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직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대폭 중단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이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11월 5일 중국 국무원 산하 관세위원회는 일부 미국산 농축산물과 소비재에 부과해왔던 최대 15%의 관세를 11월 10일부터 철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관세는 국가가 외국산 제품에 붙이는 ‘수입세’로, 그동안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높은 세율을 매겨 수입을 억제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복관세로 부과했던 품목 중 상당수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예외가 있다.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미국산 농산물인 대두에는 여전히 13%의 관세가 유지된다. 대두는 콩에서 기름을 짜거나 사료용으로 쓰이는 작물로 중국의 식품 산업과 축산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13% 관세가 유지된다는 건 중국 내에서 미국산 콩이 여전히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재 중국 수입업자들은 같은 품질이라면 미국산보다 브라질산 대두를 더 선호하고 있다.
브라질산은 12월 선적 기준으로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 2026년 1월물 대비 부셸당 2.25~2.3달러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으며 미국산은 미시시피 강을 따라 수출되는 걸프코스트 기준으로 2.4달러 수준이어서 약간 더 비싸다. 그만큼 운송비와 세금, 환율 요인까지 감안해도 브라질산의 총비용이 덜 든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번 발표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 회복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 국무원 관세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양국 간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무역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세 인하 품목은 일부에 한정되어 있으며 핵심 농산물은 여전히 예외로 남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결정을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백악관은 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2025년 말까지 최소 1,200만 톤, 2026년부터는 매년 2,500만 톤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약속을 확인하지 않았다. 즉, 미국이 발표한 수치는 아직 ‘협상 목표치’에 가깝고 중국이 실제로 그 물량을 구매할지는 불투명하다. 무역 전문가들은 “정치적 메시지로서는 의미 있지만 시장에 즉각적 효과를 주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시점에 있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농업 중심 지역의 표심 확보를 위해 미중 무역 긴장을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아이오와, 일리노이, 미주리 같은 주는 대두 생산의 핵심 지역으로 이 지역 농가들은 지난 1~2년간 중국의 고율 관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정치적 보상’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인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대두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이미 브라질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되찾기 어렵다. 한 트레이더는 로이터통신에 “중국 수입업자 입장에서는 브라질산이 가격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이미 관세 분쟁의 틈바구니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으로 대규모 항만 인프라와 물류 네트워크를 빠르게 구축했다. 그래서 이제는 미국보다 빠른 선적이 가능하다. 반면 미국산 대두는 여전히 정치와 외교에 휘둘리기 때문에 실제 거래량이 크게 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미 농업협회 관계자는 “대두는 미국의 대표 수출 작물로 중국 시장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며 “13% 관세가 유지되는 한 미국산은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미중 간 ‘부분적 휴전’으로 본다. 지난 몇 년간 양국은 반도체, 에너지, 기술, 농산물까지 전방위적인 무역 분쟁을 이어왔지만 이번 관세 완화는 두 나라가 우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 입장에서도 경기 둔화와 식량 안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완화와 농가 보호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이번 조치는 미중 양국 모두 관세 갈등을 이어가는 것보다 협력하는 편이 실익이 크다는 현실을 인정한 신호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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