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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 기준금리 0.5% 유지…성장률 상향·인플레 대응 신호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0.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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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Bank of Japan·BOJ)이 2025년 10월 30일 열린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 단기금리를 0.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과 일치했고,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조치다. 

 

BOJ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점진적 긴축 기조 속에서도 경기 둔화 우려와 불확실한 세계 경제 여건을 고려해 추가 인상은 미루는 쪽을 택했다. 정책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7명이 동결에 찬성했고 2명의 위원은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인물은 매파 성향으로 알려진 다무라 나오키(Naoki Tamura)와 다카타 하지메(Hajime Takata) 위원으로 두 사람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0.75%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내부적으로 금리 정상화의 속도와 시점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은행은 분기별 경제전망 보고서도 함께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FY2025(2025년 4월~2026년 3월) 기준 핵심물가(Core CPI)는 2.7%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FY2026에는 1.8%로 일시 하락했다가 FY2027년에는 다시 2.0%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은 배경에는 현재의 고물가가 임금 조정과 환율 영향이 맞물린 일시적 현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 전망치는 이전보다 상향 조정됐다. BOJ는 FY2025 성장률 전망을 기존 0.6%에서 0.7%로 올리며 일본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회복과 함께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 합의가 경기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새로 출범한 다카이치 사나에(Sanae Takaichi) 내각의 정책적 지원이 내수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FY2026과 FY2027의 성장률 전망은 각각 0.7%, 1.0%로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정치적 맥락도 무시하기 어렵다. 올해 초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인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와의 정책 조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한편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슨트(Scott Bessent)는 최근 발언에서 “일본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싸울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완화하기 위해 직접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중앙은행이 물가와 환율 문제를 정책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결정 직후 엔화는 달러 대비 약 153엔까지 떨어지며 9개월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은 BOJ의 신중한 태도를 금리 인상 지연으로 받아들이며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를 확대했다. 

 

반면 주식시장은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0.5% 상승해 51,500선을 돌파했고 토픽스(TOPIX)는 0.6% 오른 3,298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 제조업주들이 엔화 약세의 수혜를 입으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BOJ의 이번 결정은 일종의 ‘정책적 숨 고르기’로 해석된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경제가 예상 궤도에 맞게 진행된다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며 긴축 의지를 완전히 접지 않았지만 당장 조기 인상에 나설 여건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일본의 9월 핵심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며 여전히 목표를 상회했지만 실질임금이 하락세를 보이고 개인소비가 약화되는 등 경기 회복세가 확실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제적으로도 일본의 행보는 주목받고 있다. 주요 7개국(G7) 중 여전히 기준금리가 1% 미만인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미국과 유럽이 물가 안정에 성공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하는 가운데 일본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경계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의 타이밍을 가늠하고 있다. 

 

이런 이례적 상황은 일본의 수출 경쟁력과 외국인 투자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로 향한다. 첫째는 다음 금리 인상 시점이다.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은 연내 한 차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12월 또는 2026년 초 회의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는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방향이다. 카즈오 우에다(Kazuo Ueda)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회복세는 여전히 완만하며 물가 상승의 지속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금리 인상보다 물가 안정과 성장 균형을 우선시하겠다는 신중한 시그널로 해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일본이 ‘포스트 제로금리 시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 조정으로 평가한다. 

 

시장은 더 이상 초저금리 환경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급격한 금리 상승이 디플레이션의 트라우마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재정적자와 인구 감소,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채권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도 있다. 

 

이런 복합적 요인들이 BOJ의 ‘신중하지만 방향성 있는 긴축’이라는 현재의 스탠스를 형성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본 주식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내 소비자에게는 수입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 결정의 파급효과가 엇갈릴 전망이다. 

 

BOJ의 다음 행보는 내수와 수출, 물가와 성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달려 있으며 향후 발표될 물가 및 임금 데이터가 그 방향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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