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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법원 앞 관세 승부수…“패해도 다른 카드 많다”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1.0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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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 정책인 관세 체제를 놓고 또 한 번의 법정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번 주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각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조치인지 심리한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이 경제 정책에 얼마나 자유롭게 개입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길 것으로 본다”며 “만약 결과가 불리하게 나와도 쓸 수 있는 다른 수단이 많다”고 강조했다. IEEPA가 가장 깔끔하고 협상력 있는 도구이지만 다른 법적 근거들도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언급한 대체 수단은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와 1974년 무역법 301조다. 232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고,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는 제재 근거로 활용된다. 

 

다만 베센트는 “이 조항들은 IEEPA처럼 폭넓은 재량을 주지 않기 때문에 더 복잡하고 절차가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IEEPA를 활용해왔던 이유도 이런 신속성과 자율성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번 재판의 초점이 대통령 권한의 범위에 있다. 트럼프가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이 헌법상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베센트 장관은 “대법원은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과거에도 안보나 통상 분야에서 대통령 재량이 폭넓게 인정돼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트럼프가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무기를 결합한 이례적 사례라는 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센트는 이날 인터뷰에서 법적 문제를 넘어 최근 미중 관계 회복 분위기에도 무게를 실었다. 그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서 만난 회담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상호 보복관세 중 일부를 단계적으로 철회하기로 합의했으며 특히 에너지와 첨단 부품 분야에서 새로운 교역 규칙을 마련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센트는 이번 합의로 미중 간 극단적 대립 구도가 일시적으로 완화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뒤집힐 경우 수입업체와 제조업체가 이미 적용받고 있는 관세율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장기 계약에 묶인 상태에서 법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물류와 가격 정책을 재조정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재판을 ‘경제주권’의 문제로 규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관세를 조정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회 일각에서는 “IEEPA가 원래 의도한 범위를 벗어났다”며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한다. 이 법은 원래 외국의 위협이나 테러 자금 차단 등 안보 목적에 초점을 맞춘 조항으로, 포괄적 경제정책 도구로 쓰기에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베센트는 이런 비판에도 “대통령의 협상력은 법보다 현실이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그는 “국제 협상에서는 속도가 힘이며 미국이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면 중국과 유럽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현재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일부 완화 국면에 들어갔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반도체와 희토류 부품 등에 대한 관세율이 낮아졌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항공기 부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철회했다. 그러나 자동차·철강 분야에서는 여전히 고율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협상력을 확보하고 향후 무역 협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직전 트럼프가 “관세수익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배당 정책”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관세정책을 ‘국민 보상’ 개념으로 전환시켜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관세 수익은 정부 재정의 일부일 뿐 현금성 배당으로 지급할 만한 구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재무부 역시 공식적으로는 “그런 계획이 검토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대법원 판결 전까지 기존 관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재무부는 판결이 나더라도 미국의 통상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원이 대통령의 비상권 발동 범위를 제한할 경우 트럼프가 새로운 통상 조치를 단행하기는 어려워진다. 

 

반대로 법원이 트럼프 손을 들어줄 경우 앞으로 어떤 행정부든 IEEPA를 이용해 폭넓은 경제 제재나 관세 부과를 시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강한 미국’의 상징이 법적 벽 앞에서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에 대해서 워싱턴과 월스트리트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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