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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AI 알고리즘의 천적, 로봇 관절의 ‘백래시’

  • 김시현 기자
  • 입력 2025.12.0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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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구동되는 로봇의 동작이 매끄럽지 않을 때 사람들은 흔히 AI 제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봇 업계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AI 알고리즘보다 관절 속 유격이다. 로봇 팔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제어 신호와 실제 동작이 어긋나는 핵심 원인은 관절 안에 숨어 있는 작은 틈이다. 이 틈을 ‘백래시(backlash)’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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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두 개가 맞물릴 때 이빨과 이빨 사이에 생기는 미세한 공간이다. 기계에서는 마찰과 마모를 줄이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여유지만 로봇 관절에서는 제어 성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 요소다.


기어가 지나치게 꽉 맞물리면 금방 닳아 없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 공간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 원칙이다. 자동차 변속기에도 같은 구조가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정밀 제어가 목적이 아니고 방향 전환 빈도도 낮다. 로봇은 다르다. 산업용 로봇은 0.1도 단위로 반복 동작을 수행해야 하고 협동 로봇은 사람 옆에서 미세한 조정이 요구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모터가 1도를 돌렸을 때 관절도 정확히 1도를 움직여야 한다. 백래시가 끼어 있으면 이 기본 조건이 무너진다.


특히 방향을 바꿀 때 문제가 두드러진다. 로봇 팔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다가 왼쪽으로 이동하려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모터는 즉시 방향을 바꾸지만 관절 내부의 빈틈은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 내부 기어가 새로운 방향으로 힘을 전달하기 전에 빈 공간을 먼저 채우는 과정이 발생한다. 

 

그 동안 관절은 정지하거나 불완전하게 움직인다. 모터와 관절 사이의 응답이 일치하지 않으면 AI 제어기는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계속 보정 명령을 쏟아낸다. 이 과정에서 진동과 오차가 더 커진다.


이 문제는 눈으로 잘 보이지 않아도 실제 성능을 크게 흔든다. 로봇 팔 끝 위치의 반복 오차가 100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보고됐다. 3D 프린팅, 반도체 공정, 의료 로봇처럼 작은 편차도 허용되지 않는 분야에서는 이런 오차가 바로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AI 알고리즘이 관절 위치를 계산하더라도 실제 기계가 그 위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제어 루프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센서가 읽어오는 값과 관절이 실제로 움직인 각도가 계속 어긋나면서 제어기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2025년 들어 로봇 기업들은 백래시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기어 정밀도를 높이거나 백래시가 거의 없는 감속기 구조를 쓰는 것이다. 하모닉 드라이브나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는 오래전부터 산업 현장에서 쓰여 왔고 협동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도 범용 기술이 됐다. 

 

하지만 이들 방식은 제조가 까다롭고 가격이 높다. 대형 로봇의 경우 일정 하중을 견디기 위해 감속기를 더 크게 만들면 백래시를 완전히 없애기도 어렵다.


실제 제조사들은 하드웨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소프트웨어에서 보완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하드웨어 자체를 바꾸기보다 AI와 센서를 이용해 이 유격을 보정하려는 것이다.


2025년에는 건설용 로봇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고정밀 가속도 센서를 붙여 관절이 실제로 흔들리는 정도를 계속 측정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방식이 발표됐다. 

 

연구진은 이를 ‘팩터 그래프’라는 계산 구조에 넣어 로봇의 몸이 얼마나 휘었는지, 관절에서 백래시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동시에 추적했다. 이 방식은 기존 보정보다 정확도가 더 높아져 오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보고됐다. 핵심은 로봇 스스로 “내 관절이 지금 틀어졌구나”를 감지하게 만든 것이다.


이와 별개로 2024~2025년 사이에는 관절 유격을 미리 예측해서 제어기에 반영하는 방법도 발전했다. 모터가 회전하기 전에 “이 정도 빈틈이 있을 것이다”라고 추정하고 그만큼 더 보내주는 방식이다. 이를 피드포워드 보정이라고 부른다. 덕분에 관절이 반응을 늦추기 전에 먼저 대비할 수 있다. 

 

최근 논문에서는 이 방법이 실제 산업용 로봇에서 움직임의 튐 현상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AI 기반 보정은 점점 더 복합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백래시뿐 아니라 열로 인해 관절이 늘어나거나 외부 충격으로 자세가 흔들리는 문제도 한꺼번에 계산하는 ‘하이브리드 보정’ 연구가 늘었다. 여러 센서와 카메라, AI 제어를 섞어 로봇의 절대 위치를 맞추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로봇이 같은 위치로 돌아오면 “반복성은 좋으니 괜찮다”고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같은 절대 좌표에 도달해야 하는 정밀 작업이 많아지면서 이런 연구가 중요해졌다. 


로봇이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데 필요한 요소는 AI만이 아니다. 관절을 구성하는 기계 요소가 정밀하지 않으면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한계가 명확하다. 

 

백래시는 로봇 공학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문제이면서 지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AI 시대가 열렸어도 로봇은 결국 물리적 장치에 기대어 움직인다. 알고리즘이 두뇌라면 백래시를 잡는 기술은 로봇의 몸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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