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 개발 신생기업 ‘메트세라(Metsera)’를 약 100억 달러, 한화로 10조 원 규모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치열한 인수 경쟁을 벌인 끝에 화이자가 최종 승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번 인수는 제약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화이자는 메트세라 주식을 주당 65.6달러에 현금으로 매입하고 향후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당 최대 20.65달러를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부 계약을 포함했다. 전체 인수 금액은 최대 1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메트세라의 이사회는 규제 리스크와 향후 통합 전략 등을 다양하게 종합 검토한 끝에 화이자의 제안을 수용했다. 이번 거래는 주주총회 승인 절차만 남겨둔 상태로, 당국 심사까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화이자는 과거에 철수했던 비만 치료제 시장에 사실상 재입성하게 됐다. 과거 자사 비만 후보물질 개발을 중단하며 한동안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던 화이자가 다시 경쟁 구도에 뛰어든 셈이다.
메트세라는 GLP-1 계열 약물뿐 아니라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아밀린’을 모방한 신약 후보를 보유하고 있다. 아밀린 계열은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식욕 조절과 혈당 안정에도 관여해 차세대 비만 치료제의 핵심으로 꼽힌다. 메트세라의 대표 후보물질은 ‘MET-097i’와 ‘MET-233i’로, 기존 주사제보다 투여 간격을 늘리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화이자의 인수전 경쟁 상대였던 노보 노디스크는 이미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으로 세계 비만 치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노보 노디스크는 메트세라 인수 실패 이후 경구용 소분자 비만 치료제 개발사 ‘세프터나(Ceptorna)’와 2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맞불을 놓았다. 기존 주사제 의존도를 낮추고 약 복용 편의성을 높이는 ‘알약형 비만 치료제’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한편 희귀 비만 치료제 개발사 리듬 파마슈티컬즈(Rhythm Pharmaceuticals)는 자사 약물 ‘셋멜라노타이드(Setmelanotide)’의 적응증 확대 심사 기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3개월 연장됐다.
원래는 12월 20일로 예정됐던 심사 마감일이 2026년 3월 20일로 미뤄졌으며 FDA는 데이터 검증 절차를 좀 더 정밀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리듬 파마슈티컬즈는 ‘후천성 시상하부 비만’이라는 희귀 질환 치료 허가를 노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연기가 절차상 조정에 불과하다는 해석과 함께 내년 초 승인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비만 치료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GLP-1 계열을 넘어 새로운 물질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미국 비킹 테라퓨틱스는 GLP-1과 GIP를 동시에 자극하는 ‘VK2735’의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며 경구용 버전도 내년 초 중간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로슈는 덴마크의 지랜드 파마와 손잡고 아밀린 기반 약물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계약 규모는 최대 53억 달러에 이른다. 이 약물은 기존 GLP-1 치료제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효과를 오래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도 스트럭처 테라퓨틱스는 경구형 GLP-1 후보물질을 중심으로 2b상 임상을 진행 중이고 알트이뮨은 비만보다 간질환 치료에 무게를 두며 ‘펨비두타이드’의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반면 턴스 테라퓨틱스는 안전성 문제로 비만 파이프라인을 전면 중단했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간 인수·합작이 잇따르는 이유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기존의 주사형 약물 외에 알약 형태, 장기 지속형 제형, 다양한 호르몬 조합 방식이 등장하면서 시장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메트세라 인수는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되찾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노보 노디스크가 독주하던 시장에 경쟁자가 본격 등장한 셈이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화이자의 비만 사업 재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트세라의 기술력이 실제 임상에서 입증된다면 비만 치료제 시장은 내년부터 또 한 번의 주도권 전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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