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AI와 상관없을 것 같은 산업은 무엇일까. 굳이 따지면 원자재나 에너지 등의 산업일 것이다. 그러나 석유·천연가스 산업에서 AI는 탐사, 생산, 정유, 설비 운영 전반에 걸쳐 실제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이 산업에서 AI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부문은 주로 시행착오와 반복을 줄여주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주로 지질 데이터 분석, 생산량 예측, 설비 고장 예측 등에 활용되고 있는데, 업계에 따르면 이와 같은 기술은 이미 주요 기업들의 현장 운영 시스템에 포함되어 있다.
가장 AI가 유용하게 활용되는 곳은 직접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탐사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AI는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지진파 데이터는 지하에 인위적인 진동을 발생시킨 뒤 반사되는 파형을 기록한 자료로 지층 구조와 자원 분포를 추정하는 데 활용된다. 과거에는 지질학자가 일부 샘플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했지만 최근에는 수십 년치 지진파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켜 특정 지층 패턴을 분류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엑슨모빌(Exxon Mobil)은 작년 말 투자자 설명 자료에서 AI 기반 지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추 실패 사례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시추는 한 번의 작업에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공정이기 때문에 실패 여부가 전체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생산 단계에서는 유정에서 나오는 압력, 온도, 유량 같은 실시간 데이터가 AI 모델에 입력된다. 유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량이 감소하는 특성이 있는데 인공지능은 과거 생산 이력과 현재 데이터를 비교해 생산량 저하 시점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셰브론(Chevron)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유정 관리 방식을 조정하고 동일한 유정에서의 회수율을 개선했다고 공개 자료에서 설명했다. 회수율은 매장된 자원 중 실제로 생산되는 비율을 의미하는 지표다.
정유와 가스 처리 시설에서는 공정 최적화에 AI가 사용된다. 정유공장은 수백 개의 밸브와 반응 조건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로 구성돼 있으며 원유 성분과 외부 환경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여기서 AI는 공정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에너지 투입 대비 산출량이 가장 높은 조건을 계산한다. 쉘(Shell)은 정유공장과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에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사용량과 비가동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비 유지보수 분야에서도 점진적으로 AI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예측 정비는 장비가 고장이 나기 전에 센서 데이터를 통해 고장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체계를 말한다.
여기서는 펌프나 압축기에서 발생하는 진동, 소음, 온도 변화가 주요 입력 데이터로 사용된다. BP은 이러한 예측 정비 시스템을 도입해 설비 셧다운 빈도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서비스 기업들도 AI를 핵심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슐럼버거 에너지(SLB)는 시추 자동화와 지하 모델링 소프트웨어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에너지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시추 방향과 속도를 자동으로 조정해 작업 효율을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한편 국제 에너지 행사와 언론 보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2025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들이 AI를 활용해 시추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관리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앞으로도 AI는 석유·천연가스 산업의 기존 공정에 효율적으로 결합되는 형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데이터 처리와 운영 관리 영역에서 적용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BEST 뉴스
-
말하는 AI 말고 고르는 AI…'결정 모델'은 무엇인가
미국 스타트업 무수비(Musubi)가 6일(현지시간) 콘텐츠 검열용 AI 모델 'PolicyLM-1.7B'를 공개했다. 플랫폼 운영자가 일상 언어로 쓴 운영 정책을 읽고 채팅 메시지가 정책 위반인지 판정하는 모델이다. 짧은 메시지 하나를 판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중간값 기준 0.035초다. 무수비는 모델 가중치(AI... -
가장 비싼 AI가 1등이 아니다…클로드 신모델 3종 '용도별 골라 쓰기'
앤트로픽이 이달 들어 AI 모델 3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클로드 사용자의 선택지가 복잡해졌다. 최상위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 5.1'이 1일 출시됐고 22일에는 '클로드 오퍼스 5.5'가, 28일에는 '클로드 소네트 5.5'가 나왔다. 가격이 가장 비싼 모델이 성능 시험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가격 차...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
[반도체]빠른 SSD, 싼 HDD…AI 시대에 다시 뜨는 40TB·100TB 하드디스크 기술
-
[환경]아마존 데이터센터, 미국 최대 '탄소 배출 공장'으로 둔갑하다
-
[사이버보안]AI에 걸린 안전장치, 해커 막으려다 방어자 발목 잡는다
-
[전력]AI가 삼킨 전력…미국, 화석연료 투자서 수십 년 만에 중국 추월
-
[보험]보험사들 "AI, 이제 진짜 돈 되네?"…핵심 사업에 직접 투입
-
[법과제도]"AI가 변호사를 대체한다"는 환상, 법정이 직접 제동을 걸다
-
[반도체]HBM4는 시작일 뿐…AI 메모리의 진짜 승부는 '이 네 글자'
-
[전력]AI 데이터센터 '원전 만능론' 깨졌다…빅테크, 결국 가스로 유턴
-
[전력]현실이 된 바닷속 서버…중국, 해저 데이터센터 세계 최초 상용화
-
[사이버보안]너무 뛰어나 어둠 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앤트로픽 보안 모델, 미소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