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양극화가 끝없이 벌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 흐름이 더는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TS Lombard의 글로벌 매크로 디렉터 다리오 퍼킨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의 K자형 경제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며 머지않아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산시장은 여전히 뜨겁고 고소득층의 소비는 호황을 이어가지만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은 이미 한계 지점에 닿았다는 설명이다.

2023년 이후 미국의 소비 성장률 가운데 85% 이상이 상위 소득층에서 발생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처음 보는 편향성이다. 반면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러셀2000 기업의 절반 이상은 적자 상태다. 경기침체가 아닌 시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고용시장도 미묘하다. GDP는 상승세를 유지하지만 신규 고용은 멈춰 있고 소비자 심리는 여전히 어둡다. 자산가격 상승이 부자들의 소비를 떠받치는 동안 실질소득이 낮은 계층은 지출을 줄이고 있다. 근본 원인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냉각된 노동시장이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집중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 둘째, 고금리로 인한 차입비용이 중소기업에 훨씬 더 무겁게 작용한다. 셋째, 주식시장 상승이 부의 집중을 심화시키며 ‘부자만 부자가 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넷째, 최근의 재정정책과 관세는 역진적으로 작용해 하위층의 부담을 키웠다. 하위 10% 가계의 소득은 7% 감소했지만 상위 10%는 1.5% 늘었다. 다섯째, 인공지능 투자 붐이 고용 확장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자본투자에 치중하면서 실질적인 일자리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이 비대칭 구조가 경제의 균형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가의 소비가 늘어도 사회 전체의 수요 기반은 줄어든다. 경기 확장의 속도가 고소득층 지출에만 의존하다 보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무너질 때 전체 성장률도 함께 꺾이게 된다.
자본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못하고 AI와 같은 신산업으로 흘러가는 자금이 고용이나 임금으로 순환되지 않으니 경제가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형태가 된 것이다.
최근 노동시장 통계도 그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 6개월간 핵심 민간 부문 고용증가율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제조업과 소매업, 서비스업의 고용은 둔화되고 있다. 반면 테크와 금융, 헬스케어 같은 고소득 산업만 여전히 인력 수요가 높다. 이런 구도에서는 실업률이 낮게 유지돼도 체감경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더 위험한 건 ‘대형 기업은 안전하다’는 착각이다. 최근 몇 년간 기술 대기업이 경기 둔화에도 실적을 유지하면서 일종의 면역 신화를 만든 측면이 있지만 광고나 선택적 소비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구조상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
과거 모든 경기침체에서 기업이익은 평균 10~30% 감소했다. 이번에도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AI 중심의 자본지출 확대도 구조적인 리스크다. AI 설비투자 열풍이 GDP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고용 창출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돈이 사람에게 가지 않고 기계와 반도체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비용이 높은 지금, 이런 흐름은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이제 선택지는 셋뿐이다. K자형 분열이 계속 심화되거나 경기침체가 상위층까지 덮치거나, 아니면 결국 중간 계층(우리가 말하는 중산층)이 회복하며 격차가 완화되는 반등이 오는 것이다. 현재의 재정과 통화정책 기조를 보면 마지막 시나리오, 즉 ‘리플레이션을 통한 회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리 인하와 확장적 재정이 맞물리면 그동안 억눌린 소비가 폭발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완화가 지나치면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이 되살아나고 정책 전환이 늦으면 경기 둔화가 더 깊어질 수 있다.
자산시장은 여전히 낙관에 취해 있지만 균형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고소득층의 소비가 전체 경제를 떠받치는 구조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하위층의 구매력이 무너지면 상위층의 자산가치도 버티지 못한다. 자산가격만 부풀린 회복은 결국 내수 붕괴로 되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위층 중심의 성장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중간 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미국의 경제는 현재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서 있다. 수치상으로는 견조하지만 내면은 불균형하다. 부의 집중, 고용 정체, 소비 양극화가 지나치게 얽혀 있어 이 상태가 오래 유지되기는 어렵다. 언제든 변화의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경고다. 다만 그것이 꼭 침체일 필요는 없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금리 세 번 더 올린다"는 월가 베팅에 엘에리언 "과하다"…기술주 급락이 변수
-
이란 전쟁 8개월에 한 집당 2000달러 증발…’전쟁 청구서' 받아든 미국 가계
-
전쟁도 불황도 없는데 적자 2조달러…미국 국채금리 6% 경고등
-
미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인데…채권펀드엔 '역대급' 뭉칫돈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
연준 서열 3위 윌리엄스 "서두를 필요 없다"...금리인상 분위기 급반전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
AI도 '대마불사'로 가나…연준 인사가 던진 경고성 질문
-
미 국채 금리 5.2% 돌파…"국가부채 위기? 489조 달러 민간자산 보라" 반론도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