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Skild AI가 설립 2년 만에 기업가치 140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글로벌 기술 투자 시장의 중심에 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ild AI는 최근 14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고 이 투자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140억 달러를 넘는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했으며 엔비디아와 맥쿼리 그룹 등 굵직한 자본이 함께 참여했다. 불과 7개월 전 여름 약 45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세 배 이상 뛴 셈이다.

(사진 출처: Skild AI 공식 홈페이지)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로봇을 하나하나 가르치는 방식 대신 로봇에 공통으로 쓰이는 ‘두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Skild AI가 개발 중인 것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로 불리는 소프트웨어다.
사람에게 비유하면 특정 일만 할 수 있는 숙련공을 계속 뽑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고력과 감각을 갖춘 뇌를 하나 만들어 여러 몸에 이식하는 개념에 가깝다.
지금까지의 로봇은 공장마다 집마다 다른 환경에 맞춰 일일이 학습을 시켜야 했다.
로봇 팔이 나사를 조이도록 가르치려면 그 작업만 수천 수만 번 반복시켜야 했고 작업이 조금만 바뀌어도 다시 학습을 시켜야 했다.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로봇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Skild AI는 이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풀겠다는 쪽을 택했다. 회사가 설명하는 모델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바퀴 달린 이동 로봇, 공장용 로봇 팔처럼 형태가 달라도 기본 동작과 상황 판단을 공유하도록 설계됐다. 새로운 로봇에 이 소프트웨어를 얹으면 완전히 처음부터 가르치지 않아도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작업을 익혀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사람이 작업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따라 배우는 학습 방식을 강조한다.
로봇 데이터는 실제로 쌓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람의 행동 영상과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량을 늘리고 이후 실제 로봇에서 보정하는 방식을 쓰겠다는 설명이다.
이 접근이 시장에서 크게 평가받는 배경에는 로봇 산업의 현실이 있다. 로봇 하드웨어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내려가고 있지만 설치 이후 유지와 학습 비용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로봇을 한 대 더 들여놓을 때마다 추가로 필요한 것은 기계보다 사람의 손과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로봇이 현장에서 스스로 배우고 적응한다면 기업과 개인 모두 로봇 도입 문턱이 크게 낮아진다. 투자자들이 ‘로봇의 대중화’를 이야기할 때 실제로 기대하는 지점도 이 대목이다.
엔비디아가 이번 투자에 참여한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규모 연산을 필요로 하고 이는 곧 데이터센터와 GPU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로봇이 늘어날수록 로봇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서버 자원도 함께 커진다.
소프트웨어 회사와 반도체 회사의 이해관계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구조다.다만 이런 기대가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로봇은 언어 모델과 달리 실수의 대가가 크다. 넘어지거나 잘못 움직이면 기계가 망가지거나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센서 지연이나 모터 힘 같은 물리적 요소도 로봇마다 다르다.
그래서 데모 영상에서 잘 작동하는 기술이 실제 현장에 수백 대 단위로 배치되는 단계까지 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 시장에서는 Skild AI가 제시하는 비전이 크지만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이 분야에는 이미 경쟁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이해하도록 돕는 ‘월드 모델’을 개발 중인 Field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1X 역시 비슷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1X는 최근 로봇이 세상을 이해하는 공통 모델을 공개하며 같은 문제에 도전장을 냈다.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로봇을 더 쉽게 쓰이게 만들겠다는 목표는 같다.
Skild AI의 140억 달러 평가는 로봇 산업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로 볼 수 있다. 로봇을 만드는 기술보다 로봇을 ‘가르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기술’에 자본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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