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일자리는 사실상 멈췄고 실업자는 늘었다. 9월 초 발표된 2025년 8월 고용 보고서는 노동시장이 냉각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숫자들로 채워졌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2만2천 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은 약 7만 개 증가를 예상했지만 실제 수치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6월 고용은 기존 증가에서 감소로 수정돼 1만3천 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월간 고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7월 수치는 7만9천 개 증가로 소폭 상향됐지만 최근 3개월 평균은 2만9천 개에 불과하다. 팬데믹 이후 빠른 회복 국면과 비교하면 사실상 정체 상태다.
업종별로 보면 헬스케어가 3만1천 명 증가하며 고용을 떠받쳤다. 요양시설과 병원을 포함한 의료 서비스 수요는 고령화와 맞물려 비교적 견조했다. 사회복지 분야도 1만6천 명 늘었다. 반면 연방정부 고용은 1만5천 명 감소했고 올해 1월 이후 누적 감소 폭은 9만7천 명에 달한다.
광업과 채굴, 석유·가스 부문은 6천 명 줄었고 도매업과 제조업은 각각 1만2천 명 감소했다. 제조업 가운데 자동차 등 운송장비 분야는 1만5천 명 줄어 관세 부담과 노사 갈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소매, 숙박, 레저, 정보, 금융, 전문·비즈니스 서비스 등은 큰 변화가 없었다.
실업률은 4.3%로 상승했다. 전월 4.1%에서 0.2%포인트 올랐으며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동참가율은 62.3%로 변동이 없었지만 고용률은 59.6%로 낮아졌다. 구직 활동에 나선 인구는 늘었는데 실제 일자리는 충분히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용 보고서는 두 가지 조사 방식으로 작성된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체조사에서는 일자리 증가가 2만2천 개에 그쳤다. 가계를 대상으로 한 가계조사에서는 취업자가 28만8천 명 늘었고 노동력도 43만6천 명 증가했다.
그러나 노동력 증가 폭이 더 컸고 실업자도 14만8천 명 늘어 실업률이 상승했다. 조사 방식에 따라 수치 차이는 있지만 방향은 같다. 고용 확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보고서가 고용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업률 4.3%는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0년대 중반에는 5% 안팎이 일반적이었고 그때는 고용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지난 3년간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고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됐음에도 대규모 해고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의 속도는 주목할 만하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팬데믹이 있다. 팬데믹 이후 대규모 재정 부양과 수요 회복으로 명목 국내총생산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기업 이익률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세전 기준 이익률이 20%에 근접한 시기도 있었다. 매출이 일부 둔화되더라도 당장 인건비를 대폭 줄이지 않아도 되는 완충 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기업들은 해고 대신 채용 동결과 근로시간 조정을 택했다. 신규 채용을 줄이고 파트타임 활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용을 관리했다.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34.2시간으로 집계됐다.
2000년대 이후 이 지표는 34시간대 초중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초기처럼 경기 충격이 컸던 시기에만 34시간 아래로 떨어졌다. 아직은 그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익률의 상당 부분은 빅테크 기업들이 견인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등은 2023년 이후 고수익 구조를 이어가며 30%를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수익성을 높였다.
반면 주택 건설과 제조업 같은 경기 민감 업종은 2022년 이후 이익률이 하락했다. 주택 건설업 이익률은 20%에서 14% 수준으로 낮아졌다. 과거 사이클에서는 이 정도 하락이면 해고가 빠르게 늘었지만 이번에는 인력 구조를 조정하는 선에서 대응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금리선물 가격을 반영한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0.5%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고용 둔화가 분명해진 만큼 연준이 정책 완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이번 고용 보고서가 연준이 움직일 수 있는 폭을 좁힌 만큼 만약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하면 연준의 선택지는 제한된다. 반대로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면 금리 인하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기업 이익의 완충력이 유지되는 한 단기간에 대규모 해고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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