하지 않으며 개별 기업의 감원 발표만으로 노동시장 전체의 방향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AI 도입이 누적되면 생산성이 개선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물가와 임금 흐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봤다.
연준 입장에서는 이 지점이 중요하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재화를 만들 수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동시에 기업의 비용 구조도 달라진다.
퍼거슨은 이런 변화가 실제로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책을 크게 움직이기 어렵다고 관측한다. AI가 경제 구조에 어떤 속도로 스며드는지 지켜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치적 압박과 관련해서도 언급이 나왔다. 최근 연준의 금리 결정이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환경과 맞물려 해석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퍼거슨은 파월 의장이 자신의 임기나 향후 거취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경제 지표 중심으로 발언을 이어가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화정책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물가와 고용이라는 실물 지표에 기반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상반기 중 추가 인하에 나설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 다시 완화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다른 한쪽은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남아 있어 동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퍼거슨의 발언은 이 가운데 후자에 가까운 무게를 실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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