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 전체 부채가 2025년 3분기에 전분기 대비 약 1% 늘어난 18.59조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연준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빠르게 늘어난 소비성 대출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으며 특히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뉴욕 연준은 “가계의 채무가 완만히 늘고 있으나 특정 부문에서 리스크가 집중되는 양상”이라며 경고를 내놨다. 언뜻 보기엔 전체 부채 증가폭이 크지 않지만 부채의 질, 즉 누가 어떤 형태로 빚을 지고 있는가를 보면 상황은 꽤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분기 동안 1,370억 달러 늘어 13.07조 달러로 집계됐고 신규 발급된 모기지 규모는 5,120억 달러에 달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주택 자산 가격 상승과 보수적인 대출 심사 덕분에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카드 잔액은 240억 달러 증가해 1.23조 달러로 전년 대비 약 5.75% 늘었다. 자동차대출은 1.66조 달러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고 기타 부채(리테일 카드·소비자 금융 등)는 약 5,5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볼 때 가계는 여전히 높은 물가와 금리 속에서도 소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한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학자금 대출이다. 학자금 대출 중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이 2025년 1분기 7.8%, 2분기 10.2%, 3분기 9.4%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2024년까지만 해도 연체율이 1%도 안 되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반전이다.
특히 90일 이상 연체 상태로 새로 편입된 비율이 1년 만에 0.77 %에서 14.26 %로 폭등했다. 이는 숨겨져 있던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가 시행한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43개월 간 유지되다가 2024년 10월 종료되면서 그동안 연체로 집계되지 않았던 미납금이 대거 연체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 졸업 후 상환을 미뤄온 차입자들은 정부의 유예 조치가 종료되자마자 다시 납부를 시작해야 했지만 생활비 부담과 높은 금리, 불안한 고용 상황이 겹쳐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일부는 상환 통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연체로 분류됐고 신용점수가 급락하며 자동차·주택담보대출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뉴욕 연준은 “대출 상환 재개 초기 단계임에도 이미 연체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는 것은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신용점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이들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부문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변화를 보인다. 다만 연준 관계자는 “신용카드 금리가 20%를 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차입자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대출의 경우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며 대출 담보 가치가 떨어져 일부 연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경우 금융권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보고서는 또한 세대 간 격차 문제를 강조했다.
중장년층은 주택자산 덕분에 부채 상환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밀레니얼과 Z세대는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 부채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뉴욕 연준은 “젊은층의 연체 확대가 소비 둔화로 이어질 경우 향후 경기 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빚의 총량’보다 ‘누가 어떤 빚을 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국면이라는 의미다.
이번 통계는 미국 가계의 재무구조가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불균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금리와 높은 생활비, 고용 불안이 맞물린 상황에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학자금 대출이 취약층의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연체 급등은 팬데믹 이후 연착륙 과정에서 당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향후 금융기관의 대출 기준 강화와 소비 둔화 가능성에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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