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의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자국 내 핵심광물과 희토류의 대외 공급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세계가 중국과 공급망을 분리(decouple)하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중국이 수출 제한을 경제적 무기로 활용한다면 국제사회는 필연적으로 대체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 스스로 글로벌 공급 체계에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중국 정부가 최근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금속류, 그리고 배터리용 핵심광물의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직후 나왔다. 특히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흑연(graphite) 수출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긴장이 고조됐다.
미국은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경제적 압박 도구’로 사용될 소지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경고는 중국의 산업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 무역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희토류와 중요 광물은 청정에너지 전환, 전기차, 첨단 방위 산업 등 미래 산업 전반의 핵심 자산이며 이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는 국제 시장 질서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미국은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 움직임에 맞서 G7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USTR과 상무부는 최근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호주 등과 핵심광물 공급 안정화 협약 체결을 추진 중이며 희토류 가공 역량을 미국 내로 이전하는 인센티브 정책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안은 에너지 안보와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 능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 전기차, 풍력터빈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배터리와 광물 공급망 강화 계획을 내놓았으나 여전히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다. 컨설팅사 S&P글로벌은 “중국의 희토류 공급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2026년까지 미국 내 관련 산업 생산비용이 최대 25%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FT는 미국의 이번 메시지가 “중국을 향한 경제적 경고이자 동맹국들에게는 연대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특히 G7 정상들이 지난 6월 이탈리아 회의에서 ‘핵심광물 연합’을 논의한 이후 미국은 중국의 시장 지배력 완화를 목표로 다층적 대응 전략을 가동해왔다.
USTR 관계자는 “중국이 만약 희토류를 지정학적 카드로 사용한다면 이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자해 행위가 될 것”이라며 “공급망의 다변화는 이미 불가역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미국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제재를 추진한 적이 없으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당한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희토류 자원은 중국의 주권적 자산이며 국가 안보와 환경 보호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은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명이 사실상 수출 규제 강화의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 허가제를 강화하면 비공식적 제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미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착수했다. 상무부는 지난 9월 국방생산법(DPA)을 근거로 희토류 채굴 및 정제 프로젝트에 5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승인했고 에너지부는 네바다와 텍사스 지역에 리튬 및 희토류 정제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백악관은 캐나다, 호주, 남미국가들과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잠비아·콩고 등과도 신규 광산 투자 협정을 논의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이미 여러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와 반도체 기업들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섰고 미국과 유럽의 제조사들은 장기계약 재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은 기술주권의 문제”라며 “공급망의 안정은 향후 10년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고는 미국과 중국 간 경제 충돌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 관세, 반도체, 전기차 보조금 등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희토류가 ‘전략 무기’로 지속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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