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 출신 엔지니어들이 손가락 위의 작은 반지를 새로운 입력 장치로 바꾸려는 실험에 나섰다. 그들이 만든 스타트업 샌드바(Sandbar)는 음성 기반 인공지능(AI) 기기 ‘스트림(Stream)’을 선보이며 “목소리로 조작하는 마우스”라는 표현을 내세웠다.
이 반지는 사용자가 말로 아이디어를 기록하거나 음악을 조작하고 AI 어시스턴트와 대화할 수 있게 설계됐다. 샌드바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미나 파흐미(Mina Fahmi)는 인간-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의 베테랑이다.
그는 브라이언 존슨이 세운 커널(Kernel)과 스마트 글래스 스타트업 매직리프(Magic Leap)에서 근무했으며 구글 출신 키락 홍(Kirak Hong)과 함께 뉴럴 인터페이스 전문 스타트업 CTRL랩스에서 일했다. 두 사람은 2019년 이 회사를 메타에 매각했고, 이 기술은 메타의 스마트 웨어러블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파흐미는 “언제나 아이디어는 걸을 때나 이동 중에 떠오르는데 그 순간 휴대폰을 꺼내는 게 생각의 흐름을 끊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귀에 꽂은 이어폰에 대고 세상이 다 들을 만큼 크게 말하기도 싫었다”며 “그래서 생각이 떠오른 그 순간을 자연스럽게 포착할 방법을 찾다가 스트림이란 아이디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스트림은 사용자의 주 손 검지에 착용하도록 만들어졌다. 반지 표면엔 터치패드가 있고 내부에는 음성 인식용 마이크가 탑재됐다. 마이크는 평소 꺼져 있다가 손가락을 누르고 있는 동안만 활성화된다.
실제 시연에서 파흐미는 반지를 낀 채 생각을 속삭이듯 말했고 그 음성이 아이폰 앱으로 곧바로 텍스트화됐다. 경쟁 제품인 위스퍼 플로우(Wispr Flow)나 윌로우(Willow)처럼 조용히 생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트림 전용 앱은 AI 챗봇이 함께 대화하며 사용자의 생각을 정리해주는 구조다. 녹음된 내용은 자동으로 메모 단위로 분류되고 사용자가 직접 수정하거나 AI가 문장을 다듬을 수도 있다.
또 화면을 핀치 제스처로 확대·축소해 일정 기간 동안 나눈 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샌드바는 음성의 개인화를 위해 어시스턴트의 목소리를 사용자의 음색과 유사하게 맞추는 기능도 추가했다. 혼잡한 환경에서는 헤드폰을 착용해 개인적으로 대화할 수 있고 반지는 메모가 인식될 때마다 진동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메모 작성, 할 일 추가, 장보기 목록 체크 등을 주변의 방해 없이 수행할 수 있다. 음성 기능 외에도 반지는 미디어 컨트롤러 역할을 한다.
표면을 터치해 음악을 재생하거나 일시정지, 곡 넘기기, 볼륨 조절 등을 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은 이어폰에도 흔하지만 손이 가득 차 있거나 이동 중일 때 반지 형태가 오히려 유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샌드바는 이번 주 수요일부터 스트림의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실버 버전은 249달러, 골드 버전은 299달러이며 내년 여름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프리오더 구매자는 3개월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Pro) 구독권을 제공받는다.
이 구독 서비스는 이후 월 10달러에 무제한 음성 대화, 노트 작성, 신기능 선탑재 혜택을 포함한다. 파흐미는 “모든 등급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완전한 통제권을 가진다”며 “모든 데이터는 저장과 전송 과정에서 암호화되고 특정 플랫폼에 묶이는 ‘폐쇄 생태계’를 지양해 노션(Notion) 같은 앱으로 내보내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샌드바는 트루벤처스(True Ventures), 업프론트벤처스(Upfront Ventures), 베타웍스(Betaworks) 등으로부터 13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트루벤처스의 파트너 토니 슈나이더(Toni Schneider)는 “AI 기기 대부분의 데모가 기대 이하였기에 회의적이었다”며 “하지만 스트림 시연을 보고 처음으로 ‘이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AI와 음성은 궁합이 좋지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통해 대화하는 건 너무 번거롭다”며 결국 새로운 형태의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음성-AI 하드웨어 시장은 치열한 경쟁 중이다. 링 형태는 여러 스타트업이 도전해온 영역으로 샌드바 역시 차별화된 사용 경험을 입증해야 한다. 파흐미는 이 부분에서 “스트림은 사용자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인터페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아직 이 시장이 대중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휴메인(Humane)은 HP에 매각됐고 래빗(Rabbit)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사용성을 개선하려 애쓰고 있다. 프렌드(Friend)는 사용자 반발을 되레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이런 가운데 샌드바가 손가락 위의 반지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짜 편의성과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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