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향후 몇 달 안에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을 근거로 부과한 이른바 ‘해외비상사태 기반 관세’가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급심에서는 국제비상경제권법이 제재용 법률이라는 점을 이유로 관세 부과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결론내렸고 항소심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까지 같은 방향으로 기울 경우 2025년 이후 고율 관세로 이어진 정책의 정당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4월 거의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퍼센트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체계를 발표했다. 그는 이를 ‘해외로 빠져나간 미국 제조업을 되돌리기 위한 단기적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법적 근거가 지나치게 넓다는 비판이 있다.
국제비상경제권법은 대외 제재 수단으로 만들어진 법률로 특정 국가나 특정 거래를 제한하는 목적에 특화돼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을 근거로 사실상 새로운 관세 코드를 만들어 국제무역법의 기존 조항을 대체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제무역법원이 올해 5월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고 연방순회항소법원도 8월에 같은 취지의 결론을 유지했다.
관세 정책의 위법 여부는 미국 경제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시기적으로 관세 부과 이후 미국의 관세 수입은 2024년 770억 달러에서 2025년 약 195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의회예산국은 이 수입 증가가 연방 재정적자를 10년 동안 약 2조8천억 달러 줄이는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개선은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동반하는 측면이 있었고 소비자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예일대 예산 분석 기관은 올해 관세 체계가 미국 성장률을 0.9퍼센트포인트까지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 경우 가장 먼저 제기되는 쟁점은 이미 걷힌 관세의 처리 문제다. 이론적으로는 관세가 위법 판단을 받으면 수입업자에게 환급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 관세청이 운영하는 환급 절차는 단순하지 않다. 아직 통관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수입 건은 정정 절차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지만 청산이 완료된 물량은 별도의 이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이의 절차는 청산 후 18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수입 신고별로 따로 신청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규모가 195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일괄적으로 환급하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실제로 환급되는 금액은 이론치와 큰 차이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관계와 국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 기관이 일시에 환급 행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거론된다.
대법원이 관세를 취소할 경우 미국 경제 지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관세가 유지될 경우 물가가 연간 0.4퍼센트포인트 오르는 반면 관세가 철회되면 이런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재 중심 물가에 반영되는 압력이 줄어들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에도 일정한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으며 미국 의회예산국 역시 관세 부과가 성장률을 매년 0.06퍼센트포인트씩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만큼 관세 철회는 2026년 이후 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시장과 중소기업의 반응도 주목된다. 중소 제조업체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통 기업은 관세 체계 도입 이후 비용 증가와 투자 계획 지연을 겪었다는 불만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관세가 철회되면 비용 구조가 개선되고 채용이나 설비 투자 계획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러셀2000 지수가 관세 철회 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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