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2025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에는 중국 쪽 매출이 줄겠지만 대신 첨단 장비인 EUV 사업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새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임명하며 기술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분기 ASML의 매출은 75억 유로, 순이익은 21억 유로로 집계됐다. 장비 한 대를 팔 때 남는 이익률은 51.6%로 예상 범위 안이었다. ASML은 반도체를 만들 때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 넣는 ‘노광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이 분야에서 전 세계 거의 유일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특히 ‘EUV(극자외선)’ 장비는 미세공정용 첨단 장비로,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이 줄을 서서 주문하는 제품이다.
ASML의 CEO 크리스토프 푸케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우리가 준비해온 성장의 기반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처음 출하한 신제품 ‘XT:260’을 언급하며 “기존 장비보다 최대 4배 빠르게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XT:260은 여러 칩을 3차원으로 쌓아 올리는 ‘3D 집적’ 공정용 장비로 AI 반도체와 고성능 서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다만 중국 시장은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ASML은 중국 고객에게 ‘딥 UV’ 장비를 대거 공급해왔지만 내년부터는 주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푸케는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장비를 많이 사 갔지만 이제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내년에는 매출이 올해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ASML 전체 장비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장비 구성을 바꾼다. 중국 비중이 줄면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EUV 판매가 늘고, 그만큼 전체 수익성은 방어된다는 계산이다. CFO 로저 다센은 “제품 구성과 고객 지역이 이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EUV 비중이 커지면 수익성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기술력 강화를 위해 새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마르코 피터스를 선임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으로 지금까지 장비 개발과 고객 지원을 이끌어왔다. 회사는 그가 내년 4월 이사회에 정식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였다. ASML은 이 회사의 시리즈 C 투자 라운드에 13억 유로를 투자하며 주요 주주가 됐다. 지분율은 약 11%로, ASML은 미스트랄의 전략위원회에도 참여한다. 회사는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관련 기술을 함께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은 4분기 매출을 92억~98억 유로로 예상하며,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거라고 강조했다. 다센은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며, 특히 EUV 쪽은 확실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딥 UV 장비 판매는 줄고 전체 제품 구성이 바뀌면서 매출 구조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조심스러운 낙관론으로 본다. AI용 반도체를 만드는 미국과 대만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EUV 장비를 주문하고 있어 ASML의 내년 실적에 숨통을 틔워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국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면 단기 매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ASML은 이번 분기에도 꾸준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이어갔다. 1주당 1.6유로의 중간 배당을 지급했고 1억 4800만 유로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다센은 “현재 120억 유로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올해 안에 모두 마치지 못하겠지만 내년 초 새로운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적 발표 후 시장 반응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주문량의 53%가 로직(시스템 반도체), 47%가 메모리 부문에서 나왔다는 점을 예로 들며 “AI 서버용 반도체 투자 덕에 수주 흐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ASML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 노광장비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단계에 들어섰다. AI 시대에 맞는 장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새 CTO 임명과 미스트랄 투자로 기술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 1월 예정된 세부 전망 발표에서 회사가 어떤 성장 계획을 내놓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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