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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 성장률 1.8% 전망…완만한 둔화 속 ‘뉴노멀’ 진입 신호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0.1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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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팬데믹 이후의 급등기를 마무리하고 완만한 둔화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민간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The Conference Board)는 17일 발표한 ‘미국 10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2026년은 1.5%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소비와 고용의 정상화가 진행되며 팬데믹 직후의 비정상적 성장 패턴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치와 비교해 소폭 하향된 수준으로 미 경제의 중장기 성장세가 ‘뉴노멀(새로운 평균)’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컨퍼런스보드는 현재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는 아니지만 활력의 속도를 잃은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간소비가 둔화되고 기업 투자가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정부 지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점을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보고서는 “실질 임금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더딘 탓에 가계의 실질 구매력 개선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서비스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다시 쌓기 시작했다는 지표도 함께 언급됐다.

 

고용 시장에 대해서는 팬데믹 이후의 ‘초과 고용’이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컨퍼런스보드는 노동공급이 이민과 AI 자동화의 영향으로 늘어나면서 임금 압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25년 실업률은 평균 4.2%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민 확대와 공공부문 채용 정상화가 노동시장 균형을 회복시켰다”며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고용 수요의 일부를 대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부문에서는 설비투자가 AI 및 자동화 분야로 집중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컨퍼런스보드는 “AI 인프라 및 반도체 설비에 대한 투자는 역사적 규모지만 전통 제조업과 소비재 부문의 투자는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생산성 향상에는 기여하지만 단기 고용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기업들이 2026년부터 R&D 비용을 줄이고 현금흐름 관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소기업의 투자 위축이 고용 시장에 지연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물가 전망과 관련해 컨퍼런스보드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5년 평균 2.6%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공급망 혼란이 대체로 해소되면서 물가 압력은 완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주거비와 의료 서비스 요인이 남아 있어 연준(Fed)의 정책 목표인 2% 도달은 내년 중반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금리정책은 “점진적 완화 경로를 유지하되 성급한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두 차례 25bp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보고서는 또한 “생산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꼽았다. 기업 자동화 투자가 단기 효율성은 높이지만 전반적인 생산성 지표로 연결되는 속도는 느리다는 분석이다. 

 

컨퍼런스보드는 “AI 도입 효과가 실질 산출량으로 반영되려면 노동 재훈련과 디지털 인프라 확충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커지며 ‘이중 경제(two-speed economy)’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격차는 임금과 자산 가격의 불평등을 심화시켜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정책 측면에서는 재정 지출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강조됐다. 보고서는 “연방정부 적자가 GDP의 6% 수준에 달하면서 추가 확장 재정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에너지 전환 및 산업보조금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있어 금리 하방 여력이 제한된다는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재정정책의 효과보다 정치 일정이 시장 기대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제무역 부문에서는 미중 관계 리스크가 여전히 성장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컨퍼런스보드는 “관세와 수출통제 리스크가 기업 전략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무역량 증가율이 2010년대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수출보다 수입 둔화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재고 조정이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공급망 리쇼어링(국내 복귀) 정책이 단기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업 마진에 부담을 주는 양상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향후 6개월을 ‘균형 찾기 기간’으로 규정했다.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균형 점에 있다”며 “정책당국은 성장을 희생하지 않고 물가를 잡는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향후 데이터 기반 정책으로 돌아가겠다는 최근 입장과 맥이 닿아 있다. 컨퍼런스보드는 “미국 경제가 ‘침체는 피하되 느린 성장’의 트랙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전망을 ‘조정의 신호’로 읽는다. 급격한 금리인상기 이후 통화정책과 실물경제 사이의 시차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다. 

 

월스트리트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성장의 질이 속도보다 중요한 시대”라며 “과열을 식히고 지속가능한 성장률 1.5~2% 구간을 정착시키는 것이 연준의 진짜 목표”라고 말했다. 컨퍼런스보드의 이번 보고서는 ‘침체 우려’보다 ‘성숙한 둔화’를 예고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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