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EU, 중국 투자에 기술 이전 조건 검토 “중국과 거래할 의향 있다”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0.16 12:22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2025년 10월 15일 유럽연합(EU)이 중국 기업의 유럽 내 투자를 허용하되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 과 노하우 공유(Know-how Sharing) 를 전제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EU의 기술 주권을 지키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브뤼셀의 고위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중국 투자를 포함한 ‘외국 직접투자 심사 강화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그 핵심이 바로 기술 이전 조항의 법제화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 이전은 중국 기업이 유럽 내 공장을 설립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투자를 할 때 핵심 기술이나 생산 공정을 공동 연구개발(R&D) 형식으로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 항공우주 분야 같은 첨단 산업에서 중국 측이 지분을 갖는 대신 유럽 기술을 일정 부분 개방하고 반대로 유럽 기업도 중국 기술의 일부를 습득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EU는 이 과정을 ‘상호 기술 접근권의 균형화’ 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유럽의 기술이 일방적으로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유럽 내 산업 경쟁력을 되찾는 데 있다.


EU는 지난 수년간 중국의 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핵심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우려를 누적시켜왔다. 특히 전기차와 태양광, 희토류 가공 분야에서 중국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자 유럽 내부에서는 “투자를 받는 대가로 기술까지 내주는 구조를 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마로스 셰프초비치(Maros Sefcovic) EU 부집행위원장은 브뤼셀 회의에서 “중국 투자를 환영하지만 그것이 유럽 산업의 독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기술 이전을 통한 상호성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덴마크 외무장관 라스 라스무센(Lars Rasmussen)도 “유럽은 기술 수출국이지 기술 소비국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중국의 입장은 정반대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제조 중심 경제(Production-Oriented Economy)’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이미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술 이전보다는 제조 능력과 공급망 통제력 극대화를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중국은 “기술보다 생산이 중요하다”는 태도다. 실제로 중국은 반도체나 인공지능 기술이 완전 독자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대규모 생산체계와 저비용 공급망을 통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유럽이 기술 이전을 전제로 한 투자를 요구하면 중국은 자본 투자보다 자체 생산력 확대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EU의 구상은 일종의 기술 협상 카드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유럽 산업을 재활성화하려는 포석이다. 유럽은 2020년대 들어 반도체, 배터리, AI 같은 분야에서 아시아에 비해 뒤처졌고 최근 미국의 보조금 중심 산업정책(IRA)에도 밀리는 처지다. 

 

따라서 EU는 “투자만 받는 소비시장”에서 “기술을 교환하는 교섭시장”으로의 전환을 노린다. 즉 자본이 들어올 때마다 그만한 기술 교류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이 조항이 실제로 강제될 경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컨설팅사들은 기술 이전 의무가 투자 리스크를 급격히 높이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노하우가 노출되면 장기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처럼 정부 통제가 강한 투자자는 기술 공유를 곧 ‘통제권 상실’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EU는 이미 후퇴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에너지 전환, 방위산업 재편, 디지털 전환 등 거의 모든 산업이 외부 기술과 자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산업정책 설계자들은 “이제는 개방이 아니라 선별적 개방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중국이 기술 협력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투자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관영 언론은 유럽이 기술 공유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결국 시장 접근권을 흥정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정부는 유럽의 요구가 일방적인 불평등 조건이라고 주장하며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규제로 간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 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중국이 완전히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EU도 중국의 투자 철회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의는 유럽과 중국이 각각 산업의 생존 방식을 두고 벌이는 정면 충돌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으며, 유럽은 기술 주권을 되찾기 위해 자본을 통제하려 하고 중국은 생산 주권을 지키기 위해 기술 의존을 최소화하려 한다. 

 

두 축이 맞물리면 전 세계 공급망이 다시 재편될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연말까지 세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실제 법제화가 이루어진다면 향후 10년간 유럽-중국 경제 관계의 방향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와이이코노미 & yeconomy.ai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EU, 중국 투자에 기술 이전 조건 검토 “중국과 거래할 의향 있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